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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May 20. 2021

[사우디 이야기 50] 석유ㆍ광물 자원

사우디는 석유 하나로 일어선 나라이다. 그것 말고도 여러 산업이 있기는 하지만 그 모두가 석유가 뒷받침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살만 국왕이 즉위한 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적극적으로 산업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어 석유의존도가 어느 정도 낮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국가 재정수입의 60% 이상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참고로 국가 재정수입 중 석유(Oil Revenue)의 비중은 2016년 73%, 2017년 69%, 2019년 68%, 2020년 62%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물론 이를 산업다각화의 결과로만 해석할 수는 없다. 2018년에는 78%까지 높아지기도 했는데, 2016년 초 배럴 당 40달러 이하까지 떨어졌던 유가가 2018년 중반 80달러까지 오른 영향이 작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국가 재정수입의 젖줄인 아람코 지분을 매각하면서까지 자금을 마련해 산업다각화에 쏟아 붓고 있으니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최근 10년 유가변동>


작년 11월 NS Energy 발표에 따르면 사우디의 석유 매장량은 2,980억 배럴로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는 베네수엘라로 매장량이 3,040억 배럴에 이른다. 사우디보다는 많지만 채굴 여건이나 품질이 사우디보다 열악해 경제적인 가치는 그에 미치지 못하다고 한다. 세계 전체 매장량은 1.7조 배럴로 사우디가 세계 전체 매장량의 17%를 점하고 있다. 물론 요즘은 셰일오일로 인해서 이 순위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위키피디아 자료에 따르면 세계 전체 셰일오일 매장량은 원유 매장량을 훨씬 뛰어넘는 2.8~3.3조 배럴에 이르는데 이 중 미국이 1.5~2.6조 배럴을 보유하고 있다. 채굴방식이나 이에 따른 생산원가가 크게 차이나는 원유와 셰일오일을 단순 비교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매장량만 놓고 보면 주요 산유국들을 다 합쳐도 미국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세일오일로 중동 산유국이 영향을 받는 건 단지 수입이 줄어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미국이 중동에 공을 들여왔던 건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였는데, 자기 땅에 3백 년도 넘게 쓸 수 있는 셰일오일이 묻혀있다면 중동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다. (2020년 미국 하루 원유소비량 1,812만 배럴. 셰일오일 매장량을 2조 배럴로 계산할 경우 302년분, 미국 에너지관리청EIA 자료) 실제로도 미국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중동 문제에서 한 발 빼려는 모습이 역력하게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사우디로서는 그동안 누리던 막강한 산유국으로서의 지위가 위협받는 이상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뭔가를 찾는 게 급선무일 수밖에 없다. 왕세자가 좌충우돌하는 것처럼 보여도 이런 사정을 알고 나면 이해할 법도 하다. (참고로 2019년 한국 하루 원유소비량은 279만 배럴이다. 내가 1983년 거제도에 원유비축기지 현장에서 일할 때 하루 원유소비량이 60만 배럴이었으니 35년 사이에 다섯 배로 늘어난 셈이다.)


사우디 국가 재정수입을 아주 간단하게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국가 재정수입 중 Oil Revenue는 ‘하루 수출량×유가×365일’이다. 이는 국가수입의 65%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렇게 얻은 값을 0.65로 나누면 총 재정수입이 된다. 수출량은 산유량에서 국내 사용량을 빼면 되는데 내수가 35% 선이니 (공교롭게도) 산유량의 65%만 수출이 되는 것이다. 설명은 복잡하지만 ‘국가 총 재정수입=하루 생산량×유가×365일’ 이것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자료에 따라 차이가 보이기는 하지만 사우디 하루 산유량은 OPEC 쿼터보다 다소 낮은 1천만 배럴 수준이다. 이렇게 추정하면 오차가 10%를 넘지 않는다.


<두 그래프 모두 사우디의 하루 산유량 자료인데 차이가 크다>


사우디의 유전은 대체로 동부지역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채굴된 석유는 걸프해의 주베일 항에서 수출하거나 송유관으로 아라비아 반도를 가로질러 홍해의 얀부 항까지 운반해 그곳에서 수출한다. 그래서 정유공장이나 석유화학공장이 주베일과 얀부에 집중되어 있다. 재작년 얀부 스마트원전 부지 답사 때 보니 송유관이 묻힌 노선 곳곳에 송유관 매설 표시를 해놨더라. 혹시나 다른 작업으로 송유관이 파손될까 그랬을 테지만, 그 중요한 보안시설을 그렇게 노출해도 되는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우디에는 원유 말고도 청정연료로 각광받고 있는 천연가스(Natural Gas)가 세계 6위에 해당하는 약 9조㎥가 매장되어 있다. 연간 570억㎥를 생산하는데, 전량 자국에서 발전 연료나 석유화학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사우디 국내법상 원유는 전량 국영석유기업인 아람코가 독점하지만 천연가스는 일반 광물자원과 함께 외국기업에게도 개발투자를 허용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 분야에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


사우디라고 하면 원유가 생각나지만 광물자원도 풍부하다. 사우디 정부는 석유ㆍ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자원 이외의 다양한 지하자원 탐사ㆍ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1997년에 사우디 광업공사(Ma'aden)를 설립했으며, 운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2004년 민영화했다. 또한 Vision2030의 일환으로 기존 석유광물부와 수전력부를 자원ㆍ에너지를 총괄하는 에너지부로 통합해 국가 자원ㆍ에너지 관련 모든 업무를 총괄하게 하여 에너지와 자원개발을 국가산업의 중추적인 위치로 격상시켰다.


사우디는 금ㆍ은ㆍ동ㆍ아연ㆍ인산염ㆍ보크사이트ㆍ흑연ㆍ석고ㆍ탄탈ㆍ석회암ㆍ대리석ㆍ우라늄ㆍ유황 등 30종에 이르는 다양한 광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경제성이 있는 광물은 15종에 이른다. 원유와 가스는 주로 동부지역에 분포돼 있는 반면, 일반 광물자원은 북부와 서부지역에 매장되어 있다.


이 중 인산염은 세계 전체 매장량의 7%가 사우디 북부 국경지대인 와드알샤말(Waad Al Sammal) 광산과 잘라미드(Jalamid) 광산에 매장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광물자원은 지하에 묻혀있어 개발하자면 땅을 파고 들어가야 하지만 이 광산은 지표에 노출되어 있는 노천광산이어서 그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다. 개발하기가 쉬우니 원가가 적게 들고 낮은 원가는 곧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사우디 정부에서는 인산염ㆍ알루미늄ㆍ아연과 같은 자원을 개발하고 이를 처리하는 위한 복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와드알샤말 산업도시가 이에 해당한다. 산업도시를 건설하자면 무엇보다 에너지 공급이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아람코는 이를 위해 천연가스 공급관로를 건설한 것이 아니라 아예 그곳에서 천연가스전을 개발했다고 한다. 아무 곳이나 (물론 아무 곳이기야 하겠나만) 파면 자원이 나오고 가스가 나오는 나라. 노천광산이 부러웠는데 가스가 필요하다고 가스전을 개발하는 걸 보니 자원 없기로 소문난 나라 백성으로 부럽기 짝이 없다. 아무튼 이곳에 건설된 인산염 비료공장은 세계 2위 규모로서 연 900만 톤을 생산한다.


알루미늄의 원광인 보크사이트가 매장되어 있는 광산으로는 하일의 알자비라(Al Zabirah) 광산과 카심의 알바이타(Al Baitha) 광산이 있는데, 이 두 광산은 50km 정도 떨어져 있다.


이와 같이 북부 국경에 위치한 광산에서 채굴한 광석이나 산업도시에서 생산한 비료를 항구까지 운반하기 위해 사우디 정부에서는 2,750km에 달하는 북부철도를 건설하기도 했다. 북부철도는 요르단 국경 근처 쿠라야드에서 출발해 하일을 거쳐 주베일 북쪽에 있는 라스알카이르(Ras Al Khair) 항구로 연결되는데, 와드알샤말ㆍ잘라미드ㆍ알자비라ㆍ알바이타 광산이 모두 이 노선과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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