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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5.04.27 (일)

by 박인식

나는 모르는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책을 읽는다. 책 말고도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게 여럿 있지만, 요즘처럼 진위 구분이 어려워진 세상에서는 호기심을 해결할 수 있는 지식을 얻는데 책만 한 것이 없다. 책은 출판사라는 검증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서 메모하는 습관이 생긴 건 꽤 오래되었다. 그러다 거기에 질문이나 소감을 덧붙이기 시작했고, 몇 년 전부터는 그것을 글 한 편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독후감인 셈인데, 언제부턴가 독후감이라는 말 대신 서평이라고 쓰길래 별생각 없이 내 글에도 서평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서평이라는 건 도서에 대한 비평이 아닌가. 그렇다면 서평은 적어도 책을 읽고 비평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나 해당하는 이름인 것이고. 나처럼 책을 읽고 배우는 수준에 있는 사람들이 쓸 이름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 생각이 들고나서는 차마 서평이라고 부르지 못하겠더라. 그렇다고 독후감이라고 쓰자니 너무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고. 그래서 이도 저도 아닌 북리뷰라는 어정쩡한 이름을 붙이고 있다.


창간호부터 구독하고 있는 계간 서평지 <서울리뷰오브북스>에서 얼마 전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우주리뷰상을 만들었다. 요즘 서평을 쓰는 이들이 부쩍 많아져서 서평이 꽤 많이 들어올 것 같기는 했다. 뒤늦게 수상작을 읽는데, 응모한 글이 500편 가까이 되었다고 했다.


수상작을 소개하는 글에서 심사위원장인 홍성욱 교수가 심사 기준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책의 내용을 충실히 소개하고 장단점을 분석하며 자신의 비판적 평가를 포함해야 한다는 서평의 정석을 잘 지켰는지에 중점을 두었다. 여기에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와 서평을 읽으면 책을 읽고 싶게 되는 글맛도 심사 기준에 포함했다.”


서평에 대해 아주 선명하게 정리해 놓은 글이라 얼른 옮겨 적었다. 소개, 분석, 비판. 거기에 메시지와 글맛까지 갖추면 서평으로서는 금상첨화라는.


그동안 내가 쓴 글은 주로 소개에 그쳤다. 그 책으로 새롭게 지식을 얻는 처지이니 분석이나 비판을 할 수준은 아니고. 서평이라고 쓰지 않기를 잘했다는 말이다. 글맛 때문은 아니겠지만 책 소개를 읽고 책을 읽고 싶어졌다는 사람이 있기는 했고, 간혹 메시지가 담기기도 하니 서평이 갖춰야 할 다섯 가지 요소 중 절반은 채운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내 글이 서평이라는 뜻은 아니다. 자꾸 쓰다 보면 그런 글을 한두 개쯤 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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