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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슈타츠오퍼 <코지판투테>

by 박인식

귀가 잘 안 들리기 시작한 지는 꽤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주위에서 먼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그저 요즘 사람들 발음에 왜 점점 흐트러지나 생각했습니다. 특히 젊은 여성에게서 그런 현상이 두드러졌지요. 그래서 멋 내는 데 신경 쓸 거 몇분의 일만 똑똑히 말하는 데 신경 쓰면 얼마나 좋을까 그랬습니다. 안 들린다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애꿎은 남 탓만 한 겁니다.


주위의 강권으로 어쩔 수 없이 청력검사를 받았습니다. 보청기를 사용할지 말지 애매한 경계 상태라더군요. 보청기 끼어봐야 개선 효과를 잘 모를 거라면서 더 나빠지면 그때 오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음역이 좀더 나쁜데, 그래서 젊은 여성 음성이 잘 안들릴 거라고 하네요. 그것도 모르고 젊은 여성만... 그것 참.


요즘 들어 스스로 느낄 정도로 청력이 떨어졌습니다. 잘 안 보이면 안경 쓰듯 잘 안 들리면 보청기 끼면 되겠지요. 이번 휴가 땐 어쩔 수 없이 하나 맞춰야 하겠습니다. 그렇기는 한데, 빈 슈타츠오퍼 티켓 사놓고 나니 슬며시 걱정되질 않겠습니까. 더구나 천정 밑까지 올라가야 하니 말이지요.


그런데 모두 기우였습니다. 2천 석이 훌쩍 넘는 오페라극장인데 선명하게 잘 들리더군요. 눈에 보이지 않으면 더 안 들리게 마련입니다만, 가려서 안 보여도 잘만 들렸습니다. 성악 발성이 잘 들려서일 수도 있고, 음향이 좋아서일 수도 있고, 어차피 못 알아듣는 노래이니 구분을 못하는 것일 수 있지요. 그런데 페르난도의 아리아 Un’aura amorosa는 잘 들렸거든요.


또 하나 신기한 게 있습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밭은기침을 합니다. 병원에서 친구 삼아 살라는 증상이니 그런가 보다 하고 살지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주변에서 불편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공연장에서는 그 증상이 싹 없어집니다. 신기한 일이지요? 오늘도 역시.


아무튼 오늘 생각지도 않게 빈 슈타츠오퍼에서 제대로 된 오페라를 즐겼습니다. <코지판투테>를 직접 본 게 두 번인가 그렇고, 영상으로도 두어 번 봤습니다만, 썩 흥미있어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빈 슈타츠오퍼이니 얼른 가기는 했어도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노래가 아니라 스토리에 끌려서 본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자막이 눈앞에 있는 것도 도움이 되었고, 노래가 편안하니 그저 내용에 집중할 수 있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출연자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봤는데, 소리가 여간 탄탄한 게 아니었습니다. 명불허전이더군요. 과연 빈 슈타츠오퍼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연주였습니다.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세 시간 반을 스탠딩석에 서서 버텨준 다리도 대견하고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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