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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Mar 17. 2021

[사우디 이야기 40] 신문

사우디 이야기 (40)

본사에서 일할 때는 상당히 일찍 출근했는데도 그 시간이면 신문이 배달되어 대충은 훑어보고 출근할 수 있었다. 그때에도 온라인 신문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스마트폰이 있을 때가 아니니 일단 컴퓨터 앞에 앉아야 뉴스를 읽을 수 있었다. 주말이면 밀린 신문 쌓아놓고 하나씩 챙겨가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종이신문은 무엇보다 기사가 게재된 지면과 배치된 위치, 제목 크기만으로도 기사의 경중과 편집자의 의도를 한 눈에 읽을 수 있어 필요한 기사를 쉽게 골라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속보성이야 온라인 신문을 따라갈 수는 없다. 온라인 신문에서도 나름 중요한 뉴스는 위에 배치하고 제목도 큼직하게 달아놓아 기사를 경중을 가려놓기는 하지만, 그런 면에서는 효율성이 종이신문에 미치지 못하고 기사도 일일이 열어봐야 해서 영 더디다. 물론 검색이 가능하고 텍스트를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신문의 이점은 이런 불리한 점을 덮고도 남는다. 아무튼 부임하고도 시간이 꽤 흘러서야 스마트폰으로 온라인 신문을 읽을 수 있었다.


이곳에 영자신문이 몇 종 있기는 한데 종이신문을 받아볼 수 있는 건 아랍뉴스가 유일하다. 그래서 이사를 하고나서 제일 먼저 신문구독부터 신청했다. 지국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안다고 한들 말이 통할 것 같지도 않아 관리사무소에 부탁했다. 그러고 나서도 받아보기까지는 두어 달 걸렸다. 조간신문인데 십 년 넘도록 출근할 때 신문을 받아본 건 손에 꼽을 만하고 그나마 퇴근할 때에라도 받으면 다행이었다. 한 달에 서너 번은 건너뛰는데, 배달하지 않은 신문은 다음날이라도 함께 배달해주면 좋겠지만 건너뛰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신문 값은 하루에 2리얄(600원)씩 쳐서 주면 된다지만 차마 배달하지 않은 날 것을 빼지는 못했다. 두어 달 전에는 보름 가까이 배달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에 부탁을 해도 해결되지 않아 포기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신문을 주길래 감지덕지하고 받아 왔다. 신문 값은 물론 다 줬다. 불평은 무슨, 배달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지.


생각 밖으로 주변에 신문 보는 사람을 찾기 어렵다. 온라인 시대이니 종이신문을 읽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쳐도, 온라인 신문도 그저 필요한 기사를 찾아 읽는 정도이지 읽는 걸 일과로 여기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속보가 뜨고 소셜미디어에도 뉴스가 넘쳐난다. 관심 있는 기사는 검색어 하나만 넣어도 산더미처럼 쏟아져 나온다. 기사로 읽고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릴 필요도 없고 유튜브만 열면 거의 실시간으로 동영상이 올라온다. 그러고 보면 뉴스를 신문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도 이젠 깨어버려야 할 고정관념 아닐까 싶다.


저녁마다 구문이 된 아랍뉴스를 읽지만 그것도 신뢰할만한 매체는 아니다. 그래서 그저 현재 사우디 정부의 공식 입장을 확인한다는 생각으로 읽는다. 이것 말고도 소셜미디어에서 아랍뉴스와 사우디가제트를 팔로우하고 있고, 기사 중에 정부 발표 내용은 관영 SPA(Saudi Press Agency) 통신 홈페이지에서 확인한다. 이것 역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정도로만 여길 뿐, 보도 내용이 모두 사실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페이스북에서 다른 언론사를 팔로우하는 분들이 링크해놓은 기사 중에 사우디와 관련된 내용이 있으면 대체로 챙겨본다. 링크를 따라가다 보면 막혀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때는 친구에게 링크를 보내 파일로 만들어 보내달라고 해서 읽는다. 처음에는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생각했는데, 현지 언론의 발표를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여기고 나서부터는 그러려니 한다.


사우디에서 일어나는 뉴스는 주로 네이버 검색으로 한국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확인한다. 그게 이곳 현지 신문보다 빠르고 정확하다. 요즘 중동에 나와 있는 특파원은 연합뉴스의 테헤란과 카이로 특파원, 동아일보의 카이로 특파원이 전부가 아닌가 한다. GCC 6개국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장이라고 여기면서도 왜 이곳에 특파원이 하나도 없는지 잘 모르겠다. 예전에 두바이에 연합뉴스 특파원이 있었다가 몇 년 전에 테헤란으로 옮겼고 작년인가는 특파원이 바뀌었는데, 그러고 나서 빠르고 다양한 이슈를 쏟아내던 테헤란 발 기사가 현저히 줄었다. 중동 관련 분석기사를 쓰는 몇몇 전문기자의 기사도 유심히 챙겨 읽지만 하나같이 정치역학에 관련한 내용이고 이곳에서 발표되는 경제정책에 대한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중동은 교역상대국으로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교역에 미치는 정치적 상황이 중요한 것인데, 정작 교역과 관련한 분석기사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그런 경우에 외국 유수한 통신사들의 분석기사를 인용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 분량도 턱없이 부족하게 여겨지고, 우리 언론에는 그 정도 분석을 해낼 역량이 없는 건지 아니면 관심이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사우디 정부에서 뭔가 경제계획을 발표하고 나면 그것이 실현가능한 건지 아닌지도 판단하지 않고 마치 노다지라도 쏟아진 것처럼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데, 참으로 아쉽기 짝이 없다. 언젠가 한국 일간지 기자가 리야드에 출장 와 있는 동안 안내를 한 일이 있다. 일부이기는 했지만 실제로 확인하지 않은 내용을 확인한 것처럼 기사를 올린 것을 보고 몹시 불편했다. 그러고 나서는 한국 언론의 기사도 일단 한 번 걸러서 읽는다.


정리해 말하자면, 나는 한국 신문이나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우디 관련 기사를 읽고, 이를 바탕으로 사우디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CNN이나 구글 검색으로 다른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뉴스를 읽는다. 그동안 시행착오 끝에 얻은 가장 효율적인 뉴스 읽기 요령인 셈이다. 이는 이곳 신문이 모든 내용을 있는 그대로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 굳이 알지 않아도 되었을 요령이기도 하다. (사우디 관련 보도내용은 업무와 직접 간접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언제든 찾기 쉽도록 관심 있는 기사에 필요한 부분을 하이라이트 해서 내 개인 블로그에 올려놓는다. 그렇게 올려놓은 기사가 지난 10년 간 4천여 건에 이른다.)


사실 이곳에서는 정부 발표와 다른 뉴스가 보도되기를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정부 의 보도지침이 있는 게 아닌가, 이 정도면 정부 기관지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기사도 많다. 게다가 도대체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외국 언론의 기사를 막아놓을 생각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30세 미만의 청소년이 인구의 절반에 가깝고 그들은 기성세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터넷에 익숙해 있는데, 그렇게 보도 통제를 하고 왜곡한다고 해서 정말 그들이 그걸 그대로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생각이 없는 사람들은 아닐 것이니 설령 현실이 그렇다고 해도 보도를 통제하는 것이 국가경영에 더 유리한 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할 따름이다.


코로나19 확진자 발생현황만 해도 그렇다. 지난 1월 100명 이하까지 내려갔던 신규 확진자가 2월 2일 300명을 넘어섰다. 그 이후로 연 45일 동안 하루도 예외 없이 3백 명 대(302명~390명)에 머물렀다. Worldometer의 통계를 거의 매일 확인하다시피 하는데, 어느 나라 통계에서도 숫자가 이렇게 나타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그뿐 아니다. 자난 일 년간 확진자 발생 통계를 보면 마치 그림 그려놓은 것처럼 그래프가 매끈하다. 업무상 통계를 많이 이용하는 엔지니어로서 나는 이 통계를 믿지 않는다. 신뢰할만한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신규 확진자는 아마 발표하는 내용의 다섯 배 정도가 아닐까 추산한다고도 한다.


나는 루머라고 생각하지만, 정보 관련 기관에서 소셜미디어를 일일이 모니터링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요즘은 구글 번역기 성능이 좋아서 어느 나라 말로 써도 다 모니터링 할 수 있다고 한다. 간혹 유언비어를 퍼트렸다는 이유로 체포되었다는 기사를 보면 이것이 그저 우스갯소리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우디 관련 기사는 영문으로든 한글로든 댓글을 달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우디 관련 뉴스를 가장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소셜미디어의 해당 언론사 기사를 팔로우하면 된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는 아랍뉴스와 사우디가제트 기사가 올라온다. 그밖에 사우디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 몇 개도 기사를 올리는데 보도내용이 의아해서 확인해보면 사실이 아닌 것이 많아 권할만한 것이 못 된다. 영문 온라인신문은 아랍뉴스와 사우디가제트 외에도 관영 SPA 통신, Al Arabiya가 있다. 크롬에서는 아랍어를 항상 영어로 번역하도록 설정할 수 있는데, 이를 이용하면 아랍 온라인신문인 Al Riyadh Newspaper와 Okaz를 읽을 수 있다.


<Instargram에 올라온 Saudi Gazatte 기사>


<Facebook에 올라온 Arab News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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