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진우 기자를 잘 안다. 그가 진행하는 문화방송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십 년 가까이 단 한번도 빠뜨리지 않고 들었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들을 수 있는 팟방 덕분이다), 삼프로TV 언더스탠딩 방송의 경제 콘텐츠 중 투자와 증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방송을 들었다. 그러다 보니 가족 목소리보다 그의 목소리가 더 친근할 지경이다.
경제 현안에 관한 한 지금까지 그보다 귀에 쏙쏙 들어오도록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이를 본 일이 없다. 그가 설명에 동원하는 비유는 탁월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그를 비달, 비유의 달인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경제 상식의 팔 할은 그의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머지 이 할도 그의 설명을 듣고 생긴 궁금증을 풀기 위해 찾아보면서 알게 된 것이니 내 경제 상식은 온전히 그의 덕분이라 하겠다.
그렇게 줄기차게 들었으니 그의 지론과 지론을 설명하기 위한 비유까지도 거의 외울 정도가 되었다. 때로는 그에게서 듣고 배운 것에 그의 비유까지 덧입혀 멋들어지게 남에게 설명하기도 한다.
그가 쓴 책이 꽤 여러 권이다. 그의 전작 중 <거꾸로 보는 경제학>과 <친절한 경제 상식>을 읽었으나 방송에 쏟아낸 그의 음성 콘텐츠가 제대로 담겼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 읽고 다시 꺼내 보지 않았다. 이번에 나온 <이진우의 다시 만난 경제>는 전작과 달리 그의 지론이 비교적 충실히 반영되어 있다.
그의 지론을 다 이해하고 비유조차 외울 정도라면서 왜 굳이 책을 사느냐고 물을 수 있다. 기억이 나지 않아서도 아니고 새롭게 확인할 게 있어서도 아니다. 팬심으로 책 한 권 팔아주자고 산 것도 아니다.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다만, 조각조각으로 나누어 기억하고 있는 내용을 책 한 권으로 꾸린 게 있다면 필요할 때 돌아오지 않는 기억을 쥐어짤 것이 아니라 이것으로 해결하리라는 심산에서였다.
그렇다고 그의 책을 사러 회사에서 그 먼 교보문고까지 굳이 찾은 건 아니다. 내가 번역하고 쓴 책을 선물할 누군가가 생겼기 때문이다. 초판조차 소화하지 못한 저자로서 받은 쥐꼬리만 한 인세를 내가 번역하고 내가 쓴 책 사는 데 다 탕진하려고 갔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책을 찾아 계산대로 가던 중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한 것이고.
그런데 책 표지가 저게 뭔가. 너무 성의 없지 않으냐. 70년대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