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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May 16. 2021

[사우디 이야기 49] 국가형성 및 통치구조

사우디 이야기 (49)

♣ 이 글은 사우디 주재 한국대사를 역임하신 권평오 코트라 사장께서 어딘가에 연재하신 글 중 하나입니다.  (오래 전에 스크랩 해놓은 것이어서 출처를 기억하지 못하겠습니다.) 일부 달라진 내용을 업데이트했습니다. 허락을 받지는 못했지만, 뭐라고 하시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가. 국가형성


오늘날 중동이라고 불리는 지역에서는 BC 3천5백 년경 유프라테스강 인근에 수메르라는 문명국가가 처음 나타났다. 수메르는 북부에서 내려온 아카드인에 의해 정복되었고, 이후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와 같은 혼란기를 거쳤다. 이후 바빌로니아-아시리아-페르시아 순으로 강력한 통일왕국이 성립되었다. BC 3백 년경 알렉산더대왕의 정복이 있은 후 파르티아왕국을 거쳐 AD 3세기에 페르시아의 후예들에 의해 건립된 사산왕조가 중동을 장악하고 있었으며, 이보다 서쪽인 지금의 이스탄불을 포함한 서부 소아시아 서쪽에는 우리가 동로마제국으로 알고 있는 비잔틴제국이 있었다. 이것이 AD 7세기 초 이슬람이 탄생하기 직전의 중동의 상황이었다.


메카의 상인이었던 무함마드가 609년 알라의 계시를 받아 이슬람을 창시했는데, 622년 메카 상인들의 위협을 피해 메디나로 이주하여 (이를 이슬람에서는 헤지라라고 하며, 이슬람력 원년으로 삼음) 이슬람 공동체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아라비아반도 전역에 일종의 신정국가 형태의 통치 질서를 수립하였다. 632년 무함마드가 죽은 후 아부바크르, 우마르, 우스만, 알리로 이어지는 4대 칼리프조를 맞이하는데, 이때 아라비아반도는 물론이고 페르시아의 사산왕조를 멸망시키고 북아프리카까지 영역을 넓히게 되었다. 4대 칼리프조 후에는 우마이야제국, 압바스제국, 셀주크투르크, 오스만투르크로 이어지는 이슬람제국들이 중동지역을 통치했다. 이 시기에 지금의 사우디는 국토의 대부분이 사막으로 많은 인구가 살기 어려워 메카와 메디나가 종교적 중심지로 성지순례의 대상은 됐지만 강력한 통치체제의 중심은 되지 못한 채 변방의 부족체제가 유지되었다.


고대부터 사우디는 리야드를 중심으로 한 중부 네지드, 메카ㆍ메디나를 중심으로 한 서부 헤자즈, 동부 알핫사, 서남부 산악지 아시르 네 지역에서 부족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중 중부 네지드의 부족장이던 무함마드 알사우드가 이슬람 학자이던 무함마드 압둘 와하브와 연합해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왕국의 기틀을 세웠다. 알사우드 가문은 19세기 초 서부 헤자즈까지 지배권을 넓혔으나 이후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무력으로 개입하고, 왕족 사이에 내분이 일어나고, 네지드 패권을 놓고 알라시드 가문과 경쟁하다 패퇴하여 19세기 중반 쿠웨이트로 망명하게 되었다. 이후 1902년 ‘압둘아지즈 빈 압둘라흐만 알사우드’가 리야드를 탈환하고 전국을 통일하여 1932년 9월 23일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을 건설하고 초대 국왕에 올랐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알사우드 가문이 세운 아라비아 국가라는 뜻이다. 1914년 오스만투르크가 1차 세계대전에서 동맹국에 가담했다가 영국을 주축으로 한 연합국에 패한 것이 사우디가 오스만투르크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국가가 된데 크게 도움이 되었다.


나. 통치구조


대다수 국가에서 통치구조는 헌법에 명시되어 있다. 이슬람국가인 사우디는 1992년 1월 제정된 통치기본법(The Basic Law of Governance) 제1조에 꾸란(Quran)과 순나(Sunnah)가 헌법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장 제5조에서 “사우디는 군주제를 채택하며, 압둘아지즈 빈 압둘라흐만 알사우드 국왕의 직계가 왕위를 승계하고, 충성위원회(The Allegiance Committee)에서 왕위계승자를 선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초대 압둘아지즈 국왕이 1953년 사망한 후 현재까지 2대 사우드, 3대 파이잘, 4대 칼리드, 5대 파하드, 6대 압둘라를 거쳐 2015년 1월 즉위한 현 7대 살만까지 초대국왕의 2세들이 왕위를 승계해 오고 있다. 압둘라 국왕은 생전에 동생 살만을 제1 왕위계승자(Crown Prince)에, 동생 무끄린을 제2 왕위계승자에 책봉했다. 살만이 국왕에 즉위하면서 자연히 무끄린이 제1 왕위계승자로 올라섰지만, 살만은 즉위 석 달 만에 무끄린을 퇴위 시키고 조카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Mohammed bin Nayef, MbN)를 제1 왕위계승자에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Mohammed bin Salman, MbS) 제2 왕위계승자에 책봉하면서 3세 통치의 장을 열었다. 살만 국왕은 2년 뒤 조카인 MbN을 강제 퇴위시키고 아들인 MbS를 제1 왕위계승자로 책봉했다. MbS는 현재 고령인 살만 국왕을 대신해서 거의 국정의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왕위계승자를 선출하는 절차는 ‘충성위원회법’에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먼저 국왕이 3배수로 순서를 정해 추천하면 2세 및 3세 왕자 34명으로 구성된 충성위원회에서 이 중 한명을 다수결로 선출한다. 만약 세 명 중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다른 적절한 후보를 추천할 수 있고, 이 경우 국왕이 추천한 후보자 1인과 위원회가 추천한 1인에 대해 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최종적으로 선출한다. 보통 사우디의 통치 구조를 전제군주제라고 하는데, 사우디 왕실의 한 인사는 이런 절차를 고려할 때 사우디를 전제군주제 국가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일종의 재벌그룹의 이사회 구조와 같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통치기본법 제44조에서 사법부, 행정부, 입법부를 규정하면서 국왕이 최고조정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국왕은 수상도 겸하고 사법부와 입법부도 통제하고 있어서 3권 분립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우디는 이슬람을 바탕으로 하는 왕정국가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이 통치구조가 민주국가와는 다른 독특한 면이 있다.


첫째, 사법부는 3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이슬람 샤리아법이 판결의 근거가 된다. 샤리아란 코란ㆍ순나(선지자 무함마드의 언행록)ㆍ이즈마(이슬람 학자들의 합의)ㆍ퀴야스(일종의 유추)로 구성되므로 이슬람을 잘 알지 못할 경우 판결 내용을 예측하기 어렵다.


둘째, 입법부는 중앙의 국정자문회의(Majlis ash-Shura, Shura Council)와 지방의 지방자문회의(Majlis)가 있다. 국정자문회의는 국왕이 임명한 150명(여성 30명)으로 구성되며 법률의 제정이나 개정 권한은 없고 심의 권한만 갖고 있다. 지방자문회의는 2015년 1월 1/3을 직선으로 선출한 바 있다.


<Shura Council>


셋째, 행정부는 우리와 비슷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수시로 조직개편이 이루어진다. 2021년 현재 외무부ㆍ내무부ㆍ국방부ㆍ국가방위부ㆍ법무부ㆍ교육부ㆍ지방행정부ㆍ노동사회부ㆍ경제계획부ㆍ재무부ㆍ에너지광물부ㆍ보건부ㆍ주택부ㆍ통신부ㆍ교통부ㆍ수자원환경농업부ㆍ성지순례부ㆍ이슬람부 등 18개 부처가 있다. 이슬람의 종주국답게 이슬람부와 성지순례부가 있으며 독특하게 국방부ㆍ내무부와 별개로 치안의 한축을 담당하는 국가방위부가 있다. 매주 월요일 국왕 주재 내각회의(Council of Ministers)가 열려 주요 국정을 결정하며, 이 외에 왕위계승자가 주재하는 안보정무위원회와 경제개발위원회가 있어서 관련 분야의 중요사항을 심의 결정한다. 18개 부처 외에도 특별한 임무를 담당하는 여러 가지 형태의 장관급 또는 차관급 조직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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