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현장에 돌아와 주말 내내 토막잠을 잤습니다. 그렇다고 시차에서 풀려나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아닌데, 오는 잠을 밀어내고 오지 않는 잠을 청하려다 보니 그렇게 되었지요. 주말에 하루는 출근해 밀린 일을 정리할까 하다가 그만두었습니다. 오늘 아침부터 강추위가 몰아닥친다니 현장이 돌아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어서 굳이 서두를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해 급한 불 끄고 성경 쓰기를 펼쳤습니다. 아론이 호르산에서 죽어 장사 지내는 대목이로군요. 하나님께서는 므리바에서 하나님을 거역했다는 이유로 아론의 목숨을 거두셨습니다. 백성이 물이 없다고 아우성칠 때 하나님께서 반석을 향해 물을 내라고 명령하신 대로 하지 않고 지팡이로 바위를 내려쳤거든요. 시키신 대로 하지 않았다는 건데, 저는 사실 이 대목이 잘 수긍이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모세도 같은 이유로 목숨을 거두셨지요.
그동안 모세와 아론이 이스라엘 백성을 인도하느라 쏟은 피와 땀을 생각한다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그들이 노욕과 노추를 드러내지 않고 삶을 온전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걸 생각하면 그것이 오히려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꽤 오래전부터 물러서고 덜어내는 삶을 살기를 기도해 오고 있습니다. 이제 삶을 마무리할 나이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더 나서고 더 요란해진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다시 현직으로 일을 하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기도하는 거와 사는 게 다르니 돌아볼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노익장이라는 말이 있지요. 늙었는데도 의욕과 기력이 더 왕성해지고 젊은이 못지않은 패기와 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칭찬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요즘 들어서는 그런 생각이 더욱 굳어졌습니다. 물러설 때 물러설 수 있어야 할 텐데 말입니다. 어쩌면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지요. 어쨌거나 당장은 맡은 일이 있고, 이번 사업이 끝나고 난 후에도 일할 기회가 이어질 것 같기는 합니다. 아직은 감당할 힘도 있고 말이지요.
하지만 성경은 모세가 죽을 때까지도 “그의 눈이 흐리지 아니하였고 기력이 쇠하지 아니하였더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감당할 힘이 있다고 해서 ‘때가 되면 물러나야 하는 삶의 원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지요.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