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부터 눈 때문에 고생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는 안약과 바르는 약을 줘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넣고 발랐는데, 도무지 차도가 없었습니다. 저는 의사가 말하는 건 법인 줄 알고 지키는 사람이거든요. 견디다 못해서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지난번에는 예약 때문에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갔는데, 의사소통도 안 되고 의사가 영 미덥지도 않아서 저희 사는 동네에 큰 병원으로 예약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예약 날짜가 너무 머니 응급실을 가라더군요. 저는 안과도 응급실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이 병원도 의사소통이 안 되기는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하긴, 우리나라 병원이라고 크게 다르겠습니까만. 그래서 번역기로 아예 증상을 작성해 갔지요. 중간중간 번역기 도움도 받고, 예약해준 직원 전화 연결해서 어찌어찌 진찰받고 약도 타왔습니다.
지난번 병원에서는 눈에 염증이 있어 보이는데도 항생제를 쓰지 않더군요. 워낙 이곳 사람들은 항생제를 잘 쓰지 않는다니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서울 같으면 길어도 한 주일을 넘기지 않았을 것 같은데, 한 달이 다 되도록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하지 않았겠습니까. 다행히 이번엔 항생제를 처방해주었습니다.
외국에서 지내다 보면 제일 불편한 게 병원이지요. 의사소통이 안 되는 건 물론, 의사소통이 된다고 해도 증상을 설명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증상을 설명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얼마나 많은 형용사와 부사가 동원됩니까. 배가 살살 아프기도 하고, 더부룩하기도 하고, 뭐가 얹힌 것 같은 느낌도 들고, 골은 지끈지끈하고, 찌릿찌릿하고. 저는 귀가 먹먹하다는 말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몰라 한참 헤맨 일도 있습니다.
게다가 유럽에서는 예약이 필수입니다. 큰 병원에는 바로 가지도 못합니다. 예약을 일주일 기다리는 건 다반사이지요. 아프면 바로 병원 가서 해결하는 우리 문화로는 참 견디기 힘든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약을 팍팍 쓰는 것도 아니고. 혜인네 주치의는 감기 때문에 가면 국화차를 처방해준답니다. 그러니 소소한 병은 아예 병원 갈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한 달 전에는 예약이 너무 밀려 있어서 하는 수 없이 30킬로미터도 넘게 떨어진 다른 도시로 갔습니다. 거기선 안약과 연고만 줘서 돌아와 한 달 죽어라 고생했습니다. 그러다 오늘 비기 하나를 전수한 것이지요. 응급실로 가라!
그렇기는 해도 이곳 사람들이 참 친절합니다. 여기서는 진료받은 과에서 직접 현금을 받습니다. 지난번보다는 큰 병원이어서 설마 여기도 그럴까 했는데,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랬더니 따라오라면서 접수대로 데려가더군요. 진료비 내는 동안 옆에서 지켜보다 다시 진료실까지 데려갔습니다. 어찌나 황송하던지 말입니다. 그 친절한 할머니 간호사는 예쁘기는 또 얼마나 예쁘던지요. 그래서 안내하는 데로 졸졸 쫓아다녔지요. 그래봐야 나보다는 훨씬 어릴 텐데.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참 좋은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