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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잉여일기

2025.05.30 (금)

by 박인식

유시민 발언으로 인한 논란을 바라보면서 문득 예전에 써놓은 글이 생각났다. ‘비난에 대처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써놓은 글이다.


“나와 다른 의견은 귀담아들을 일이지 거기에 매여있거나 끌려다닐 일이 아니다. 나에게 대한 비난 또한 마찬가지다.”


나는 그를 끔찍이도 싫어했다. 그런데도 그의 글에 끌려 읽은 책만 해도 열 권이 넘는다. 글에서 발견하는 그는 “옳은 소리를 저토록 싸가지없이 이야기하는” 그와 너무도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방송에 전념하는 모습은 그의 글에서 발견한 모습에 상당히 가까웠는데,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전에 쏟아냈던 발언을 후회하거나 아니면 마음과 달리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나보다 생각했다. 그때는 얼굴에도 이전에 볼 수 없던 온화함이 나타났다. 넉살맞기도 했고.


정계에 복귀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래도 옛날 모습 그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예전 모습으로, 오히려 예전보다 더 못된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그가 자신에 대한 비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비난에 매여있지도 않고 끌려다니지도 않을 사람이지만 그래도 귀담아듣지는 않겠나 했는데, 지금 보니 귀담아들을 사람도 아니다.


어른들이 사람 고쳐서 쓰는 거 아니라고 말씀하시지만, 나는 그래도 사람이 고쳐진다고 믿는다. 그런데 저런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어른들 말씀이 맞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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