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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Oct 07. 2021

논리는 나의 힘

논리를 대하는 자세

최훈

우리학교

초판 2015년 3월


자연과학을 공부했고 직장생활 대부분을 보고서 쓰는 일로 보냈다. ‘이과 글쓰기’가 직업이었다는 말이다. ‘이과 글쓰기’는 무엇보다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선명하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 써온 보고서 대부분은 현상을 보고 실체를 판단하며, 그 실체에 외력이 가해질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예측하고, 그 변화를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묶어놓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를 제시하는 것이었다. 비록 한정된 사람만 읽는 것이기는 하지만 보고서 내용을 바탕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후속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큰 글이었고, 따라서 오해의 여지가 없도록 선명하게 써야 했다. 물론 모든 판단과 추론이 논리적으로 설명될 수 있어야 하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말하자면 ‘이과 글쓰기’의 핵심은 선명함과 논리가 아닐까 한다. 평생 보고서를 써왔는데도 써놓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논리적 글쓰기에 대한 글을 많이 찾아 읽었다.


논리적 글쓰기 중에는 특히 ‘논리의 오류’에 관심이 많았다. 보고서를 쓰면서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글로 전달하는 일을 나름의 사명으로 여기고 실천하고 있다”는 저자의 소개에 끌려 이 책을 선택했다. 물론 이 책에도 그런 내용이 들어있기는 하다. 하지만 저자 스스로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논리적 사고를 키울 수 있을까 하는데 초점을 맞추었다고 밝히고 있듯이 ‘논리적 오류’는 주제를 풀어나가다 필요하면 언급하는 정도로만 다루고 있어 다소 아쉬웠다.


저자는 책의 앞부분에서 ‘논리적인 사람이 갖춰야할 조건’에서 시작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키울 수 있는 방법’까지 적지 않은 분량을 할애해가며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논리적으로 사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기 감정을 억제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상대의 주장을 평가할 때 반드시 합리적인 근거가 바탕이 되어야 하며, 그 결과 자기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느끼면 바로 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더 나아가 자신의 생각이 선입견이나 편견이 아닌지 살피라던가 자기 생각이 언제나 틀릴 수 있다고 인정하라고 말한다. 물론 건강한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당연히 유념해야 할 일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논리적 사고의 힘을 키우는 길이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논리적이려면 주장이 적절한지 살펴봐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자기주장이든 남의 주장이든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근거를 물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항상 그 주장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논리적인 사람이 되려면 우선 많이 알아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수긍할 것이니 새로울 것이 없다. 저자는 그에 덧붙여 상대방의 말을 잘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인성이나 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임으로서 상대방의 논증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유익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논쟁을 하다보면 상대의 주장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내가 뭐라고 말할지 준비하기에 바쁘다. 그러다 보면 저자가 지적한 대로 상대방의 논증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게 되고, 그것이 결국 내 주장이 논점을 벗어나거나 내 주장의 논리를 빈약하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논리의 대결이 되어야 할 논쟁을 전투적이고 공격적인 것으로 여긴다고 지적한다. 그러다 보니 “네 주장은 ‘방어’하기 어렵다” “그는 내 논증의 약점을 ‘공격’했다” “나는 그의 주장을 ‘분쇄’했다” “나는 그와의 논쟁에서 한 번도 ‘이긴’ 적이 없다” “그는 나의 모든 논증을 ‘격파’했다”는 식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논증은 결코 승부를 가리기 위한 일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또한 “논증의 목표는 사람들의 힘을 모아 더 좋은 해결책을 찾는 일이며, 상황에 따라 논증의 목표가 승리일 수도 있지만 그때라도 열린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흥분하면 결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논리는 “승부를 가리는 일이 아닐 뿐 아니라 대화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논증은 상대방을 쓰러뜨리는 파괴 작업이 아니라 협력하여 최선의 결론을 찾는 건설 작업이고 그래서 당연히 논쟁 상대자도 굴복시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파트너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보를 감추는 것은 내게 도움이 되지도 않고, 강압적인 분위기에서는 생산적인 논증을 이끌어 낼 수 없으며, 그것은 결국 모두를 실패하게 만드는 길이 될 뿐이라고 말한다.


생각해보니 글을 좀 더 논리적으로 쓰기 위한 기술에 정신이 팔려 있었을 뿐 그러기 위해 갖춰야 할 자세에 대해서는 나 몰라라 했던 모양이다. 자세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논리적인 글이라고 써봐야 상대를 공격하기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글이 공격적이고 전투적으로 변하지 않겠나. 그래서 논리 또한 모든 사람들이 화목을 이루며 살아가는 데 필요한 덕목이라는, 자세가 갖추어지지 않은 채 논리를 남발하게 되면 모두를 실패하게 만들 것이라는 저자의 지적은 나름 탄탄했던 논리로도 해결하지 못했던 과거 여러 사건의 원인이 바로 내 자세에 있었음을 일깨워줬다. 당초 논리의 오류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하고 그래서 좀 더 논리적으로 탄탄한 글을 쓰겠다고 기대한 것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것보다 글 쓰는 자세가 논리를 더 확실하게 떠받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유익한 기회가 되었다.


논리에 대한 저자의 통찰이 돋보이는 문장 둘.


“우리는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어 있다. 그 많은 정보 중에서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고르는 능력도 논리적 사고의 능력에 해당한다.”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은 많은 것을 읽고 관찰하는 데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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