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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Jul 14. 2021

바그너 <라인의 황금, Das Rheingold>

코로나가 많은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그 중 문화예술 공연은 다중시설에서 열리는데다가 불요불급한 활동으로 여겨져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지요. 베이스 박영두가 일하는 비스바덴극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코로나 팬더믹이 발생하고 나서 거리두기로 관객을 제한하기도 하고 상당 기간 동안 아예 공연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백신 접종이 이루어지면서 공연이 재개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정상적인 공연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어제는 비스바덴극장에서 바그너의 연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서막에 해당하는 <라인의 황금> 공연이 있었습니다. 백신을 접종해야만 입장할 수 있었고 객석에서도 거리두기가 적용되고 있었지만 적지 않은 관객이 찾았습니다. 바그너 오페라는 무엇보다도 관현악이 압권이지요. 그래서 다른 어떤 오페라보다도 오케스트라 규모가 큽니다. 그러다보니 한정된 공간에 많은 단원이 빽빽이 않아야 하고 그만큼 감염위험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극장에서는 피아노반주만으로 오페라를 공연하기로 했답니다. 혜인 아범은 관현악이 빠진 바그너 오페라가 실망스러울 거라면서 조심스러워했습니다만, 그것도 좋은 경험일 것 같아서 굳이 고집을 세웠습니다.



비스바덴극장은 실내가 아주 아름답습니다. 대극장도 아름답지만 홀이 아주 아름다운데 어제는 공연에 필요한 최소한의 공간만 열고 나머지는 모두 닫아놓아서 아쉬웠습니다. 대극장에 들어가니 커다란 오케스트라 피트에 지휘자석과 피아노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더군요. 피아노 반주만으로 관현악이 강조되는 바그너 오페라를 공연하는 게 과연 가능하겠는지, 오페라에 몰입하는데 방해받지나 않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니 별로 의식이 되지 않더군요. 이 오페라를 관현악 반주로 공연하는 걸 본 일이 없으니 비교할 수가 없었고, 익숙한 오페라가 아니다 보니 줄거리 따라가기가 바빴거든요. 다행히 줄거리를 살펴보고 가서 공연을 따라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베이스 박영두는 이 오페라에서 거인 형제 중 파프너 역을 맡아서 노래했습니다. 거구인데도 작품에서 요구하는 특징을 살리기 위해 체격을 불리는 분장을 했는데 공연 끝나고 나서 보니 땀으로 범벅이 되었더군요. 바그너 오페라는 시종일관 끊어지는 부분이 없이 노래가 이어집니다. 반주도 쉴 새가 없지요. 막간에 잠깐 쉰 것 말고는 공연하는 내내 피아노가 이어져서 반주자가 적어도 두 사람은 되지 않을까 했는데, 두 시간 반 동안 혼자 반주를 했더군요. 놀랍다고 했더니 오늘 공연하는 <발퀴레>는 무려 다섯 시간을 혼자 반주한답니다. 보고도 믿기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4막에 여신 에르다가 나옵니다. 바그너 오페라는 후기 작품으로 가면서 선율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어제 에르다가 부른 곡은 매력적인 알토의 음색을 잘 드러낸 곡이어서 인상 깊었습니다. 다른 곡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바그너 오페라를 몇 편 보기는 했지만 적응하기까지 아무래도 시간이 좀 더 걸려야 할 모양입니다.


베이스 박영두는 이번 시즌에 처음 <라인의 황금>에 출연했습니다. 이로서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중에 마지막 <신들의 황혼>을 뺀 세 편을 노래한 것이지요. <신들의 황혼>은 성격이 달라서 출연할 계획이 없을 것 같다니 이것으로 기록을 하나 더 쌓은 셈입니다.


○ 비스바덴 극장, 거인 파프너 역

   [2021년] 6/29, 7/13



작곡배경


<라인의 황금, Das Rheingold>은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가운데 서막 격의 작품입니다. <니벨룽의 반지>는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바그너가 작곡한 4개의 오페라 모음인데 이를 <반지 사이클> 또는 <바그너의 반지>라고도 합니다. <반지 사이클>은 1848년부터 1874년까지 26년에 걸쳐 바그너 혼자서 대본을 쓰고 작곡을 했습니다. <반지 사이클>을 이루는 4개의 오페라는 <라인의 황금>, <발퀴레>, <지그프리트>, <신들의 황혼>으로 이 순서대로 공연합니다. 각 오페라가 독립된 작품이기는 합니다만 작곡가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자면 이 순서대로 보아야 한답니다.


바그너는 <반지 사이클>을 하루에 한 편씩 3일 동안 공연하는 것으로 구상했습니다. 그러다가 이를 소개하는 별도의 오페라가 하나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서막으로 <라인의 황금>을 작곡한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라인의 황금>을 서막이라고 여기기보다는 <반지 사이클>의 첫 번째 오페라로 여기고 있습니다.


등장인물


○ 라인의 처녀, 보탄의 딸

    보글린데; 소프라노

    벨군데; 소프라노 또는 메조소프라노

    플로스힐데; 메조소프라노

○ 신

    보탄; 베이스바리톤. 신들의 지배자. 계약의 신

    로게; 테너. 불의 신

    프리카; 메조소프라노. 결혼의 신, 보탄의 아내, 프라이아의 언니

    프라이아; 소프라노. 젊음과 미의 여신

    도너; 바리톤. 프라이아의 오빠, 번개의 신

    프로; 테너. 프라이아의 오빠, 행복의 신

    에르다; 콘트랄토. 대지와 지혜의 여신, 보탄의 전처

○ 난쟁이 (니벨룽)

    알베리히; 바리톤.

    미메; 테너. 알베리히의 동생

○ 거인

    파솔트; 베이스바리톤 또는 베이스

    파프너; 베이스


줄거리


1장 (라인강의 바닥)


세상의 시작을 알리는 느린 혼의 연주로 극이 시작되면 화음이 라인강의 흐름을 묘사하는 듯한 잔물결로 변해갑니다. 라인의 처녀 세 명이 라인강에서 헤엄치고 있을 때 난쟁이(니벨룽) 알베리히가 등장해 이들을 쫓아다니기 시작하고 처녀들은 피하면서 알베리히를 놀려댑니다. 한줄기 햇빛이 물속에 숨겨져 있던 황금 위로 비치자 처녀들은 황금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이제까지 자기들을 쫓아다니던 알베리히에게 “우리는 아버지 보탄의 명으로 황금을 지키고 있는데 오직 사랑을 부인하는 자만 황금으로부터 전능한 힘을 가진 절대반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비밀을 알려줍니다. 그러자 처녀들에게 조롱을 당한 알베리히는 사랑을 부인한 다음 황금을 훔쳐 달아납니다.


2장 (산 위의 넓은 공간)


잠에서 깨어난 보탄의 뒤로 발할라 성이 보입니다. 보탄이 거인 형제 파프너와 파졸트를 시켜 용사들이 머물 성을 지은 것입니다. 보탄은 성을 짓는 대가로 거인 형제에게 젊음과 미의 여신 프라이아를 넘겨주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프라이아를 내줄 생각은 아니었고 로게에게 거인 형제에게 줄 다른 보물을 찾아오라고 시킨 것입니다. 하지만 거인 형제들이 예상보다 일찍 건축을 마치자 프라이아를 데리고 가겠다고 나서고, 보탄의 아내 프리카는 자기 동생 프라이아를 거인들에게 넘겨주기로 약속한 보탄을 원망하고, 프라이아는 거인 형제를 피해 보탄과 프리카에게 도망쳐옵니다. 이때 프라이아의 오빠인 번개의 신 도너와 행운의 신 프로가 프라이아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고 도너가 자기 해머로 거인들을 내려치려는 순간 보탄이 자기 창을 들어 그를 제지합니다. 계약의 신이기도 한 보탄이 계약을 깰 수는 없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기다리던 불의 신 로게가 나타나지만 거인 형제에게 줄 선물을 구하지 못했다는 실망스러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 대신 알베리히라는 난쟁이가 라인의 황금을 훔쳐 반지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많은 보물을 얻은 걸 보았다고 모두에게 이야기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거인 형제는 보탄에게 프라이아와 알베리히가 가진 보물 중 하나를 요구합니다. 보탄은 자기가 가지고 있지 않은 걸 어떻게 주겠다고 약속할 수 있냐고 주저하지만 거인들은 해가 지기 전에 값을 치르라면서 프라이아를 데리고 나가버립니다. 사실 보탄은 프라이아가 아내의 동생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라이아가 가지고 있는 신들을 불로장생하도록 만드는 황금 사과 때문에라도 프라이아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로게는 보탄에게 알베리히가 가진 반지도 어차피 알베리히 것이 아니었으니 보탄이 빼앗아도 괜찮다며 꼬드깁니다. 달리 방도가 없던 보탄은 로게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를 앞세우고 니벨하임으로 내려갑니다.


3장 (지하 동굴)


알베리히는 니벨하임에서 동생 미메를 시켜 타른헬름이라는 마법투구를 만듭니다. 이 투구를 쓰면 자기 모습을 감출 수 있을 뿐 아니라 원하는 대로 자기 모습을 바꿀 수 있습니다. 알베리히는 이 투구를 이용해 니벨하임에 사는 난쟁이들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있었습니다. 이곳에 도착한 보탄과 로게는 미메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알베리히의 폭정에서 난쟁이들을 구해주겠다고 약속합니다. 이때 알베리히가 나타나 보탄과 로게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로게는 알베리히에 대한 소문을 들었고 과연 그 소문이 사실인지 알아보러 왔다고 대답하지요. 그러면서 마술투구의 능력을 못 믿겠으니 그 능력을 보여 달라고 요구합니다. 그러자 알베리히는 커다란 뱀으로 변신합니다. 로게는 놀라는 척하며 이번에는 아주 작은 것으로도 변해보라고 요구하고, 알베리히는 작은 두꺼비로 변신하고, 보탄이 이를 잡아 산꼭대기로 끌고 올라갑니다.


4장 (산위의 넓은 공간)


보탄은 알베리히에게 풀어주는 대가로 그의 보물을 요구하고 알베리히는 난쟁이들에게 보물을 쌓아 놓게 합니다. 알베리히는 보탄이 마술투구를 보물 더미에 올려놓았을 때까지 참고 있었지만 보탄이 손에 낀 반지를 요구하자 온 몸으로 저항합니다. 그러나 결국 반지는 보탄의 손으로 넘어갑니다. 분노에 가득 찬 알베리히는 반지에 저주를 걸어 누구든지 반지의 주인이 되는 자는 타인의 시기를 받을 것이며 반지의 노예가 되고 결국은 망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 말을 마치고 알베리히는 떠나버리지만, 보탄은 그의 말을 무시한다. 보탄이 보물을 주는 대신 프라이아를 돌려달라고 하자 프라이아를 내주기 싫었던 거인 형제는 그 대신 프라이아를 가릴 만큼 보물이 쌓아놓으라고 요구합니다. 보탄이 보물을 요구한 만큼 쌓아놓았는데도 거인은 또 다시 마법투구를 요구하고, 결국에는 보탄의 손에 끼어있던 알베리히의 반지까지 요구합니다. 그러자 보탄은 이를 거절하고 거인들은 협상이 깨어졌다고 선언합니다.


이때 에르다라는 여신이 나타나 보탄에게 반지를 넘겨주고 저주를 피하라고 권하지요. 에르다는 신들의 황혼을 보았다고 예언하며 그때는 모든 것이 끝난다는 이상한 말을 남기며 사라집니다. 보탄은 그녀의 권고에 따라 할 수 없이 반지를 거인들에게 넘겨줍니다. 그러자 거인 형제는 보물을 나누는 문제를 가지고 다투고 동생 파프너가 보물덩이로 자기 형 파졸트를 쳐 죽이는 일이 일어납니다. 반지의 저주가 시작된 것이지요. 보탄은 저주의 힘에 놀라고 파프너는 보물과 반지를 가지고 떠납니다.


파프너가 보물을 가지고 떠나자 신들은 마침내 새로운 성에 들어가게 됩니다. 보탄이 신들을 이끌고 다리를 건너서 성으로 들어가려다가 잠시 그 자리에 서더니 새로운 성을 발할라라고 부르겠다고 선언합니다. 프리카가 발할라는 이름이 무슨 의미냐고 묻자 보탄은 자기 계획이 모두 결실을 맺으면 그 의미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마치 수수께끼 같은 대답을 합니다. 그러나 로게는 새로운 성으로 건너가지 않으면서 신들이 스스로 종말을 서두르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신들이 모두 거짓으로 영광을 차지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그때 황금을 잃어버린 것을 슬퍼하는 라인의 처녀들의 노래 소리가 들립니다. 보탄이 로게에게 라인의 처녀들이 노래를 부르지 못하도록 하라고 시키지만 라인의 처녀들은 노래를 그치려 하지 않자 신들은 이들을 무시하고 새로운 성으로 들어간다. 라인의 처녀들은 신들의 영광이란 것은 한낱 환영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막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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