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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Nov 13. 2021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Tristan und Is

이 오페라에서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영국 콘월의 마르케 국왕은 베이스 박영두가 꼭 해보고 싶은 역할 중 하나입니다. 본인이 해보고 싶었던 역할이고 지난 11월 7일에 있었던 비스바덴 오페라극장의 이번 시즌 개막 무대에서 크게 주목을 끌어서 이래저래 기억에 오래 남게 되었습니다.


개막 무대(Premiere)는 오페라 연주자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작품이나 역할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한 역할을 복수의 연주자가 나누어 맡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더블 캐스팅). 그럴 경우 개막 무대는 당연히 그 중 더 잘 부르는 연주자의 몫이 되지요. 개막 무대는 오페라 애호가의 관심이 집중될 뿐 아니라 각종 언론 그리고 오페라 에이전트들이 참석해 연주자를 평가하고, 보도하고, 또 출연을 제의해오기도 합니다. 말하자면 시장이 서는 것이지요. 연주자로서는 자기를 팔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이 말은 오페라에 출연한다 해도 개막 무대에 서지 않으면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독일 오페라 애호가들에게 ‘바그너는 진리’입니다. 그래서 바그너의 열렬한 애호가들을 ‘바그네리안’이라고 부릅니다. 오직 바그너의 오페라만으로 매년 바이로이트에서 열리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은 모든 ‘바그네리안’의 성지이자 꿈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독일에서 바그너 오페라는 흥행 보증수표입니다. 비스바덴 오페라극장에서 열린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개막 무대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개막 무대가 끝나자 베이스 박영두에게 지금까지 받아보지 못했던 환호와 갈채가 쏟아졌다고 합니다. 언론은 물론 오페라 에이전트들이 직접 찾아와 격찬과 함께 관심을 표시했다는 군요. 본인도 얼떨떨할 정도였답니다. 코로나가 어느 정도 진정되고 일상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니 그동안 오페라를 가까이 할 수 없었던 갈증이 그렇게 표현된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본인에게 큰 격려가 되었겠습니다.



○ 비스바덴 극장, 콘월의 마르케 국왕 역

   [2021년] 11/7, 11/13, 11/28, 12/5

   [2022년] 1/8, 3/6


등장인물


○ 트리스탄; 프랑스 브르타뉴의 기사이자 콘월 마르케 국왕의 조카. 테너

○ 이졸데; 마르케 국왕과 약혼한 아일랜드 공주. 소프라노

○ 마르케 국왕; 영국 콘월의 왕. 베이스

○ 브란게네; 이졸데의 시녀. 소프라노

○ 쿠르베날; 트리스탄의 부하. 바리톤

○ 멜로트; 마르케 국왕의 심복. 바리톤 혹은 테너


줄거리


오페라의 배경


원작의 방대한 내용을 제한된 시간에 그려내다 보니 오페라에서는 내용을 단순화시키고 배경이 되는 앞부분을 생략했습니다. 오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략된 배경을 살펴보겠습니다.


이졸데의 약혼자이자 사촌오빠였던 아일랜드의 모롤트가 콘월에 와서 조공을 요구하자 콘월  마르케 국왕의 조카인 트리스탄이 모롤트와 싸워 그를 죽이고 자신도 부상을 입습니다. 트리스탄은 치료를 위해 의술로 소문난 이졸데를 찾아가는데, 상처를 본 이졸데는 트리스탄이 자기 약혼자를 죽인 원수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를 죽이려다가 마음을 바꿔 치료를 해주고 돌려 보냅니다. 이후 마르케 국왕은 결혼을 위해 산부인 이졸데를 데려오라고 트리스탄을 다시 아일랜드로 보내는데, 이졸데를 데리고 돌아오는 뱃길에서 오페라가 시작됩니다.


제1막. 이졸데를 데리고 가는 트리스탄의 배


이졸데는 시녀 브랑게네를 시켜 키를 잡은 트리스탄에게 자신의 시중을 들라고 하지만 트리스탄이 거절합니다. 트리스탄의 부하 쿠르베날은 과거 이졸데의 약혼자 모롤트가 콘월에 왔다가 목만 아일랜드로 돌아갔던 이야기를 하면서 시녀를 조롱합니다. 화가 난 이졸데는 트리스탄이 과거 탄트리스라는 가명으로 자신을 속이고 치료받으려고 했던 사실을 떠올리며 교활한 사내를 그 때 죽이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면서 브랑게네에게 트리스탄과 같이 죽을 테니 독약을 준비하라고 시킵니다.


콘월에 도착해서 배에서 내릴 때가 되자 이졸데는 트리스탄이 직접 모시러 와야 내리겠다고 고집을 부립니다. 결국 트리스탄이 나타나서 신부를 데려갈 때 다른 남자는 신부에게 가까이 가지 않는 것이 풍습이라고 해명하지요. 이졸데는 모롤트의 복수를 하겠다면서 브랑게네가 준비한 독약을 마시라고 하는데 트리스탄이 그대로 약을 마시자 이졸데가 잔을 뺏어서 나머지 절반을 마십니다. 그런데 브랑게네는 잔에 독약대신 사랑에 빠지는 묘약을 넣어두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쓰러져 죽는 대신 서로 끌어안고 사랑에 빠져 버립니다.


제2막. 콘월의 마르케 왕의 성, 이졸데의 방 앞, 여름밤.


마르케 몰래 계속 트리스탄과 만나던 이졸데는 이번에도 불을 꺼서 트리스탄에게 신호를 보내고 트리스탄이 나타나자 다정하게 끌어안고 2중창을 부릅니다. 브랑게네와 쿠르베날이 망을 보고 있는데 마르케 국왕과 심복 멜로트가 나타납니다. 두 사람 관계를 의심하고 있던 멜로트가 눈치를 채고 마르케 국왕에게 현장을 덮치도록 한 것이지요. 난감한 상황에 처한 트리스탄은 마르케 국왕에게 오히려 이졸데와 함께 콘월을 떠나겠다고 이야기하자 이에 화가 난 멜로트가 트리스탄을 칼로 찔러 중상을 입히지만 국왕이 말려서 트리스탄이 죽음은 면합니다.


제3막. 프랑스 브리타뉴 지방 카레올에 있는 트리스탄 조상들의 성


쿠르베날이 부상당한 트리스탄을 여기까지 옮겨 왔지만 차도가 없어서 트리스탄이 죽어갑니다. 쿠르베날은 목동에게 이졸데가 여기로 오고 있으니 그녀가 탄 배가 보이면 신호하라고 요청하고 배가 도착하자 목동이 피리를 울려서 알려줍니다. 마침내 이졸데가 성에 도착하자 트리스탄은 마지막 힘으로 이졸데를 끌어안은 후 그대로 죽습니다. 그때 마르케 국왕과 멜로트가 탄 배가 도착합니다. 쿠르베날은 먼저 내린 멜로트와 국왕의 수행원들과 싸워 그들을 죽이고 자신도 큰 부상을 입고 쓰러집니다. 뒤이어 나타난 마르케 국왕은 자신은 트리스탄을 죽이려고 온 것이 아니며, 두 사람의 불륜이 사랑의 묘약 때문이었고 트리스탄은 죄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둘을 결혼시키기 위해 온 것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미 트리스탄과 쿠르베날이 죽었다는 것을 알고 안타까워합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고 실성한 이졸데는 “트리스탄은 다시 살아난다(사랑의 죽음)”고 노래하고 트리스탄의 시신 위에 쓰러져 숨을 거둡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djFBW-S3z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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