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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Sep 20. 2021

베르디 <일트로바토레, Il Trovatore>

9월에 들어서면서 독일 오페라극장의 2021-2022 시즌이 시작되었습니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공연이 중단되었지요. 그러다가 올해 4월에 들어서면서부터 관객을 제한하고 오케스트라 대신 피아노로 반주하는 것처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조심스럽게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7월에 갔을 때만 해도 그렇게 공연을 이어갔는데 휴가 끝나고 새 시즌이 시작되면서 공연이 전면 정상화되었네요. 오페라를 즐기는 게 생활이 되어버린 독일 사람들에게 한 해 가까이 공연이 중단되었다는 게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타격이 컸던 모양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소비생활에 제약을 받았던 것이 제재가 완화되면서 보복소비로 나타났다더니, 독일은 그게 보복관람으로 나타난 모양입니다. 공연마다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군요.


베이스 박영두는 2021-2022 시즌을 베르디의 오페라 <일트로바토레>로 시작합니다. 쾰른 오페라극장 오페라스튜디오 단원으로 있던 2011년 늙은 집시 역을 맡아 몇 번 출연한 일은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극의 흐름을 잡아주는 루나 백작의 시종장 페르난도 역으로 출연합니다.



독일에서는 바그너 오페라가 대세입니다. 무대에 올리기만 하면 흥행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늘 관객으로 가득차지요. 바그너 오페라는 시기에 따라 형식이 크게 다릅니다. 초기 오페라는 여느 오페라처럼 선율적인 아리아로 연결됩니다만 후기로 갈수록 대사가 많아지고 화려한 관현악이 강조됩니다. 저는 그런 오페라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바그너 후기의 어떤  오페라를 보고 나도 그 작품에 나오는 곡 하나를 변변히 기억하는 게 없습니다. 그런 관점으로 볼 때 베르디나 푸치니 오페라가 오페라이지요. 그래서 그런 작품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반갑고 기대도 되고 그렇습니다.


며칠 전에 오케스트라 리허설에서 페르난도의 아리아 부르는 동영상을 보내왔습니다. 공연하는 동영상은 저작권이 걸려 있어서 링크가 제한되지만 작품 해석의 특징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면 링크를 해도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래 줄거리를 설명하는 중간에 오케스트라 리허설 영상을 링크했습니다.


○ 쾰른 극장, 늙은 집시 역

   [2011년] 2/21, 2/24, 2/26


○ 비스바덴 극장, 페르난도 역 (출연 예정)

   [2021년] 9/19, 9/25, 9/30, 10/30, 11/12, 11/21

   [2022년] 6/26, 6/29, 7/3, 7/15


작품배경


1851년 <리골레토>로 성공을 거둔 베르디는 뒤이어 <라트라비아타>로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로 올라섰고 그 기세를 몰아 마흔 살 되던 1853년에 <일트로바토레>를 작곡합니다. 미국의 오페라 전문지 Opera America에 따르면 이 작품은 미국에서 7번째로 자주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로 상당한 인기가 있다고 하며, 앞선 <리골레토> <라트라비아타>와 함께 베르디의 3대 걸작으로 꼽힙니다.


<일트로바토레>는 중세 프랑스에서 활약한 음유시인을 칭하는 말로써 바그너의 <탄호이저>나 <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거>와 같은 시대의 사람들입니다. 이 오페라엔 각각의 막에 ‘결투(1막)’, ‘집시(2막)’, ‘집시의 아들(3막)’, ‘처형(4막)’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이탈리아어 대본은 스페인의 극작가 안토니오 가르시아 구티에레츠의 희곡 <음유시인>을 기초로 살바도레 카마라노와 레오네 에마누엘레 바르다레가 완성했으며, 1853년 1월 19일 로마 아폴로 극장에서 초연되었습니다. 베르디의 아름답고 풍부한 선율로 인해 어떤 작품에도 뒤지지 않는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등장인물


○ 루나 백작; 아라곤 공작을 모시는 젊은 귀족. 바리톤

○ 레오노라; 아라곤 왕녀의 시녀장. 소프라노

○ 아추체나; 나이든 집시 여인. 메조소프라노

○ 만리코; 음유시인, 우르겔 왕자 군대의 장교. 테너

○ 페르란도; 루나 백작의 시종장. 베이스

○ 이네스; 레오노라의 시녀. 소프라노

○ 루이스; 만리코의 부관. 테너

○ 늙은 집시; 베이스

○ 전령; 테너


줄거리


1막 <결투>


어두운 밤, 루나 백작의 시종장 페르난도가 병사들에게 루나 백작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루나 백작에게 가르시아라는 남동생이 있었는데 아직 아기였을 때 어느 집시 노파가 유심히 들여다보고 간 뒤로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루나 백작의 아버지는 그것이 그 노파의 저주라고 생각해 붙잡아다 화형에 처했다. 그런데 그날 밤 아기가 없어지고 노파가 처형된 곳에 불에 탄 아기의 백골이 발견되었다. 루나 백작의 아버지는 노파의 외동딸이 아기를 불 속에 넣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밤낮 비탄에 빠져있었지만, 그래도 어딘가 살아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루나 백작에게 동생을 찾으라고 유언을 남긴다.”


시종장 페르난도는 역할이 크지는 않지만 오페라 시작할 때 이야기의 배경을 설명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베이스 박영두가 비스바덴 극장에서 오케스트라 리허설 하는 영상입니다.


페르난도 <All'erta ... Di due figli>

https://www.youtube.com/watch?v=Lu-LOa_fE_s&list=UUVYo4Jn6eFdaftKUCquCqtA&index=1

https://www.youtube.com/watch?v=r1talnYAs0A


아라곤 왕녀의 시녀장인 귀족 처녀 레오노라는 궁전 발코니에서 연인 만리코를 기다리며 그를 사랑하게 된 이야기를 자기 시녀인 이네스에게 들려줍니다. 그때 레오노라를 사랑하는 루나 백작이 어둠 속에 나타나자 레오노라는 그의 품에 안기는데, 그러다가 만리코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놀랍니다. 뒤늦게 찾아온 만리코는 이런 오해에 불같이 화를 내고, 루나 백작과 결투를 벌입니다.


2막 <집시>


새벽에 집시들이 숲 속에서 장작불을 피워놓고 모루를 두드리며 ‘대장간의 합창’을 노래합니다. 그때 만리코의 어머니 아추체나는 ‘불꽃은 타오르고’라는 노래를 부르며 자기 어머니가 화형 당하던 당시의 일을 회상합니다. 아추체나가 만리코에게 그때 일을 자세히 들려주자 만리코는 자신이 아추체나의 아들이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을 품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전쟁터에서 백작을 죽일 수 있었는데 차마 죽이지 못한 사연을 이야기합니다. 이때 만리코의 부관인 루이스가 편지를 가져옵니다. 만리코가 전투에서 죽은 줄 아는 레오노라가 수녀원에 들어간다는 편지입니다. 만리코는 어머니의 만류를 뿌리치고 수녀원으로 달려가 루나 백작과 싸워서 레오노라를 구해냅니다.


대장간의 합창 <Anvil Chorus>

https://www.youtube.com/watch?v=MdX3T_Kjcos


아추체나 <불꽃은 타오르고, Stride La Vampa>

https://www.youtube.com/watch?v=4eGlFme5SvU


3막 <집시의 아들>


루나 백작의 병사들이 다음날 전투를 기다리며 ‘전투의 나팔을 불어라’라는 합창을 노래하는데 페르난도가 적의 첩자로 보이는 집시 여인을 잡았다며 아추체나를 데려옵니다. 아추체나가 옛날 자기 동생을 불 속에 던진 집시 노파의 딸이라는 걸 알아차린 루나 백작은 그녀를 감옥에 가둡니다. 한편 결혼식을 앞둔 만리코와 레오노라는 사랑의 기쁨에 취해 있습니다. 이때 루이스가 와서 어머니가 적진에 붙잡혀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자 만리코는 ‘타오르는 저 불길을 보라’를 노래하며 어머니를 구하러 달려갑니다.


만리코 <타오르는 저 불꽃을 보라, Di quella pira>

https://www.youtube.com/watch?v=0046_If-6TA


4막 <처형>


어머니를 구하려고 적의 진영으로 돌진했던 만리코는 오히려 포로가 되어 아추체나가 있는 감옥에 갇힙니다. 레오노라는 사랑하는 만리코를 살리려고 루나 백작에게 거짓으로 결혼을 약속하고는 자신은 독약을 마신 채 만리코를 도망시키려고 감옥으로 갑니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모르는 만리코는 레오노라에게 배신했다며 저주를 퍼붓고, 그러는 사이 몸에 독이 퍼진 레오노라는 그에게 진실을 고백하고 나서 쓰러져 죽습니다.


루나 백작은 레오노라가 만리코를 살리기 위해 자신을 속인 것을 알고 바로 만리코를 처형합니다. 만리코가 죽자 아추체나는 백작에게 만리코가 백작의 동생인 것을 밝힙니다. 그러자 루나 백작은 자신이 오랫동안 찾았던 동생을 죽였다는 사실을 깨닫고 무너져 내립니다. 아추체나는 “어머니, 드디어 복수가 이루어졌군요!”라고 외치며 이 처절한 비극은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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