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체코일기 2025.12.17 (수)

by 박인식

집에 갑니다. 8월 1일 입국했으니 140일 만입니다.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고 버틴 게 고작 100일인데, 그것보다 오래 견뎠으니 이제 제대로 사람이 되었을까요?


돌아올 때 식품 몇 가지라도 가져오려면 필요할 것 같아 며칠 다니러 가면서도 커다란 트렁크를 챙겨갑니다. 덜렁덜렁 빈 가방만 가져오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뭘 좀 사오려니 마땅한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유명하다는 체코 자두 브랜디하고 맥주를 챙겼습니다. 가방에 덜렁 그것만 넣으니 가방 속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다 깨질 것 같아 백팩에 넣었지요.


프라하 공항에서는 독특하게도 게이트 앞에서 짐 검사를 합니다. 백팩에 든 거라고 해봐야 랩탑, 이북리더가 전부이지요. 거기에 자두 브랜디 한 병, 코젤 병맥주 두 병을 넣었습니다. 지난 번에 면세점에서 산 자두 브랜디를 뜯어보라고 해서 언성을 높였던지라 이번엔 시키는 대로 얌전히 가방을 열었지요.


그런데 이게 무슨 청천벽력이랍니까. 한 사람이 한 병만 가져갈 수 있다네요. 그러면서 브랜디 하고 맥주 중에 한 병만 고르랍니다.


돈 생각하면 브랜디를 골라야 하고, 코젤 맥주 보고 침삼킬 영감 내외 생각하면 그것도 포기 못하겠고. 뭐, 딱부러지게 약속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망설이면서 대답을 못하고 있는데, 젊은 여직원이 브랜디 하고 맥주 한 병을 건네주더군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돌아서려는데 다시 불러요. 나머지 맥주 한 병을 다시 들고오면서 말이지요. 그러면서 뭐라 그랬게요?


“It‘s Christmas!”


오...


여러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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