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
영화 ‘더 레슬러’의 미키 루크에게 이른바 ‘뿅 간’ 필자는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갖고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켜봤다. 하지만 서운하게도 이날의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바로 작품상을 포함해 무려 8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슬럼독 밀리어네어’다.
무관에 그친 ‘더 레슬러’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일단 정체불명의 이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예고편을 서둘러 찾아봤다. 그런데 예고편으로도 이 영화, 대체 어떤 영화인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빈민가 출신의 18살 소년이 인도 최고 인기 퀴즈쇼에 참가해서 최종 단계까지 진출하는 기적을 일으키는데 바로 정답의 실마리가 이 소년의 파란만장한 삶에 다 들어있었다는 이야기. 영화의 시놉시스만 봐서는 어떤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의 휴먼드라마일 거라는 나름의 예상을 갖게 한다. 하지만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영화는 뜻밖에도 그간 봐왔던 그 어떤 로맨스 영화보다 가장 강력한 해피엔딩의 매력을 선사한다. 주인공 ‘자말’이 거쳐 온 인도의 암울한 빈민가의 삶은 이 해피엔딩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총천연색 ‘미러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판잣집이나 쓰레기장을 뒤지는 아이들, 그리고 종교갈등으로 툭 하면 벌어지는 끔찍한 폭력사태나 관광객의 노잣돈을 노리는 사기행각들. 인도의 어두운 단면이 거침없이 묘사되고 있지만 그 화법이 심각한 어조를 띄지는 않는다. 오히려 영화의 영상이 담고 있는 휘황찬란한 색감과 속도감 넘치는 편집 리듬에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그런데 내용과 표현 사이의 이러한 묘한 엇갈림에는 다 이유가 있다. 주인공의 인생은 암울한데 이를 표현하는 영상과 음악은 발랄하기 그지 없는 이 희한한 영화가 향하고 있었던 최후의 목표는 바로 ‘해피엔딩’이었던 것이다. 최고조에 다다른 후 화려하게 펼쳐지는 ‘해피엔딩’의 쾌감을 위해 영화는 두 시간 동안 숨가쁘게 달리고 또 달린다.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에 심어져 있는 이 행복 바이러스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스크린 밖으로 무지하게 뿜어내고 있으니 이 ‘해피엔딩’에 아카데미 역시 열렬한 환호를 보낸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겠다. (2009년 3월 작성)
제목 :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q Millionaire, 2008, 영국/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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