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트리는 언제 세우고 언제 치우는지 아세요? 대체로 12월 들어서면 여기저기 트리가 보이지요. 그 트리를 언제 치우는지는 사실 저도 모릅니다. 아마 연말 지나고 언제쯤 치우겠지요. 그런데 유럽에서는 트리 세우는 날과 치우는 날이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바로 대강절 첫 주일과 주현절입니다.
대강절이나 대림절은 기독교인이면 익숙한 절기이고,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한두 번은 들어봤을 겁니다. 예수께서 오시는 날을 기다리는 절기입니다. 그래서 ‘기다릴 대(待), 내릴 강(降)’을 써서 대강절, 혹은 ‘임할 임(臨)’을 써서 대림절이라고 하지요. 예수께서 내려오시는 걸 기다리는 절기, 예수께서 임하시는 걸 기다리는 절기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성탄절 직전까지가 대강절인 겁니다.
대강절을 서구에서는 Advent라고 합니다. 혜인이가 두세 살쯤 되었을 때인가, 혜인 어멈이 선물 주머니를 스무 개 남짓 만들어놨더군요. 그리고 거기에 12월 1일부터 24일까지 날짜를 적어놓았습니다. 언제부턴가는 선물 가게에서 파는 걸로 바뀌었는데, 크기며 모양이 모두 달라 아침에 일어나 하나씩 열어보는 재미가 쏠쏠해 보였습니다. 그걸 Advent Calender라고 하더군요. 편의상 12월 1일부터 성탄절까지로 만들었지만, 워낙은 대강절 풍습이었지요.
혜인이네가 살던 비스바덴은 크리스마스 시장으로 유명합니다. 유럽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든다던가 그랬습니다. 정말 예쁘기는 하더군요. 회전목마가 돌고, 대관람차가 돌고. 화려한 네온사인에 조명에 형형색색의 장식물까지. 시장은 또 얼마나 화려하던지요. 당시에 살던 사우디에서는 맛볼 수 없는 소시지에 와인까지. 굽고 튀기고 지지는 냄새가 진동합니다. 이때는 완인을 따끈하게 데워서 파는데, 이걸 글뤼바인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에서는 뱅쇼라고 한다지요? 우리 감자전하고 아주 비슷한 음식도 있습니다. Kartoffelpuffer(카르토펠푸퍼)라고 합니다. 기름에 지져내는데, 추운 겨울날 뜨거운 글뤼바인을 호호 불어가면서 먹는 카르토펠푸퍼도 일미이지요.
저희가 사는 트르제비치도 크리스마스 시장으로는 체코 남부지방에서 꽤 유명한 모양입니다. 바로 그 크리스마스 시장이 바로 대강절 첫날 열립니다. 사실 오늘은 나메슈트 성(Chateau Namešt)에서 열리는 대강절 음악회를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집가는 날 등창 난다고, 며칠 전에 시작한 시험이 이런저런 문제로 제대로 시작도 하지 못하고 진을 빼고 있습니다. 제가 있다고 달라질 건 없습니다만, 그래도 쩔쩔매는 사람들 두고 가는 건 아니다 싶어서 포기했습니다.
집 앞 트르제비치 광장에서 열리는 대강절 크리스마스 시장 개장 행사나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서둘러 저녁을 먹고 나섰는데 시장은 벌써 파장이로군요. 집에 들어올 때만 해도 사람으로 북적였는데, 8시도 안 된 시간에 사람 찾아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하긴, 여긴 요즘 4시면 해가 집니다. 5시가 되기 전에 이미 한밤중이에요.
하는 수 없이 썰렁한 광장만 한 바퀴 돌고 들어왔습니다. 내일은 좀 서둘러 나가봐야겠네요. 그건 그렇고 비스바덴 크리스마스 시장이 정말 예쁘기는 했어도, 유럽을 다니다 보니 그런 시장이 곳곳에 있더군요. 이곳저곳에서 3대 크리스마스 시장을 꼽습니다만, 아마 그런 시장이 30곳도 족히 넘고, 어쩌면 300곳쯤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크리스마스트리 치우는 날을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주현절에 치운답니다. ‘주님이 나타나신 날’이라는 뜻입니다. 전통적으로 1월 6일로 지키지만, 교회에서는 성탄절 다음 주일로 지킵니다. 독일에서는 그날에 맞춰 크리스마스트리를 모두 바깥에 내놓습니다. 그러면 수거차가 다니면서 걷어가지요.
동네마다 다르기는 하겠습니다만, 혜인이네 동네에서는 모두 생소나무를 사다가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더군요. 소나무 사 오고, 크리스마스트리 꾸미고, Advent Calender 하루하루 열어보는 재미, 그저 날짜가 되면 선물 주고받고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하는 우리 분위기와는 아주 다르지요.
12월이 기다려집니다. 8월 1일 부임해서 거의 다섯 달 만에 휴가를 가기 때문이지요. 벌써 다녀왔어야 하는데, 신청한 장기비자 기다리느라 출국할 수가 없었어요. 현장이 2주 휴무랍니다. 공정이 늦어져서 휴무 때 일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만, 여기는 세상없어도 쉴 때는 예외가 없군요. 아무리 휴가라고 해도 현장이 돌아가면 마음이 편하기 어렵지요. 덕분에 편안히 다녀올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