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0년 전 일입니다. 런던에서 빈을 갈 때 처음으로 저가항공을 이용했습니다. 출장이었으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었는데, 아내와 여행 중이었거든요. 당시 일반항공으로 편도 30만 원인가 하던 걸 5만 원에 샀지요. 배낭여행 다녀온 교회 청년들이 전해준 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하룻밤 호텔비도 아끼고 항공료도 싸서 꿩 먹고 알 먹는 일인줄 알았습니다. 문제는 싼 게 싼 게 아니더란 말이지요. 우선 출발지가 런던에서 버스로 한 시간 넘게 걸리는 스텐스테드 공항이었습니다. 그것도 새벽 4시인가에 말이지요.
아내에게는 첫 유럽 여행이었는데 오밤중에 그 큰 가방을 들고, 버스를 타고, 문 연 가게 하나 없는 공항에서 헤매야 했습니다. 지금은 나아졌는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꼭 시골 버스 대합실만한 곳에 편의시설도 없는 데다가 배낭 여행하는 젊은이들로 북새통이어서 변변히 앉을 자리도 없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땐 왜 그렇게 짐이 많았는지 모릅니다. 2주 여행에 몇 달 살러 가는 줄 알 만큼 말입니다.
새벽까지 고생고생하다가 체크인하는데, 가방 무게는 또 얼마나 엄격하게 재던지 결국 추가 비용을 물었습니다. 기내식은 택도 없고 물도 사 먹어야 했고 말이지요. 그 고생을 하면서 내가 저가항공을 다시 타면 성을 간다고 다짐했습니다.
오늘 프라하에서 로마 가는 비행기가 바로 그 Ryanair더군요. 공항에 가서야 알았습니다. 살짝 짜증이 났습니다. 지난번 카를스루에 출장 때도 출장비를 한참 늦게 주더니.
6시 40분 출발인 비행기가 그 시간이 되도록 탑승도 시작되지 않고, 탑승할 땐 몰려드는 사람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항공권 확인도 못하고 승객을 태웠습니다. 저는 앞자리였는데 꽁무니로 태우더군요. 그러니 앞문으로 타서 뒷자리로 오는 승객들과 그 좁은 통로에서 씨름을 해야 했구요. 좌석은 또 얼마나 좁던지.
앞으로 저가항공 탈 일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성이 바뀌었거들랑 저가항공을 탄 모양이구나 그렇게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런데, 30분 늦게 출발했는데 제시간에 도착하는 건 또 뭘까요? 고작 1시간 50분 여행에 말이지요. 신기하군요. 아... 탑승교도 사용료가 있는지 트랩으로 내려서 터미널까지 걸어가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