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체코일기 2025.11.09 (일), 텔치

by 박인식

이젠 주말엔 쉴 만큼 자리가 잡혔습니다. 그래서 미뤄두었던 계획을 하나씩 해나갈 생각입니다. 가까운 곳부터 이곳저곳 다녀보려구요.


오늘은 숙소에서 남서쪽으로 35킬로미터 떨어진 텔치(Telč)를 찾았습니다.


겨울철 유럽에서 맑은 날씨를 만난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고 눈이 오는 것도 아니고, 우중충하게 비 오고 바람 불고 그런 날이 대부분이지요. 물론 남유럽은 다르겠습니다만. 오늘도 날씨가 그저 그랬습니다. 그래서인지 광장은 텅 비고, 썰렁하네요. 날씨 맑은 여름날 광장 카페 그늘에 앉아 찬 한 잔 마시며 나른한 오후를 보내면 딱 좋을 만한 곳. 딱히 손꼽을 만한 곳은 없는 도시입니다.


그런데 이 광장이 1992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선정되었다는군요. 숙소 근처에 있는 유대인 지구도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 하고, 지난번 출장 때 다녀온 체스키크룸로프도 그렇고.


이십 년 전에 오스트리아 빈을 찾았을 때 ‘압도’라는 말이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모든 건물이 압도적으로 컸거든요. 전체 높이나 규모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한 층이 거의 두 층 높이였습니다. 문도 높고, 문틀 위로도 사람 한 길은 될 만큼 높았으니 말입니다. 독일에서는 별로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요즘 체코에서도 그런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오늘 찾았던 텔치 성도 그랬습니다.


또 하나 부러운 것은 곳곳에 펼쳐진 정원이었습니다. 오늘 찾은 텔치 성 뒤편에 있는 자메츠키 공원이 우리 용산 공원만큼은 되어 보였습니다. 어되 여기 뿐이겠습니다. 그런 곳이 사방에 널렸어요. 우리보다 조금 적은 땅에 인구는 겨우 천만 명 정도이니 우리와 같을 수가 없겠지요.


중부 유럽과 동부 유럽 경계쯤에 도시가 꽤 여럿 있습니다. 북해에 가까이 있는 함부르크에서 출발해 남쪽으로 내려오면 거의 두 시간 간격으로 큰 도시들이 있지요. 함부르크-베를린-드레스덴-프라하-부르노-빈-부다페스트. 그 도시를 철도가 관통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부르노 근처이지요. 그래서 저희 막내 과장에게 여기서 일하는 동안 주말에 계획을 잘 세워서 함부르크로부터 부다페스트까지 종주해보라고 권했습니다. 저는 그중 맨 위 도시인 함부르크와 맨 아래 도시인 부다페스트를 가보지 못했습니다.


올해 안에 부다페스트를 가볼까 생각하고는 있는데 어떻게 되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선 일요일마다 근처 작은 도시를 하나씩 다녀보려고 합니다.


지난번에 아이들이 왔을 때 프라하성을 같이 가려니 반응이 좀 별로였습니다. 성을 워낙 많이 봐서 별 흥미를 못 느낀다고 하더군요. 하긴 아이들 사는 동네에서 이삼십 분만 가면 고성이 줄줄이 늘어서 있으니 왜 안 그러겠습니까. 저희도 처음에 독일 가서는 성 구경 다니느라 바빴습니다. 신기했지요. 우리는 성을 찾아보기도 어렵고, 건축물 말고는 딱히 볼 게 없지 않습니까. 여기는 성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게 참 많더군요. 하긴 성이 모두 개인 소유이다 보니 관광객 입장료 받아서 꾸려야 하고, 그러니 관광객 볼거리를 잘 준비해놔야지요. 덕분에 저희도 성 구경 꽤 많이 했습니다. 고성에 꾸린 호텔에서 자보기도 했고 말입니다.


다음 주에는 또 어딜 갈까 궁리를 해봐야겠습니다. 어차피 체코에 관광차 와도 이런 구석구석까지 찾으실 일이 없으실 테니 구경이나 한번 해보시라고 사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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