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ook Review

버터밀크 그래피티

by 박인식

에드워드 리

박아람 옮김

위즈덤하우스

2025년 4월 9일


흑백요리사가 장안의 화제이다. 경력만 50년이 넘은 분이 궂은일 마다하지 않고 후배들을 돕고, 자신의 우승을 운이 좋은 것으로 돌리고 자기는 여느 요리사와 다르지 않다며 겸손의 본을 보인 우승자까지. 경쟁에 치우쳤던 지난번과는 달리 각자 자기 본연의 모습에 치중하는 태도 때문에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안겼던 모양이다. 시간 날 때 한 번쯤 챙겨볼까 싶다.


지난번 대회에서 준우승한 에드워드 리도 상당한 관심을 끌었다. 직접 요리하는 건 보지 못하고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만 보아 진면목을 알 수는 없었지만,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기는 했다. 그는 그 프로그램 이전에도 이미 알려진 사람이었다. 여러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 상을 받기도 하고 심사위원까지 올랐을 뿐 아니라 자기 저서로 미국 전역을 돌며 북토크를 열 정도의 작가이기도 했다.


그가 최근에 낸 책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페친 중에 꽤 여러분이 호평 올린 걸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그는 이 책의 제목인 <버터밀크 그래피티>가 자신의 미국 남부 요리 핵심 재료인 버터밀크와 어린 시절 브루클린에서 자라며 익숙해진 그래피티를 뜻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고백한다.


설명을 들으니 그래피티라는 말을 사용한 의도는 알겠는데, 버터밀크란 생소한 단어는 뜻을 찾아보고 나서야 저자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버터도 아니고 밀크도 아닌, 유산균을 넣고 발효시킨 음료란다. 미국 남부 요리에 사용하는 필수적인 재료라니, 자신의 정체성을 미국 남부 요리로 설정한 모양이다.


저자는 요리에 얽힌 자신의 이야기를 레시피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간다. 그래서 요리책인가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읽으면서도 저자가 말하려는 게 뭔지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인생 이야기이고 요리 이야기이니 자기 인생과 요리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걸 말하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읽으면서 굳이 내가 이걸 읽어야 할 이유가 뭘까 생각했다.


그러다 “나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그 음식을 누가 만들었으며, 그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모든 음식은 도마 위의 재료를 뛰어넘는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는 글을 만났다. 곧 재미라도 있게 되겠지 기대하며 접으려던 책을 계속 붙들었다.


나는 책을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해 읽는다. 물론 그런 책만 읽는 건 아니다. 재미로 읽기도 하고, 때로 감동을 주는 책도 읽는다. 그러다 보니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서사나 서정보다는 의식의 흐름에 맡기는 소설이 많아지면서 특히 그런 양상이 두드러졌다. 간혹 인간에 대한 연민을 주제로 한 소설 중에서 감동적인 게 없지는 않았지만, 그런 책을 만나기까지 들여야 하는 시행착오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페친들이 흥미롭게 읽었다고 하니 지식과 정보는 아니더라도 재미라도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꾸역꾸역 끝까지 읽었는데, 들인 시간에 비해 건진 것이 너무도 없었다. 아니, 덕분에 내가 왜 책을 읽는지 정리하게 되었으니 그걸 위안으로 삼을까. 그런데도 왜 이런 리뷰를 쓰고 앉았는지 모르겠다. 들인 시간이 아까운 걸 화풀이하려는 건가?


물론, 이런 느낌은 책의 내용이나 수준과는 무관한 일이다. 그냥 페친 글에 혹해서 억울하게 시간을 들인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는 말일 뿐, 더도 덜도 아니다. 앞으로 남들의 평가는 좀 더 골라 듣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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