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으로 산다는 건 매우 고단한 일입니다. 몇 년 전, 오랜 사우디 생활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공항에서 받은 첫 느낌이 말이 모두 들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변의 말소리가 그대로 들린다고 느끼는 순간 내가 그동안 엄청 긴장하고 살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에 둘러싸여 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아마 여행자로서는 짐작하기 어려운 일일 겁니다.
8월 1일 석 달 단기비자로 입국했고, 10월 1일 장기비자를 신청했습니다. 단기비자 만료일까지 장기비자가 나오지 않아 잠깐 빈으로 비자런를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오늘 드레스덴에서 비자를 찾았습니다.
그동안 만난 체코 사람들이 모두 점잖고 친절했는데, 유독 드레스덴 비자센터 직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비자 신청할 때도 얼마나 떽떽거렸는지 모릅니다. 불친절한 정도가 아니라 모멸감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아쉬운 처지이니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지요. 오늘도 그 모습은 여전하더군요. 그걸 쳐다보는데 문득 사우디 출입국할 때마다 아무 말 못 하고 당하던 때 생각이 나지 않겠습니까. 귀국하면서 다시는 그 꼴 당할 일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이제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고 지문 등록하고 나면 거주허가증을 받습니다. 어쩌니저쩌니 해도 여기가 그래도 사우디보다는 낫습니다. 사우디에서는 거주허가증 받는 순간부터 출입국 통제를 받거든요. 사우디를 벗어나려면 출국-재입국 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한국 사람이 한국 갈 때도 비자를 받아야 한다는 말이지요. 여긴 그나마 그런 제약이라도 없으니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그렇게 스스로 위안하고 살아야지요.
요즘 미국에서 체류 자격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던데, 그래도 거기서는 출국할 때 비자를 받을 필요는 없지 않나요?
돌아오는 길에 드레스덴에 있는 아시아마켓에서 식료품을 한 아름 샀습니다. 모처럼 두부도 사고, 양념에 해물도 좀 사고, 소주도 몇 병 담았습니다. 체코는 내륙국가여서 해산물이 별로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생선 먹어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