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덴 방문기
16년 만에 드레스덴을 다시 찾았습니다. 장기 비자를 신청해야 하는데, 다행히 단기 비자가 있는 사람은 서울로 돌아가지 않고 드레스덴에 있는 체코 비자센터에서 신청할 수가 있다는군요.
현장에서 떠나 프라하 번역 사무소에서 서류를 찾아 드레스덴에 도착하니 한 시가 다 되었습니다. 점심 먹고 비자 신청하면 두세 시간은 남을 줄 알았는데, 글쎄 비자 신청서를 엉뚱한 걸로 작성했다지 뭡니까. 몇 번이나 확인했는데. 서류도 두 개나 보완해야 한다네요. 다행히 센터에서 배려해줘서 미비한 서류는 우편으로 제출하기로 하고 나오니 다섯 시가 넘었습니다. 비자센터 직원들이 짜증이 날 대로 났지요. 특별히 외교부에서 부탁한 게 아니었으면 접수도 못 할 뻔했습니다.
비자 신청을 마치고 부랴부랴 다리를 건너 젬퍼오페라로 왔습니다. 그리고 혜인 어멈 아범 앞세우고 돌아다니던 골목을 찾았습니다.
16년 전 여름, 베를린 한스아이슬러에서 공부하다가 만난 두 사람이 결혼하기로 하고 양가가 학교 근처에서 상견례를 했습니다. 3월에 베를린 갔을 때 스쳐 지나면서 봤는데, 어버이날 선물이라며 둘이 찍은 사진을 보내지 않았겠습니까. 사진을 보는 순간 “아, 식구가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상견례 다음날 양가가 드레스덴으로 놀러 왔지요. 그러고 다음 날 바깥사돈이 집례해 약혼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며칠이 제 인생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기쁜 날이었습니다.
혜인이가 이미 중학생이 되었고, 혜원이도 지난달 초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그 16년 사이에 말입니다. 다행히 아범은 극장에서 자리를 잘 잡았고 어멈은 늦기는 했지만 몇 년 전부터 자기 전공을 살려 독일에서 유아와 어린이 음악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추억을 되새기며 그 길을 다시 걷고 말입니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이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