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하나가 짧은 음악 영상과 함께 물음표를 보내곤 한다. 무슨 노래냐고 묻는 것이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어 놀이삼아 하는 일인데, 그게 치매 예방에 좋단다. 어디서 그런 영상을 얻어오는 건지, 아니면 자기가 만드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머릿속에서 맴돌면서 생각나지 않을 땐 짜증도 나지만, 일하다가 잠깐씩 쉬어가는 재미거리로 그만한 게 없다. 노년에 취미가 같은 친구가 있는 것도 큰 복이 아닐 수 없다.
몇십 초, 길어야 1분을 넘지 않는 짧은 영상으로 그게 무슨 노래인지 맞히는 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어떤 건 채 10초도 되지 않는다. 좋아하는 노래 같으면 그것마저도 필요 없겠지만. 차라리 모르는 노래면 그저 모른다고 하면 되지만, 너무 잘 안다 싶은 노래라면 그저 궁금하다고 덮고 넘어갈 수가 없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제목으로 검색도 해보고, 하다 하다 안 되면 구글 노래 검색 기능으로 기어코 찾아내고 만다.
일주일쯤 전에 40초짜리 영상을 하나 보냈다. 그저 아는 노래가 아니라 자주 흥얼거리고 다녀 입에 붙은 노래인데, 머릿속에서는 그 이후로 노래 끝날 때까지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도무지 제목을 떠올릴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구글 노래 검색으로 찾았다.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이었다. 끝에 ‘Gaudeamus igitur’ 합창이 붙은. 부르기도 참 많이 부른 노래인데. 그러고 나서 한 주일 내내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다녔다.
토요일 아침 느긋하게 커피 한 잔 내려 마시면서 이 노래를 다시 들었다. 문득 혜인 아범 결혼할 때 이 노래가 신랑 입장곡이었다는 게 생각났다. 그래서 오랜만에 결혼식 영상을 다시 틀어봤다. 혜인 아범 학교 동아리였던 선교합창단이 불렀다. 지금 보니 의외였던 하객도 꽤 많다. 결혼식 때 이미 사우디에 부임한 상태여서 그날 찾아준 하객들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한 게 마음에 걸린다. 그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참 젊었다. 하긴, 십오 년도 넘은 일이니 안 그러는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