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나무라는 노래가 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이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람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유행가인 줄 알았는데 성가곡이더라는. 당신은 당연히 주님이시고. 소설이 되었건 영화가 되었건 이 노래처럼 굳이 드러내지 않고도 복음을 전할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던 중에 만난 <우리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보신 것 What Our Lord Saw from the Cross>이라는 그림이 바로 그랬다. 제목 그대로 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기 전에 보신 것을 그리고 있고, 그래서 당연히 주님은 보이지 않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는 그림이다.
지난주에 목사님께서 책을 하나 건네주셨다. 평소 설교에 명화 속에 담긴 복음을 풀어 설명하시는 일이 많았는데, 그것을 묶어 <최주훈의 명화 이야기>를 출간하신 것이다. 명화에 담긴 은유와 상징, 은유와 상징이 뜻하는 복음의 의미를 하나하나 따라가다가 매우 흥미로운 글을 읽게 되었다.
19세기 프랑스 인물인 제임스 티소라는 화가 이야기였다. 그는 성지를 탐방하며 10년에 걸쳐 신약성서에 들어갈 삽화를 그렸는데, 그것을 묶어 <그리스도의 생애 Life of Christ>라는 책으로 출간했다. 무려 350여 점의 수채화로 이루어진 이 책은 <티소 성경>으로도 널리 알려졌다고 했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작년 5월 <예수의 생애>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그런데 책값이 무려 30만 원. 관심의 대가로는 너무 큰 금액이었다. 무슨 그림이 들었나 싶어 온라인 서점에서 올려놓은 미리보기를 살피는데, 거기 바로 <What Our Lord Saw from the Cross> 그림이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마음이 급해졌다. 정독도서관에도 없고. 혹시나 해서 아마존을 뒤지니 paper back으로 나온 게 249.99달러, hard cover는 무려 2,995달러. 막 포기하려는데 옆에 3.29달러짜리 전자책이 보이지 않는가. 원 클릭 결제로 구매 성공. 그 옆에 같은 가격의 수채화 110점으로 이루어진 <Old Testament>도 함께.
화려한 도감으로 보는 것만이야 하겠는가마는, 그래도 모니터 화면에 꽉 차게 키워놓고 나니 그런대로 볼만 하다. 오늘은 그림 때문에 희희낙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