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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Jan 28. 2022

텅 빈 지구

인구 감소라는 재앙

대럴 브리커ㆍ존 이빗슨

김병순 옮김

을유문화사

2019년 6월 20일


어느 건설회사가 대형 아파트 분양을 선점해 상당한 실적을 올린 뒷이야기를 읽은 일이 있다. 세대에 따른 주택 취향을 인구 통계와 연결시켜 앞으로 대형 아파트 수요가 급증할 거라고 예상하고 대비한 것이 성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혹시 우리 회사에도 그렇게 적용할 일이 있지 않을까 살펴봤고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러면서 인구가 사회 뿐 아니라 개인의 구체적인 삶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걸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인구 문제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구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거론되고 있기는 한데 서울대 조영태 보건대학원의 교수 말고는 딱히 생각나는 학자가 없을 정도로 이에 대한 사회적 대응이 미미해 보인다. 조영태 교수는 2016 우리나라 인구 문제에 대한 견해를 정리해 <정해진 미래>라는 제목으로 책을 펴냈다. 앞으로 20~30 후의 미래는 이미 정해졌다는 것이다. 그때 사회의 중추를 이룰 젊은이들의 숫자가 이미 결정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역사박물관 휴게실에 전시된 <텅 빈 지구>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제목만으로 인구에 관한 책인 줄 짐작했지만 역사박물관에 이 책이 진열된 게 조금은 뜬금없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인구 변화가 역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간 세계 인구통계를 볼 기회가 없던 나로서는 이 책이 제시하고 있는 각종 통계에 자연스럽게 눈길이 끌렸다.


인구 감소 통계


저자는 앞으로 30년 안에 세계사에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 될 ‘인구 감소’가 일어날 것인데, 2040~2060년 사이에 90억 명을 정점으로 내리막을 걸을 것이고, 인구가 일단 감소되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미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 나라가 20개국에 이르고 2050년 정도면 50개국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구 대국인 인도도 한 세대 안에 인구 감소에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한다.


저자는 서기 1년의 세계 인구를 3억 명으로 추산한다. 그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1400년에 4억 명, 1700년에 6억 명까지 늘어나다 1800년에 10억 명을 돌파한다. 이후 1927년 20억 명, 1959년 30억 명, 1974년 40억 명, 1987년 50억 명, 2000년 60억 명, 2019년 70억 명으로 늘어난다. 10억 명에서 20억 명으로 늘어나는데 127년 걸리던 것이 이후로는 10억 명 늘어나는데 각각 32년, 15년, 13년, 13년, 19년이 걸렸다. 이를 요약하자면 1) 20세기 중반까지 식생활이 개선되고 의학 발달로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향상되면서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다가, 2)  20세기 후반부터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여성의 교육수준과 자기통제권이 높아져 그 결과로 출산율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늘어나는 속도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3) 21세기 들어서면서 인구 증가 속도가 현저하게 낮아진다. 저자는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선진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국가에 따라 차이를 보이기는 해도 이미 세계적인 현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개발도상국인 라틴 아메리카 38개국 중에서도 17개국의 출산율이 이미 인구대체율인 2.1명을 밑돈다는 것이다.


앞서 출산율이 낮아지는 데는 도시화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자녀 양육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1950년 30%에 불과하던 세계의 도시화율은 2007년 50%을 지나면서 세계의 도시인구가 농촌인구를 넘어서게 되었고, 2020년에 55%까지 증가한 후 2050년에는 67%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1960년 16%에서 2020년 54%로 급격하게 높아졌고 2050년에는 76%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 1960년 6.2에 이른 출산율이 1980년 2.5까지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물론 출산율이 낮아진 데는 1971년 출산계획위원회가 자녀 덜 낳기 운동을 벌인 영향도 있다.


저자는 일단 인구가 줄기 시작하면 그것을 멈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해마다 가임기 여성의 숫자가 전년보다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에 따라 생활방식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를 ‘저출산의 덫’이라고 하는데, 고용 패턴이 바뀌고, 어린이집과 학교가 줄어들고, 가정과 아이 중심의 사회가 개인 중심의 사회로 이동한다. 그렇게 해서 출산율이 1.5 미만인 상태로 한 세대 이상 흐른 사회는 그것이 ‘정상’이 되고 이전의 출산율을 회복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 저자는 이 책에서 출산율이 1.5 미만인 상태로 한 세대 이상 흐른 사회가 어디인지 밝히고 있지 않다.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출산율이 가장 낮다는 우리나라도 1.5 미만으로 떨어진 것이 1999년이니 아마 아직 그런 상태로 한 세대(30년) 이상 흐른 사례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저자의 예상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인구 감소 영향


저자는 인구감소는 좋은 일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매우 중요한 현상인 것은 틀림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중요한 현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맬서스는 1798년 발표한 <인구론>에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주장했고, 1968년 폴 에얼릭은 <인구폭발>에서 인구 과잉ㆍ자원 고갈ㆍ환경 파괴 문제를 선구적으로 경고하고 나섰고, 당시까지는 1980년 정도가 되면 기근으로 아사자가 속출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책에서 실제로는 대기질과 수질이 향상되었고, 1950년에서 2010년 사이 60년 동안 인구가 2배로 증가한 반면에 경작지는 30% 늘고 생산량은 3배가 되었으며, 1800년 85%에 이르던 극빈층은 1950년 55% 2020년 14%로 급격하게 줄었다고 말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미 모든 통계로 맬서스의 <인구론>은 폐기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그 영향이 식량이나 거주환경의 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셈이다.


저자는 청년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들이 늙었을 때 그들의 의료비와 연금을 뒷받침할 납세자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아이를 낳는 부부가 준다는 것은 주택 구매자의 수가 줄면서 집값이 하락하고 저축할 돈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학을 졸업해 중년에 이르기까지 구매력이 최고인 기간에 있는 사람이 준다는 것은 승용차와 냉장고, 소파와 청바지를 사는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이니, 결국 경제 성장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수입의 주체인 경제인구보다 지출의 대상인 부양가족이 더 많아지게 되는 것이니 식량의 문제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 결과는 그와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세계에서 가장 극적으로 인구감소가 일어나는 나라로 아마 우리나라가 꼽힐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 역시 우리나라의 사례를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한국은 전쟁 후 의료 환경이 향상됨에 따라 1950년 2천만 명에서 1985년 4천만 명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전후 6.0에 이르던 출산율이 80년대에 접어들면서 2.1로 낮아지고, 급기야는 2020년 1.2에 이르게 된다. 15세 미만 인구와 65세 이상 인구의 합을 15-65세 인구로 나눈 고령화지수는 2020년 89였으나 2040년에는 289로 급격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쉽게 말하자면 경제인구 100명이 2020년에는 89명을 부양하면 되었던 것이 2040년에는 그 세 배에 가까운 289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구감소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 정도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마 그때까지는 살아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 상황을 예상하는 것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이와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부양비(senior's dependency ratio)를 들 수 있다. 부양비란 은퇴한 노인 한 명을 부양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의 수를 말하는데, UN은 현재 6.3인 부양비가 2050년에는 3.4, 2100년에는 2.4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계 역시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정도는 우리나라가 훨씬 심각해 보인다.


아쉬움


조영태 교수는 그의 저서 <정해진 미래>와 후속작에서 인구 감소 사실 자체만큼이나 그로 인한 영향을 중요하게 다루었다. 인구 감소가 우리만의 문제도 아니고 인구 감소의 해법으로 여겨지는 이민의 유입 역시 다른 나라의 인구와 직결되어 있는 문제인 만큼 다른 나라의 인구 감소 동향이 궁금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아울러 그로 인해 다른 나라에서는 어떤 걱정을 하고 있는지,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또한 궁금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세계 각국의 통계를 인용하며 인구 감소 동향과 그 원인을 언급하고 있다. 향후 인구 감소 동향이 어떻게 변화될지 여러 통계를 인용하고 아울러 자신의 판단을 전한다. 그러나 정작 기대했던 인구 감소로 인한 영향이나 그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아 매우 아쉽다. 마치 결론 없는 보고서를 읽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세계전반의 인구 감소 동향과 그의 원인에 대한 그의 평가는 참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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