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체코일기 2025.08.21 (목)

by 박인식

나도 틀릴 수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지요. 이해하기 어려운 말도 아니고 너무도 당연해 이론의 여지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걸 받아들이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문제를 피할 길이 없습니다. 이는 누구에게나 같을 것이니 내게 특별히 불리할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내가 소심한 데다 겁도 많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나이가 있는 만큼 틀리면 안 된다는 강박마저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흔들림마저 감춰야 한다는 부담도 있구요. 어렵게 쌓아온 신뢰와 권위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지요.


그러니 문제가 생길 때마다 매번 허둥지둥합니다. 문제를 잘 해결해도 그게 내가 제대로 대응했기 때문인지, 운 좋게 피해 간 건지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합니다. 물론 그게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오랜 사회생활에서 익힌 위장술 덕분일 겁니다.


요즘은 문제가 생겨도 예전만큼 허둥지둥하지 않습니다. 틀릴 수 있다는 걸 인정하니 자연히 다른 의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그만큼 잘못 대응할 일이 줄어들고, 그 믿음이 생기니 여유를 찾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당연한 일을 깨닫고 받아들이는데 뭐 한다고 수십 년이 걸렸을까요? 참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오늘도 문제가 하나 튀어나왔지요. 문제 있는 건 알았던 일이고, 언제 튀어나올까, 어떻게 대응할까, 혹시 그냥 없어지지는 않을까 수없이 생각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내일 해결하러 먼 길을 다녀와야 할 것인데, 그래도 걱정이 되지는 않습니다.


모처럼 비가 내립니다. 하루쯤 쉬었으면 했는데, 쉴 만큼은 아니네요. 어찌하고 있는지 돌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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