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Book Review

발굴한 신의 흔적들

by 박인식

이삭

PCKBOOKS

2025년 6월 19일


보수 기독교에서는 성경은 문자 그대로 믿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보수 기독교라고 해도 기독교 원리주의와 복음주의가 성경을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다는데, 그 경계가 모세오경의 역사성 정도라고 한다. 원리주의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성경의 기록을 역사적 사실로 믿는다. 복음주의는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를 받아 기록된 것이고 구원과 관련한 핵심 사건은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는다. 다시 말해 예수는 성령으로 잉태한 하나님의 아들이고 그분의 십자가 고난과 부활과 승천이 모두 역사적 사실이라고 믿지만, 원리주의와 달리 창조 기사는 은유와 상징으로 출애굽은 민족적 서사로 읽기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내용이 과연 기독교 원리주의와 복음주의를 가르는 기준인지 판단할 만큼 아는 것이 없다. 어디선가 그렇다니 그저 그런가 하는 것일 뿐. 나는 오래전부터 성경의 역사성에 관해 의문을 품어왔고, 몇 년 전 성경은 역사서가 아닌 신앙고백서라고 정리한 이래 지금까지 그 생각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 내게 원리주의와 복음주의를 가르는 성경의 역사성에 관한 판단 기준은 아무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성경 고고학자의 이 책은 외면하기 어려웠다. 저자인 이삭 교수는 성경을 해석하는데 고고학 자료를 활용하는 데 그친 사람이 아니라 이 지역에 대한 발굴에 직접 참여한 고고학자이기 때문이다. 이런 학문적 배경을 가진 저자의 성경의 역사성 논증에 관한 발언의 무게와 그것을 자료로 활용하는 목회자 발언의 무게가 같을 수 없지 않은가.


성경에서 이러한 역사성 논쟁의 대상이 되는 것으로는 구약의 천지창조, 출애굽, 가나안 정복 전쟁, 신약시대로 넘어와서는 예수의 존재와 그가 행한 기적과 십자가 고난, 부활, 승천이 아닐까. 그렇다면 고고학으로 입증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일까? 천지창조를 고고학으로 증명할 수는 없는 일일 것이니 아마 출애굽과 가나안 정복 전쟁 정도일 것이다. 신약시대의 사건은 워낙 기록이 많이 남아 있으니 고고학 발굴로 입증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닐 것이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이 책에서도 앞서 언급한 신약시대의 사건은 다루고 있지 않고, 다만 신약시대 당시의 시대상을 다룰 뿐이다.


이 책은 출애굽 사건에 대한 고고학 논증으로 시작한다.


“요셉이 애굽을 다스린 것과 관련한 역사적 증거가 없는 것은 이방 민족의 통치를 수치로 여긴 이집트 제18~19왕조의 파라오들이 이 시기인 힉소스 시대의 흔적을 없앴기 때문이며, 기원전 19세기에 해당하는 이집트 제12왕조의 문서인 ‘이푸베르 파피루스’에 애굽에 내린 열 가지 재앙 중 아홉 가지에 해당하는 자연 현상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으며, 또한 이 기록이 애굽 사람들이 애굽을 떠나는 노예들의 목에 온갖 보석을 걸어주었으며 불기둥을 연상하게 하는 특이한 자연 현상이 포함되어 있고, 룩소르에 있는 투트모세 3세 무덤 벽화에 홍해에 수장된 애굽 군대가 묘사되어 있고, 룩소르의 카르나크 신전 벽화에 홍해가 갈라지는 걸 상징하는 부조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최근 학자들이 호수 주변에서 발생하는 Wind Set Down (시속 100km가 넘는 강풍이 장시간 불어 물이 해수면이 일시적으로 낮아지는) 현상으로 홍해가 갈라진 사건을 입증할 수 있다. 카이로 남쪽 베니하산 지역의 크눕호데프 2세 무덤 벽화가 야곱과 그의 아들들이 고센에 머물며 목축한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 정도라면 출애굽 기사는 이론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이 밖에도 저자는 아브라함이 레반트 지역인 청동기 2기 지층에서 바빌로니아 우르 지역의 사람들과 형질이 같은 사람들의 뼈가 다수 발견되어 아브라함의 가나안 거주를 입증했고, 2007~2013년 사이에 한국인이 포함된 발굴단이 다윗과 골리앗이 싸움을 벌인 키르벳 케이야파 요새의 당시(기원전 11세기 말~10세기 초) 토기와 성벽을 발굴하였고, 고대 앗시리아 부조에 (다윗이 골리앗을 죽인 방법인) ‘돌팔매’ 부대 군사들이 등장하고, 신앗시리아 제국의 살만에셀 3세가 세운 쿠르크 비문에 고대 레반트 지역의 새로운 패자로 떠오른 북이스라엘 아합왕이 당시 보병 1만 명과 전차 2,000승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으며, 1993~1994년에 발견된 ‘텔 단 석비’ 9번째 줄에 다윗 이름을 뜻하는 아람어 자음이 새겨져 있다고 말한다.


또한 고고학 자료에 따르면 기원전 10세기에 해당하는 다윗 왕국은 대규모 웅장한 건물을 축조할 능력을 갖춘 것이 확인되었으나 다윗성 전체를 둘러싼 성벽은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는 후대 사람들이 성벽을 헌 잔해로 새로운 성벽을 쌓기도 하고, 반복적으로 외부 세력의 침략을 경험한 도시에는 이전 시대 성벽이 보존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 증거로 다윗왕국과 솔로몬왕국이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서술을 판단하려면 고고학이나 성서학에 관한 상당한 지식이 있어야 할 것인데, 나는 그와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설명에 모두 고개가 끄덕여지지도 않는다.


출애굽 기사가 담긴 모세오경의 작성 시기는 학자에 따라 기원전 15세기에 기록되었다는 주장부터 기원전 5~6세기 바벨론 포로기까지 수정과 편집이 계속 이루어졌다는 주장까지 그 스펙트럼이 꽤 넓다. 저자는 고고학으로 증명된 성경의 역사성을 설명하면서 “기원전 19세기에 해당하는 이집트 제12왕조의 문서인 ‘이푸베르 파피루스’에 애굽에 내린 열 가지 재앙 중 아홉 가지에 해당하는 자연 현상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모세오경의 기록 시기 중 가장 오래된 기원전 15세기보다도 일찍 일어난 사건이 아닌가. 이럴 때 기원전 15세기에 기록된 성경의 사건이 기원전 19세기 이집트 제12왕조 문서로 증명되었다는 것보다, 기원전 15세기에 기록된 성경의 사건이 그보다 4세기나 앞선 시대에 벌어졌던 기록을 인용했다고 판단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은가. 무엇보다도 신화 같은 열 가지 재앙 중 아홉 가지가 고고학으로 입증된 역사적 기록이라는 게 마치 아얄론 골짜기에 해가 멈춰 있던 걸 천문학으로 입증했다는 창조과학의 주장을 듣는 것만큼이나 어색하다.


최근에 읽은 책에서도 출애굽기는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이지만 역사성은 희박하며, 고고학자들이 현대의 첨단 기술을 사용해 조사했지만, 아무런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아울러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애굽의 지배에서 벗어나는 거대한 서사시’를 쓸 목적으로 기록한 것이라고도 말한다. 현대 고고학자들은 여리고성 정복을 입증할 만한 고고학적 증거는 없으며, 여호수아서가 전하는 여리고성 전투가 벌어졌을 시기에 그런 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여호수아서의 내용은 ‘역사’라기보다 ‘신학’이라고 이해한다.


그렇다면 여리고성 전투가 벌어졌을 시기에 그런 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고고학자는 누구며, 기원전 19세기 이집트 제12왕조의 ‘이푸베르 파피루스’에 애굽에 내린 열 가지 재앙 중 아홉 가지에 해당하는 자연 현상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고 말하는 고고학자는 또 누구란 말인가.


물론 저자는 자신이 제시한 여러 증거가 그럴 수 있는 조건이라는 것이지 그것으로 출애굽이나 가나안 전쟁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확언하지는 않는다. 유심히 다시 살펴봤지만 그렇게 표현한 곳은 없다. 나는 페이스북에서 저자를 팔로우하고 있어 그의 글을 읽을 기회가 많은데,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확인해봐도 “고고학적으로 가능성이 있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고고학 발굴로 성경에 기록된 사건이 증명되었다”고 확언하는 글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의 글도 그렇고 이 책도 읽는 내내 그렇게 저자가 그 모든 것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주장한다는 착각이 든다. 그것이 내 오독의 결과일까, 오독 하도록 의도한 것인가?


출판사의 홍보 문구는 “출애굽 200만 명 홍해를 건넌 것이 사실인지, 건넜다면 어떻게 건넜는지?”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실인지 아닌지 살펴보자는 것이니 글로서는 흠잡을 게 없다. “만약 홍해를 건넌 것이 사실인지”라고만 썼다면 말이다. 하지만 뒤이어 “건넜다면 어떻게 건넜는지?”라는 질문은 홍해를 건넜다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묻는 게 아닌가? 아무리 봐도 오독 하도록 의도했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앞서 언급했지만, 사실 나는 성경에 기록된 모든 사건이 모두 역사적 사실인지 아닌지 그리 궁금하지 않다. 내게 있어서 성경은 거기 기록된 사건이 아니라 그 모든 기록을 통해 드러나는 하나님의 뜻을 살피는 창구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은 동기가 성경이 역사적 사실이라는 증거가 필요해서도 아니고, 그 주장의 모순을 찾아내 이를 반박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다만 호기심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사실 저자를 팔로우하고 이 책을 읽은 건 앞으로 저자의 주장에 관심을 가져볼까 해서였다. 그런데 “‘이푸베르 파피루스’에 애굽에 내린 열 가지 재앙 중 아홉 가지에 해당하는 자연 현상이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는 글을 읽으면서 그 관심이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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