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를 생각하면 무엇보다 소나무가 먼저 떠오릅니다. <로마의 소나무>가 레스피기가 작곡한 로마 3부작 중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소나무가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엉뚱하지요? 그도 그럴 것이, 다른 건 너무 익숙해서 처음 봐도 처음 본 것 같지 않거든요.
로마 거리를 걷다 보면 근대 건물이나 조형물이 유적과 이주 잘 어우러집니다. 이번엔 유적보다도 그런 모습에 더 눈길이 갔습니다. 그리고 그사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는 게 소나무이지 싶습니다. 사실 소나무 사진을 엄청나게 찍었는데 막상 올리려고 하니 그 느낌이 안 살아나네요.
오늘 회의를 한 사피엔자대학의 란조 교수는 지진이 왔을 때 지반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평가 분석하는 분야의 권위자입니다. 이번에 우리 현장의 분석을 의뢰하는 일 때문에 찾았습니다. 그런데 사무실이 유적으로 둘러싸인 곳이로군요. 발코니에 나가니 포르타 메트로니아가 눈앞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지 않겠습니까.
회의를 아주 성공적으로 마치고 비행기 탈 때까지 몇 시간이 남아 이리저리 둘러봤습니다. 걸어서 10분 가니 콜로세움이, 이어서 포로 로마노, 비토리오 에마뉴엘레 2세 기념관, 트레비 분수에 스페인 계단, 판테온까지 두어 시간 만에 섭렵을 하고.
점심은 나폴리타나 피자. 산탄젤로성을 거쳐 성베드로대성당까지 가니 피곤이 몰려오더군요. 현장에서 큰 숙제로 남아있던 일을 잘 마무리하고 나니 고단함이 한꺼번에 밀려오는 모양입니다. 공항 오는 택시 안에서 아주 달게 잤습니다.
이제 내일 출근해 회의 결과 정리하고 모래는 집으로 갑니다. 무려 넉 달 보름 만에 말이지요. 그동안 아이들에게 다녀오고 아이들이 한번 다녀가서 가족과 온전히 떨어져 있었던 건 아니지만, 집을 그렇게 오래 비운 건 처음입니다.
그나저나 돌아가는 비행편도 한 시간도 넘게 늦어진다네요. 그러려니 합니다만, 프라하에서 밤12시나 되어야 현장으로 떠날 수 있겠습니다. 피곤한데 2시간 넘게 운전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