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인 어멈을 처음 사진으로 만났을 때 “아, 가족이 되겠구나” 싶었다. 몇 달 뒤, 상견례를 며칠 앞두고 베를린에서 만나 아내와 셋이 사진을 찍었다. 그게 아마 혜인 어멈과 처음 찍은 사진이었을 것이다. 결혼 청첩장에 둘이 만나 결혼에 이르기까지 사진을 넣은 것 중에 그 사진도 들어 있었다. 선배 한 분이 바빠서 참석 못 한다면서 사위 얻은 걸 축하한다고 했다. 딸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혜인 어멈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 늘 웃는 낯에, 남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었다. 결혼하고 십오 년이 넘도록 우리 마음을 섭섭하게 한 일이 없다. 어쩌니저쩌니해도 외국에서 산다는 것이 외롭고 고단할 수밖에 없는 일이고, 그래서 이곳에서와는 달리 집으로 이웃을 초대하는 일이 많다. 쉽지 않은 일인데 언제나 한결같이 반가운 얼굴로 손님을 맞고, 음식도 지극정성으로 준비한다.
아이들이야 부모 모습을 보고 배우는 것. 그래서 아이들도 남에 대한 배려가 몸에 배었다.
혜인이가 죽고 못 살 만큼 좋아하는 사촌이 있다. 어제오늘 모처럼 만나 아주 깨가 쏟아지고 있을 것이다. 어제 그 집에 가면서 꽃을 사 갔던 모양이다. 제 어멈이 시켰으려니 했는데, 아니란다. 요즘은 어린이용 현금카드가 있는 모양인데 한도가 5만 원이어서 꽃 사는데 돈이 조금 모자랐던지 엄마한테 전화해서 알았다고 했다.
조카며느리가 꽃을 받고 사진을 올려놓았다. “작은엄마, 한국에 올 때마다 챙겨주셔서 고마워요. 감사합니다!”
내가 참 복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