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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5.03.21 (금)

by 박인식

사우디 인구의 40%가 외국인이다. 3대 도시로 한정하면 내국인과 외국인이 반반이고, 그중 취업 연령대만 따지면 외국인이 오히려 60%를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길거리에 외국인이 더 많다는 게 단순한 느낌만이 아니다.


외국인 중에 중동인도 적지 않지만 인도 파키스탄을 비롯한 서남아시아 사람들이 절대다수이고, 그들은 대부분 영어를 사용한다. 결국 외국인 대부분이 영어를 사용하는 셈인데, 우습게도 그중 가장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 미국인이다. 모두 각자의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십 년 넘게 살다 보니 그들이 하는 영어만 듣고 어느 나라 사람인지 구별할 정도가 되었다. 억양도 그렇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나라마다 특별히 자주 쓰는 단어가 있기 때문이다. 마치 지문 같은.


그림에도 그런 게 있는 모양이다. 나는 그림에 대해서는 백지라 할 만큼 아는 게 없다. 하지만 페북에서 만난 몇몇 분 때문에 그림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중 한 분인 김석희 선생께서 문래동 아트필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마침 전시장이 퇴근길이어서 잠시 들렀다. 눈에 익은 그림도 있고 조금은 낯선 그림도 눈에 들어왔다. 다른 그림에 비해 경계가 선명해서 낯설어하니 요즘 새롭게 시도하는 거라고.


그림을 모르는데도 자주 보니 구별이 되기는 한다. 다른 화가들의 그림과 섞어놔도 선생의 그림은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질 정도다. 그림에도 지문 같은 게 있는 모양이다. 화가만의 독특한. 선생의 그림엔 꽃이 자주 등장하는데, 꽃잎의 경계가 그렇게 독특하다. 구름의 경계도, 파도의 경계도 꼭 일정 비율만큼 채도가 차이 나는 듯싶기도 하고. 설명하지는 못하겠지만 꽃 그림이 특히 그렇다. 민소매 흰옷을 입은 여인이 들고 있는 꽃다발이 바로 그 예이고. 그게 꽃이 섞여 있는 모습 때문인지 꽃대의 굵기 차이인지, 아무튼. 선생의 그림엔 유독 아주 밝은 연두색이 포인트처럼 박혀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선생께서도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라고 내 느낌을 응원했다.


그런데 이렇게 써놓고 나니 ‘그림 좀 아는 오빠’ 글 같지 않은가? 절대 그럴 리는 없지만, 혹시, 만약, 그런 면이 있다면 그건 온전히 선생 덕분이다. 전시회 기간이 아직도 적지 않게 남았는데 선생께서 고단해 보여 조금 걱정되었다. 힘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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