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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정말 웃고 있을까?

흉터와 웃음의 이면에 숨겨진 진짜 마음

by Purity and humility


단단한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나는 늘 비슷한 생각에 잠긴다.

저 단단함은 얼마나 많은 아픔을 통과한 끝에 세워진 것일까.


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 사람도 다르지 않다.

누구보다 단단해 보이는 사람은, 누구보다 깊이 부서져 본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


단단하다는 건 아프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다. 맞고 갈라지고, 다시 이어 붙은 흔적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흉터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질겨진 마음은 티가 잘 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래서 착각한다. 강해 보이니 괜찮을 거라고. 하지만 단단해 보이는 그 사람은, 사실 누구보다 많은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겉과 속이 다른 내면의 진실을 그리는 화가는 Zeng Fanzhi 과 John Zurier가 대표적이다.


Zeng Fanzhi의 Mask Series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우리를 찌른다. 가면 같은 웃음을 쓴 얼굴들. 너무 괴롭고 힘든데 웃고 있다. 웃음은 보호색이고, 미소는 방패다. 표면은 웃고 있지만 내면은 피투성이인 현대인의 초상이다.

Zeng Fanzhi — Mask Series no 9.jpg Zeng Fanzhi — Mask Series no 9

겉으로는 사회적 역할과 기대를 감당하느라 익숙한 표정을 짓지만, 속은 무너져 내리고 있는 얼굴들. Zeng Fanzhi의 가면들은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Zeng Fanzhi — Mask Series.jpg Zeng Fanzhi — Mask Series no 9


John Zurier의 그림은 단단하면서도 유연하다. 강하고 짙은 색이 화면을 지배하지만, 흰색과 연한 색이 결코 잃지 않는 여백을 남겨둔다.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묘하게 긴장하면서도 풀어지는 이중의 감각을 선사한다. 견고한 벽 같지만 동시에 부드러운 바람이 스며드는 창문이기도 하다.

John Zurier — Untitled (2022).jpeg John Zurier — Untitled (2022)


Zurier의 그림이 ‘단단해지는 과정의 흔적’을 말한다면, Zeng의 그림은 ‘버티기 위한 위장’을 고발한다. 두 세계는 멀리 떨어져 있는 듯하지만, 결국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얼마나 단단해졌고, 또 얼마나 가면을 쓰고 있는가.


단단해지는 건 상처의 증거이고, 웃는 얼굴은 살아내기 위한 마지막 방어다. 그렇게 우리는 두드려지고, 갈라지고, 다시 봉합되며 매일의 가면을 쓴다. 누군가는 단단해 보이고, 누군가는 웃고 있지만, 그 뒤에는 누구도 쉽게 말하지 못한 내면의 고통이 있다.그래서 중요한 건 착각하지 않는 일이다.


강해 보이는 사람에게, 웃는 얼굴을 한 사람에게, “괜찮아 보인다”는 말 대신 “힘들지 않냐”는 질문을 건네는 것. 그 한마디가 단단한 벽을 여는 문이 되고, 웃는 가면을 벗기는 손길이 된다. 그렇게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진짜 얼굴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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