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하는데 갑자기 목이 잠겼다. 목 잠기는 거야 드문 일도 아닌데, 자다 일어나보니 목이 잠겼던 것이지 멀쩡히 말하다가 급작스럽게 목이 잠긴 일은 없었다. 병원도 다녀오고 약도 며칠 먹는 동안 나아지는 것 같더니 어제는 동료들 보기 민망할 정도로 기침을 해댔다. 병원에 들러 처치를 받고 아침 시간이 거의 다 지날 무렵에 출근했다.
일을 다시 시작하고 나서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보낸다. 그렇기는 한데,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넋 놓고 앉아 있기 일쑤이다. 일이 많기는 해도 일 때문에 지쳐본 일은 없어서 그런 내 모습이 조금은 낯설다. 주일에는 그것대로 바쁘니 온전히 쉴 수 있는 건 토요일 뿐이라 요즘은 가급적 토요일에 일을 만들지 않는다. 오늘 아침 병원에 다녀오느라 늦게 출근하면서 문득 나이 탓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교회에서 나이 먹도록 유세하는 사람들이 보기 싫어 오래전에 모교회 친구들과 예순다섯에 은퇴하자고 했다. 그래서 예순다섯 되던 해 출석하던 리야드교회에서 은퇴했다. 자기는 일흔까지 해야겠다는 사람들 때문에 은퇴가 아니라 사직이 되기는 했지만. 귀국하고 루터교회에 출석하면서 성가대를 다시 시작했다. 그저 손님으로 머물겠거니 했던 터라 성가대를 함께 하자는 권유에 앞뒤 재지 않고 그러자고 했다.
일흔을 앞두고 성가대를 그만둘 생각을 하고 있는데 해외 현장에 나갈 일이 생겨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일 마치고 돌아와서 복귀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일이 하루 이틀 늦어지다 보니 그만 일흔을 넘기게 되었다. 지난주에는 사돈 은퇴식에 가느라 그랬고, 이번 주에는 목이 잠겨 성가대를 빠져야겠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지금이 그만둘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성가대 분위기에 취해 그만둬야 하는 때를 놓쳤던 모양이다. 지금이라도 깨달았으니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