그냥 놓아버림

통제와 용인 사이에서

by isol

옛날부터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에 강력히 저항했다. 그러면서 긍정적인 말만 주워 담으려, 보기 좋은 것만 내 마음속에 넣어두었다. 그게 이제 와서 어땠는지 돌아보면 참으로 부질없었을까. 그렇지는 않다.


옛날에는 하나하나 모든 것을 관리했다. 남들보다 빨리 일어나고, 하루에 운동은 어느 정도, 밥은 얼만큼. 세세하게 분할해서 내가 해야 할 것들을 여러 가지, 약 50여 개로 쪼개서 체크해나가며 구체적으로 관리했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지속할 수 없었다. 삶의 위기 속에서 루틴은 무너져 내렸고, 되살리려 했지만 그 6개월의 시간을 다시 쌓아올리는 게 너무 멀어 보였다.


조종간. 비행을 놓아버리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간절히 염원하며 하루하루 뜨거웠지만, 예상치 못한 풍파에 넘어져서 그냥 확 놓아버렸다. 그러면 그전까지 십여 년간 꽉 잡고 있던 것을, 아예 보내주려 했던 그 시간들이 무의미해지는 것인가. 결국 다시 잡았지만, 그 세월을 커버하기 위해 나는 다시 올라야 하는 것인가.


나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학생 조종사들을 보면서, 그들을 뛰어넘어보겠다고 혼자 끙끙 온 신경을 다 집중했지만.결국 제풀에 지쳐 붙잡아왔던 꿈들을 다 포기했을 때, 늙은 교수는 나에게 말했었다.


“왜 혼자가 되어 있느냐. 주변을 둘러보지 못하니. 너는 인생 후반에야 인생이 피겠구나.”

열등감. 고립. 집착. 놓지 못함.

위기와 풍파 속에서 쉽게 흔들려버린 꿈.


“이제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버릴 거야. 네 인생도 어느덧 30을 넘어 40, 50 금방 지나가겠지.”


중년의 관리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나에게 넋두리를 놓았다. 반복되는 삶에 기억이 저장되지 않는 것 같다고. 어느덧 인생 중반을 지나고 있다고.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시간에 대한 집착과 통제까지 더 강해졌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강풍 앞에서 결국 인생의 통제권을 누군가에게 다시 놓아주어 버렸다.


그냥 놓아버림. 지금까지는 너무나 꽉 붙잡았다. 내 삶의 방향을, 조종간을 잡는 내 손처럼. 얼마나 많은 힘이 들어갔는지를 이제서야 깨닫는다. 이제는 조금 다르게 가보려 한다. 어떻게 흘러가든 그 흐름을 용인하되, 조금은 힘을 빼고 나아가는 것. 그러나 그 손을 놓지는 않는 것. 놓게 되면 바람과 파도가 휩쓸 때, 내 비행기는 완전히 뒤집어질 수 있으니까.


삶의 고통 속 그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고, 잠시나마 자유를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내 온 정신을 하늘 위에 올려 조종하며, 모든 것을 잠깐 빼앗긴 듯해도 이상하게 가벼워지던 그 느낌 때문이었으니. 그것마저 다시 놓아버리기 전에, 받아들이되 놓지 말자. 용인하되, 그렇다고 흘러가는 대로 가버리지는 말자. 내가 가는 여행의 목적지를 잃지 않되, 길이 중간에 변하더라도 그 변화가 나를 전부 빼앗아가게 두지는 말자.

목,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