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웃음에 반응하지 않는 법
모든 시험이 다 끝났다. 열심히 했으나, 최선을 다하지 못했고, 아쉬움이 남으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성적표를 받았을 때 나는 딱 평균선 위에 있었다. 동료들 사이에서도 평균. 중간. 그 중간에서 나는 그저 그렇게 있는 것보다는,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오늘도 나에게 가장 비아냥을 잘하는 동료가 말했다.
“이거 왜 하는 거에요? 관심 없음 누를 겁니다.”
나는 응대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친절이었다. 그 말이 공기처럼 지나가길 바랐는데, 이상하게도 귀에 남았다. 웃는 표정. 가볍게 던진 말. 그 순간 내 손끝이 한 번 굳었다가 풀렸다. 숨이 조금 짧아졌다. 그게 싫어서, 나는 더 조용해졌다.
몰래멀티. 내가 나가서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아챈 한 사람이 나에게 몰래멀티를 강조했다. 남에게 들키지 말고, 조용히 실력을 쌓으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 탄탄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킨 사람들이 해준 조언이었다. 들키지 말고. 소리 내지 말고. 대신 단단해지라고.
그리고 오늘 성적을 받은 나는, 낭중지추를 떠올렸다.
낭중지추.
주머니 속의 송곳은 끝이 뾰족해서 가만히 있어도 튀어나오듯, 뛰어난 재능이나 실력은 숨기려 해도 결국 드러난다는 말.
나는 그 말에 걸맞은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 말과 반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나를 알리고자 이곳저곳 나를 드러내느라, 그 모습을 보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내 이야기가 점점 나오기 시작했다. 분명 예견했고,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막상 내 이름이 입 밖으로 돌기 시작하니, 마음 한쪽이 얇아졌다. 내가 ‘중간’인 채로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니까.
“그걸 해서 뭘 하려고 그래?”
자신의 패를 까지 않고 묻는 질문. 날카로운데, 날카롭지 않은 척하는 목소리. 나는 그 질문을 잠시 되새기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진짜로 하고 싶은 게 있어.”
“그게 뭔데?”
“미안해. 말해주기는 좀 그래.”
나는 덧붙이지 않았다. 단체로 생활하는 곳에서 자신의 작은 것 하나 노출시키기 부담스러운 이곳에서, 내가 하고자 하는 것까지 꺼내놓는 순간 그건 내 손으로 내 조종간을 놓는 일 같았다. 궁금증이든 비웃음이든, 그 다음은 늘 내가 감당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말보다 침묵을 택했다. 설명하는 순간, 내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았다.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 말 한마디, 행동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야 하는 가장 밀접한 공간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둘 중 하나다. 그 위험 부담을 잘 모르고 있거나, 그 부담을 알면서도 얻고 싶은 게 있거나.
나는 오늘, 둘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 방식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몰래멀티처럼 조용히 쌓고, 낭중지추처럼 결국 드러날 만큼만 단단해지는 것. 누가 나를 궁금해하든, 누가 나를 비웃든, 그 반응을 설득하느라 내 힘을 쓰지 않기로 했다.
나는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