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일기 2026.03.12 (목)

by 박인식

며칠 전 우리 목사님께서 올리신 ‘감정과 예배의 경계’라는 글을 읽는 데 문득 오래전에 봤던 영상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Don Moen과 그의 밴드가 진행한 찬양 밴드 워크숍에서 예배 반주자가 빠지기 쉬운 ‘과한 연주(Overplaying)’의 위험성을 경고한 영상이었습니다.


예배 반주는 연주자 개인의 기량을 뽐내는 무대가 아니라, 회중이 하나님께 집중하도록 돕는 도구여야 하는데, 연주가 너무 화려하거나 소리가 크면 회중은 예배가 아니라 밴드의 공연을 감상하게 되어 본질을 놓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밴드 멤버들과 함께 의도적으로 나쁜 연주 예를 직접 시연합니다.


여기서 그가 내내 강조하는 게 바로 ‘Less is More’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절제한 찬양도 지금 다시 보니 그 또한 과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제가 다니는 중앙루터교회는 예전이 여느 교회와 매우 다릅니다. 찬양 시간은 아예 없습니다. 대표 기도도 채 30초가 되지 않습니다. 목사님 설교도 25분 내외입니다. 그래도 예배 시간은 한 시간을 훌쩍 넘깁니다. 한마디로 ‘사람을 드러내지 않는 예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매주 성찬을 드립니다. 이처럼 사람이 드러나지 않고 예전을 따라가며 각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하나님을 만나게 하는 게 바로 우리 교회 예배의 특징이지요.


처음에 예전이 낯설어 과연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을 훌쩍 넘기는 것도 그렇고, 매주 드리는 성찬도 지루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기우였습니다. 저는 오히려 중앙루터교회를 출석하면서 예배를 회복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누군가 대표해서 기도하고 누군가 대표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해석하는 걸 듣는 게 아니라 저 자신이 예배의 주체가 된다는 겁니다. 그래서 어쩌다 다른 교회에서 예배드리게 되면 그렇게 낯설 수 없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예배만 그런 게 아니네요. Less is More, 과유불급입니다. 뭐든 지나치면 본질을 잃게 되는 거지요.


저는 개신교 예배가 지금과 같은 형식으로 바뀌게 된 것도 지나치게 예전 중심이었던 형태를 벗어나 예배의 본질을 회복하려는 뜻에서였던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씀 중심으로 바뀌었는데, 결과적으로는 그게 오히려 회중을 예배자에서 관객으로 바꿔 놓은 셈이지요. 그래서 저는 관객에서 예배자로 돌아가게 만든 지금 우리 교회 예배가 아주 좋습니다. 하지만 이 형식도 너무 강조하다 보면 언젠가 여느 개신교 예배처럼 본질을 놓치게 되는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겠습니다.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결국 중요한 건 본질에 집중한다는 게 아닐까 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6Y3PCYgj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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