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의를 하다 보면 당초 해결하려고 했던 문제는 온데간데없고 회의 자체가 중요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웠던 목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목적과 관계없이 목표가 목적을 뛰어 넘어 버리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목적이 무엇인가를 자신에게 일깨우는 방법밖에 없다. (1995.08)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사람이 뜻을 모으는 데도 해결되지 않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게 아니라 그 과정을 통해 누군가 자기 입지를 굳히거나 누군가를 궁지에 몰려는 비열한 의도가 숨어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문제를 해결하기 원하면 문제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 자체에 집중하면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져 해결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2005.08)
문제는 문제라는 걸 인식하는 이상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 문제라는 걸 인식하고 있으면 그에 대해 대책을 강구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간과할 때 발생한다. (2006.01)
문제의식은 나무랄 일이 아니라 오히려 권장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대안은 생각하지도 않고 문제를 제기하거나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제기하는 건 삼가야 할 일이다. 대안을 생각하지 않은 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문제 자체를 해결하는데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그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자기를 드러내는데 관심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사람과 함께 일을 해야 할 경우에는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2007.02)
같은 문제를 놓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풀리기 위해 있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결국에는 풀리게 마련이다. 문제가 풀리는 건 그 문제를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방치하는 사람 때문이 아니라 문제를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풀기 위해 애쓰는 사람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인데, 사람들은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게 맞고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걸 쓸데없는 생각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2012.11)
예비군 훈련이라고 하면 그저 풀어헤친 예비군복에 모자는 대충 머리 위에 얹어놓고 낮잠이다 자다 오는 것쯤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며칠 전 신문에서 예비군 훈련 모습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처방은 아주 간단했다. “모든 훈련 과목을 통과해야 조기 퇴소가 가능하고 한 종목이라도 탈락하면 합격할 때까지 재시험을 봐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시험에 탈락할 경우 늦게 퇴소하게 된다.” 말하자면 훈련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목표를 달성한 팀에게 그만한 보상을 한다는 것이다. 단지 훈련방식을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훈련 모습이나 성과가 극적으로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집합시간조차 지켜지지 않아 훈련이 지연되기 일쑤였던 것이 시간이 되기 전에 집합이 완료되고, 오히려 안전을 염려해서 지나친 의욕을 보이지 않도록 만류할 정도라고 한다.
벌써 이십 년도 훨씬 전의 일이다. 북유럽 출장지에서 번호표라는 걸 처음 봤다. 번호표를 보자마자 저 방법이라면 수많은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은행에 번호표가 도입되었고 덕분에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객장에서 순서를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질서를 지키지 않는 걸 보면서 국민성을 탓하기도 했고 과연 그런 모습이 바로 잡아지겠나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간단한 번호표 하나로 국민성이며 정신개조 운운했던 문제가 단번에 풀리는 걸 보면서 시스템의 힘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시스템의 힘을 이번 예비군 사례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2014.12)
땅콩 회항으로 대한항공이 유무형의 큰 손실을 입었고, 사주는 이를 회사의 시스템 부재 탓으로 돌렸다. 시스템 부재가 맞기는 하겠지만 ‘적절한 대응책을 찾아내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찾아낸 적절한 대응책을 보고하는 것이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가 되어버린 ‘망가진 회사의 시스템’이 문제가 아닐까. 대한항공이라고 이렇게 대응할 경우 엄청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 사람이 왜 없었을까. 정확하게 예상하지는 못했지만 나 또한 대한항공의 첫 번째 발표를 보고 대한항공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한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전후사정을 살펴볼 때 그렇게 직언을 해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분위기이니 아마 거론조차 못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이게 이 회사만의 문제일까? (201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