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역사의식이 중요하니 역사에 관심을 가지라고 이야기한다. 중요한 것은 역사의식이니 연대기를 외우는 일 같은 것에 연연해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그 사실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요, 교훈에서 비롯된 역사의식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역사적 사실을 바로 알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일인데 왜 역사적 사실을 바로 아는 일을 그렇게 하찮은 일 정도로 여기는 것일까? 역사적 사실의 시대적 배경을 모르는 사람이 그 역사에서 교훈을 얻고 역사의식을 세워나가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2004.12)
역사가 중요한 것은 역사가 우리에게 교훈을 주기 때문이다. 역사의 교훈은 역사적 사실에 있다기보다는 그 역사적 사실이 일어나게 된 원인과 배경에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러므로 역사를 살피기 위해서는 그저 역사적 사실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의 원인과 배경에 더 관심을 두어야 한다. (2006.01)
조선왕조실록은 역사적 사실과 그에 대한 평가를 구분하여 기록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왕이 실록을 보지 못하도록 하여 사관이 역사를 객관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 또한 실록의 위대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해도 사관 또한 당시 득세한 정파에 속해 있으니 역사에 대한 평가는 정파적인 시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지 않았을까. 그런데 실록을 살피다 보면 자기 정파에 불리한 사건일 경우에 그에 대한 평가는 정파적인 시각으로 기록했다 해도 사실 자체를 왜곡하거나 누락시키지는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왕 중에 전례를 어기고 굳이 실록을 보고 실록을 수정한 경우가 더러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원 기록을 그대로 남긴 채 수정본을 만들었다. 적어도 무엇이 사실(fact)인지는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도무지 무엇이 사실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 역사는 정녕 퇴보하는가? (201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