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sol Nov 17. 2024

Vision color 2화

그런데 왜 면직하셨어요?


#3-2 미용실

원장: 오늘 미용실에 어떻게 오셨어요?


성진: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며 민망한 듯) 머리가 너무 지저분해서요...


원장: 뒷머리는 길게 유지할까요, 아니면 짧게 정리해 드릴까요?


성진: 음...


원장: 지금 보니 짧게 하는 게 깔끔하고 덜 귀찮으실 것 같아요.


성진: 짧게 해 주세요.


원장: 잠시만 앉아서 기다려주세요.


성진은 거울 속 비친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바라본다. 그는 작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떨군다. 출근할 날이 없어진 이후 점점 관리하지 않던 자신의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진다. 눈을 질끈 감고 원장이 돌아오길 기다린다.


원장: (밝은 미소로) 마실 거라도 드릴까요?


성진: 괜찮아요.


원장: 공무원으로 일하실 때는 어떠셨어요?


성진: (거울 속에 비친 원장의 눈을 보며) 정말 좋았어요. 좋은 동료들도 있었고, 일이 처음엔 어려웠지만 금방 적응됐거든요. 힘든 시기를 지나니 안정적인 시간이 오더라고요.


원장: 그런데 왜 면직하셨어요?


성진: 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원장: (웃으며) 보기 드문 용기네요. 새로운 도전이라니, 정말 멋있어요.


성진: 원장님은 어떠세요?


원장: 아, 저는 처음부터 이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군대에서부터요.


성진: 군대에서요?


원장: 어이구, 너무 깊이 들어가도 괜찮을까요? 샴푸 하러 이동하실게요!




#4 샴푸실

(원장은 성진의 얼굴 위에 수건을 덮고 물을 준비한다.)


원장: 물 온도 괜찮으세요?


성진: 네...


원장: 군에서 저는 이발병이었거든요.


성진: 정말요?


원장: 동기, 선임들이 쉴 틈 없이 찾아와서 개인 시간이 없었어요. 이발 장비도 제가 직접 사서 연습했는데, 다들 저한테만 머리를 맡기더라고요.


성진은 덮인 수건 속에서 눈을 감은 채 원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따뜻한 물줄기의 감촉이 그의 긴장을 풀어준다.


원장: 심지어 행보관님이 치킨을 사주시면서 예약하시곤 했어요.


성진: 대단하시네요.


원장: 그땐 정말 힘들었지만, 관물함 위로 쌓이는 과자들을 보면 괜히 행복하더라고요. “이발할 사람 선착순 2명!” 하면 다들 뛰어오는 게 참 웃기기도 했어요.


성진은 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군생활을 상상하며 조용히 미소를 짓는다. 어느새 샴푸가 끝나고 성진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5 미용실 거울 앞

원장이 성진의 머리를 정리하며 마지막 손질을 한다.


성진: 오늘 머리, 완전 잘 나올 것 같은데요?


원장: 펌을 자연스럽게 해서 금방 풀릴 수도 있어요. 그러면 주저 말고 다시 오세요. 제가 다시 해드릴게요!


원장: 제품 바를까요?


성진: (3초 정도 망설이다가) 네... 발라주세요.


미용이 끝나고 성진은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작은 미소를 짓는다. 그는 오늘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어 진다.


성진: 원장님, 다음에 또 올게요!

원장: (성진의 눈을 맞추며)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성진은 미용실 문을 나서며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머리가 바뀐 자신을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끼며 거리로 걸음을 옮긴다.




# 성진의 집

달라진 머리로 거리를 거닐던 성진은 이내 집으로 돌아와 책상 앞에 앉는다. 그는 문제집을 펼치지만, 집중이 쉽지 않다. 머릿속에는 오늘 들었던 대화와 만났던 사람들의 모습이 맴돌고 있었다.


결국 그는 휴대폰을 집어 들고 ‘알바천궁’ 앱을 연다. 스크롤을 내리다 발견한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성진: (혼잣말로) 유익한 꿀 알바, 일일 방청 알바를 모집합니다...?


.

.

.

.



일요일 연재
이전 01화 Vision colo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