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다녀온 텔치에 이어 오늘은 나메슈트 나드 오슬라보우(Namešt nad Oslavou)라는 곳을 다녀왔습니다. 이름이 길기는 한데, 알고 보면 간단합니다. ‘오슬라보우강에 있는 나메슈트라’는 뜻이지요. 이런 이름은 유럽에서 흔히 찾을 수 있습니다. 유럽 허브 공항이 있는 프랑크푸르트는 워낙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입니다. ‘마인강에 있는 프랑크푸르트’라는 말입니다. ‘프랑크푸르트 암 오더’라는 도시도 있거든요. 그렇다면 체코에도 이곳 말고 나메슈트가 또 있다고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지요.
저희가 사는 트르제비치에서 동쪽으로 2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입니다. 도시에 별다른 특징이 있어서는 아니고, 산 위에 우뚝 솟아있는 나메슈트 성(Chateau Namešt)을 찾아간 것이지요. 1220년경 지어진 이 성은 모라비아 지역의 대표적인 르네상스 건축입니다. (체코는 서부의 보헤미아, 동부의 모라비아, 동북부의 실레시아로 나뉩니다) 16세기엔 모라비아의 문화적 사회적 중심지로, 18세기에는 음악의 중심지로 이름을 떨쳤습니다. 1830년경에는 하인으로 이루어진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까지 거느렸다는군요. 독창자가 9명에 합창단원이 24명이라니 작은 규모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아마데우스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모차르트의 경쟁자였으나 결국은 그의 그늘에 묻혀버린 살리에리라고 있습니다. 그가 성주의 친구여서 성주인 백작에게 레퀴엠을 헌정했고, 살리에리 사후인 1825년 성채 예배당에서 초연이 이루어졌답니다. 그 명맥은 지금까지 이어져 모라비아 국제음악 페스티벌, 체코 오페라 가곡 창작 마스터 클래스를 비롯한 다양한 음악 행사가 열립니다. 이달에도 대강절 음악회가 있네요. 기대가 큽니다. 성채 음악회라니요. 예약은 필요 없고 티켓값은 6,500원. (성 입장료는 10,000원이랍니다)
유럽에는 정말 성이 많습니다. 가다 발에 차이는 게 성이라고 해도 될 만큼. 그중에는 국가 소유도 있고 개인 소유도 있습니다. 개인 소유는 더 말할 나위도 없고 국가 소유라고 해도 운영유지비가 만만치 않게 들겠지요. 그래서 성을 이용하는 프로그램이 아주 다채롭습니다. 이 성 역시 그렇더군요. 게스트하우스도 있고, 결혼식에 빌려주기도 한답니다. 사용료는 40만 원. 10만 원을 내면 성안에서 웨딩 촬영도 할 수 있고, 신랑 신부가 탈 마차도 빌려줍니다.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 지휘자인 사이먼 래틀 경이 2008년 체코 가수인 마그달레나 코제나와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 성은 사실 10월 말부터는 4월 초까지는 일반에게는 공개하지 않는데, 우연히 다른 단체 관람이 있어서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변변한 사진이 없습니다. 11월 30일에 열리는 대강절 음악회 때 잘 찍어서 여러분께 보여드리겠습니다.
음악회에서는 중세 초기부터 16세기 후반까지 발전한 마리아 대강절 미사곡을 연주합니다. 고전적 그레고리오 성가를 기본으로 해서 입당송 ‘로라테 카엘리(Rorate caeli)’, 두 번의 성서 봉독 사이에 부르는 성가(그라두알레)인 ‘아 수모 카엘로(A summo caelo)’, 봉헌 행진 성가(오퍼토리움) ‘아베 마리아(Ave Maria)’, 그리고 성체 영성체 성가(코무니오) ‘베아타 비스케라(Beata viscera)’. 들어보지 못한 곡이지만 성채에 울려 퍼지는 성가라니 기대 안할 수가 없네요. 음악회가 끝나면 와인과 간식도 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