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여느 때처럼 성경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처음 성경을 쓸 때만 해도 한 구절 한 구절 의미를 새기기도 하고, 그러면서 미처 깨닫지 못한 걸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써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해서 지루해지기 시작했지요. 절반쯤 썼을 때는 내가 뭐 하러 이 고생을 사서 하나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시작했으니 도중에 그만두지 못하고 끝을 맺기는 했는데, 끝내고 나니 끝냈다는 홀가분함 말고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습니다. 훗날 그게 내 영성의 기초가 되었다는 걸 깨닫기 전에는 말이지요. 물론 영성이라고 하기엔 보잘것없기는 하지만.
그게 이십 년쯤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꼬박 삼 년이 걸렸지요. 그 지루한 작업을 몇 년 전에 다시 시작했습니다. 지루하지만 얻는 게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두 번째 쓰기를 마치고 나서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 하나 달라진 게 있기는 했습니다. 그게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이지요. 그래서 내쳐 세 번째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습관이 되기는 했는데, 전에만큼 치열하게 쓰지는 않습니다. 전에는 쓰기를 거르면 거른 날 수만큼 밀린 걸 채워 넣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거르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하루야 그런대로 채워 넣지만 이삼일이 넘어가면 밀린 거 채우는 일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어느 날 문득 그렇게 자신을 옥죄면서까지 써야 할 일이 뭘까 싶어서 거르면 거르는 대로 건너뛰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도 꼭 챙겨 가던 것도 그만뒀습니다.
현장에 와서도 거르지 않으려고 애를 쓰기는 하지만 거기에 묶여 살지는 않습니다. 이러다가 중간에 그만두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뭐 어쩌겠습니까.
그렇기는 해도 이제는 성경 쓰는 게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는 행위 정도, 딱 그 정도의 일과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의미가 전혀 없지는 않군요. 내 존재를 확인하는 일이라니요. 아주 중요한 일이었네요.
저는 식사 기도를 거르지 않습니다. 제게 식사 기도는 나 자신이 누군지 드러내는 행동입니다. 선언이자 족쇄이지요. 내가 누군지 드러내고, 그것으로 자신을 옭아매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것과 함께 자기 전에 성경을 쓰면서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그렇다면 손이 떨려서 쓰지 못할 지경이 되기 전에는 그만둬서는 안 되는 일이로군요.
이런, 글 결론이 왜 이 모양이 되었을까요? 이래서 밤에는 글을 쓰면 안 되는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