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우주를 하나 만들었네

영화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by 무덤덤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푹 빠져버린 지 채 두 달도 안돼서 또 하나의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성큼 다가왔다. 바로 ‘엑스맨’ 유니버스다.


2000년 1편이 개봉되었을 때만 해도 ‘엑스맨’은 여름만 되면 으레 찾아오던 흔하디 흔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중 하나일 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14년이 지난 지금 관련 시리즈로는 벌써 7번째 엑스맨이 극장에서 건재하고 있으며 2016년에 8번째 시리즈가 이미 예고돼 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 1편과 2편을 거쳐 감독이 바뀐 3편(브렛 래트너 감독, 3편의 평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에 이르기까지 ‘엑스맨’은 어느 정도 장사가 되는 시리즈로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최근 아이언맨을 비롯한 마블 스튜디오의 다른 히어로들의 활약에 밀려 그 네임밸류가 다소 떨어졌던 것이 사실.


그런데 매튜 본 감독의 ‘엑스맨 : 퍼스트 클래스’가 사그라지기 직전의 시리즈의 명성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프리퀄이라고 할 수 있는 ‘퍼스트 클래스’는 찰스와 에릭의 젊은 시절을 다루면서 그 둘의 애증의 역사를 펼쳐내 보였는데, 멀어져 간 평단의 관심을 다시 돌려내는 데 성공했다.


겨우 끌어올린 시리즈의 명성이, 뜬금없이 만들어진 ‘더 울버린’으로 흠집이 나는 등 엑스맨 관련 시리즈는 여러 명의 감독을 거치면서 퀄리티의 편차가 심해 사실 위태롭게 이어져 오던 중이었다. 하지만 돌아온 엑스맨의 아버지,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는 이 모든 흠을 극복하고 봉합하고 감싸 안으며 마침내 ‘엑스맨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구축되었다.


영화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의 시작은 미래다. 미래의 세상에서 뮤턴트(돌연변이)들은 멸종 직전에 있다. 인간과 공존하겠다는 찰스의 꿈도, 뮤턴트만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에릭의 이상향도 모두 허망한 것이 되었다. 뮤턴트들의 특기를 즉석에서 복제하여 되돌려 공격하는 센티넬의 가공할 능력 때문이다. 센티넬 개발의 단초가 되는 사건은 1973년 천재과학자 트라스크의 암살사건이다. 2023년의 울버린은 그 결정적 사건을 막아 미래를 바꾸려 50년 전의 과거로 간다.


어벤져스 만큼이나 각양각색의 히어로들이 난립하고 있는 엑스맨의 세계에서 겉으로 드러나는 가장 중요한 이슈는 뮤턴트들과 평범한 인간들과의 갈등이다. 뮤턴트와 보통 인간들은 시리즈 내내 갈등과 평화(잠정 휴전)를 거듭하며 관계를 위태롭게 이어오고 있다. 남다른 초능력을 갖고 태어난 소수의 뮤턴트들을 두려워하는 일반 사람들(더 정확하게는 정치인들)이 이 변종들을 사회 안에서 어떻게 의미 정립할 것인지에 따라 영화 속의 갈등이 발생하고 또 봉합된다.


하지만 뮤턴트와 인간의 갈등은 사실 표면적인 것이다. 더 복잡하고 의미 있는 갈등은 뮤턴트 무리 안에서 발생한다. 그 중 가장 굵직한 것은 찰스와 에릭의 갈등이다.


‘프로패서 X’와 ‘매그니토’로도 불리는 찰스와 에릭은 같은 돌연변이지만 인간사회에서 생존하는 방법에 큰 차이가 있다. 어떻게든 뮤턴트들이 사회 안에서 인간들과 조화롭게 살 수 있게 애를 쓰는 찰스에 비해 에릭은 철저하게 뮤턴트만의 세상을 꿈 꾼다. 그래서 그가 택한 방법은 인간 종족을 싹쓸이하는 것. 과거 독일 나치의 인종청소를 떠올리게 하는데, 에릭은 사실 유대인이었고 그 자신이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였기 때문에 이것은 지독한 아이러니다.


50년 전 과거에서 트라스크의 암살 사건을 막기 위해 찰스와 에릭은 손을 잡지만 결국 방법론 차이에 의해 에릭은 오히려 찰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된다. 여기에 또 하나의 방법론이 충돌하는데, 바로 레이븐(미스틱)의 암살 시도다. 트라스크 암살 하나만 보고 오로지 직진 하는 레이븐 역시 또 다른 골칫거리다.


영화 속 진짜 전쟁은 인간을 대표하는 센티넬과 뮤턴트의 전쟁이 아니라 뮤턴트 무리 내의 방법론들이 서로 아귀다툼을 벌이는 데 있다. 뮤턴트의 안전이라는 한가지 이슈를 보는 다양한 가치관들이 서로가 옳다며 치열한 논쟁을 하는 것이다. 정답이 확실한 선악의 경계는 이미 무의미하다. 어느 것이 옳은지 그른지, 사실 관객들도 판단이 잘 안되는 방법론들이 영화 내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데이즈 오브 퓨쳐 패스트’에서 이 방법론의 갈등은 인간적인 선에서 적당히 봉합되었으나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과거를 변화시켜 미래를 바꾸는 데 성공한 엑스맨들은 한때 평화로웠던 그때로 완벽하게 세팅된 것이다.


따라서 ‘엑스맨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어벤져스’를 대표로 하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거의 맞먹는 흥미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 승승장구하던 ‘마블 스튜디오’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21세기 폭스’의 엑스맨 유니버스라는 대항마를 만났다. 영화팬의 입장에서는 ‘평행우주론’의 실사판이 아닐까. 스크린에서나마 이토록 흥미로운 유니버스들이 우리와 함께 존재하고 있으니. (2014년 6월 작성)


제목 - 엑스맨 :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X-Men: Days of Future Past, 2014, 미국)

OTT - 디즈니+

OTTXX-Men: Days of Future Past-Men: Days of Future P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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