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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Feb 19. 2022

베르디 <운명의 힘>

<La forza del destino>

요즘은 유튜브만 열면 세계정상급 성악가들이 노래하는 오페라를 언제든 볼 수 있습니다. 오페라 전체가 올라와 있는 것도 많고, 아리아만 따로 올라와 있는 건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아직은 많은 분들에게 낯선 장르이지요. 하지만 알게 모르게 오페라곡이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어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때로는 광고음악으로 때로는 행사음악으로 때로는 교과서 수록곡으로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에 나오는 서곡입니다. 들으면 대부분 “아, 그 노래”라고 반응 하실 겁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UuJxE-iWbo


연인의 총기 오발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오빠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연인을 찾아 나서고, 연인과 오빠가 서로 누군지도 모르는 채 영원한 우정을 약속하고, 오빠가 연인을 오해해 죽이겠다고 나서고, 결국에는 자신이 오빠의 손에 죽는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 레오노라. 오페라 <운명의 힘>에서도 여느 예술과 같이 사랑과 증오와 복수가 어우러집니다.


이 오페라에서 베이스 박영두는 일인이역으로 레오노라의 아버지 칼라트라바 후작과 구아르디아노 수도원장을 노래합니다. 조금 낯선 이야기일 수 있는데요, 한 성악가가 오페라 한 작품에서 두 역을 맡는 경우가 그렇게 드문 건 아닙니다. (갑자기 찾으니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만) 물론 두 인물이 동시에 노래하는 경우는 없어야 가능하겠지요.


클래식이 서구에서 출발한 문화이다 보니 동양인 중에 이름난 음악가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중국계 일본계 음악가들이 간혹 있기는 해도 중국인 일본인 음악가들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클래식 음악가들이 사방에 넘쳐나는 우리나라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그런 중에도 세계 오페라 계에서 인정받은 ‘후이 헤’라는 중국인 소프라노가 있습니다. 유럽 유수의 오페라극장뿐 아니라 미국의 유명 오페라극장을 무대 삼아 큰 활약을 펼치고 있지요.


베이스 박영두가 비스바덴극장에서 레오노라 역의 ‘후이 헤’, 그리고 알바로 역의 세계적인 테너 ‘호세 쿠라’와 함께 <운명의 힘>에 출연했습니다. ‘후이 헤’는 출연하느라 비스바덴에 머무는 동안 초대를 받아 집에 오기도 했고, 무대 뒤에서 저희 내외와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공연 끝나고 자전거로 퇴근하는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 쾰른 극장, 알클라데 역

   [2012년] 9/16, 9/18, 9/19, 9/20, 9/22, 9/23, 9/25, 9/26, 9/28, 9/29, 9/30, 10/3

○ 쾰른 극장, 칼라트라바 후작 및 구아르디아노 수도원장 역

   [2014년] 1/18, 1/21, 1/24, 1/26

○ 비스바덴 극장, 칼라트라바 후작 및 구아르디아노 수도원장 역

   [2016년] 5/22, 5/26, 6/2, 6/9, 6/12, 6/15


등장인물


○ 알바로; 레오노라의 애인. 테너

○ 레오노라; 소프라노

○ 카를로; 레오노라의 오빠. 바리톤

○ 칼라트라바 후작; 레오노라의 아버지. 베이스

○ 프레지오실라; 집시 여인. 메조소프라노

○ 구아르디아노; 수도원장. 베이스


줄거리


제1막


세비야에 있는 레오노라의 방. 함께 도망가기로 약속한 알바로를 기다리고 있던 레오노라는 막상 아버지에게 저녁인사를 하고 나자 결심이 흔들립니다.


Me pellegrina ed orfana (나는 고아처럼 방황하네)

https://www.youtube.com/watch?v=2809xRzA3rA


그때 알바로가 나타나 레오노라가 망설이지 못하도록 사랑의 노래로 그녀의 말문을 막습니다. 함께 도망가려던 그들은 레오노라가 근본도 확실하지 않은 귀족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걸 못마땅해 하는 그녀의 아버지 칼라트라바 후작에게 발각됩니다. 후작은 칼을 뽑아들고 그들의 앞을 가로막으면서 알바로에게 자기 딸을 꾀어 달아나려고 한 죄로 고발하겠다고 위협합니다. 알바로는 자기 권총을 뽑아 후작의 발밑에 던지면서 저항할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이해를 구하려합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권총 오발사고로 후작이 숨지게 됩니다.


제2막 제1장


호르나추엘레스의 여관. 레오노라의 오빠인 카를로는 아버지가 죽은 것을 발견하고 레오노라가 아버지를 죽인 알바로와 함께 달아난 걸 알게 되자 복수를 결심합니다. 하지만 알바로는 이미 전쟁터로 떠났고 레오노라도 몸을 숨기기 위해 남장을 한 채 길을 떠난 후였습니다. 학생으로 변장한 채 그들을 찾아 나섰던 카를로가 이 호르나추엘레스까지 오게 됩니다. 카를로는 주막에서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이 명예로운 가문의 후손임을 밝히지요.


Son Pereda son ricco d'onore (나는 페레다. 명예로운 가문의 후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g87E1pFx5pw


이때 우연히 주막집에 들른 레오노라가 오빠 카를로를 목격합니다. 그러나 레오노라는 오빠를 피해 숨습니다.


제2막 제2장


아버지가 죽은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허망하게 여긴 레오노라는 산속에 있는 수도원으로 들어가 영원히 몸을 숨기기로 하고 수도원 문밖에서 성모 마리아에게 자비를 구하는 기도를 드립니다.


La Vergine degli angeli (천사이신 우리 성모님)

https://www.youtube.com/watch?v=ftmxFQ4Y2Ss

레오노라는 수도원장인 구아르디아노 신부에게 자기가 누군지 밝히고 남은 생애를 이곳에서 지내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를 가엽게 여긴 수도원장은 레오노라가 수도원 근처 동굴에서 지낼 수 있도록 허락하지요. 그러면서 이곳에서 사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을 하며 잘 견디겠다는 다짐을 받습니다.


제3막


이탈리아에 주둔해 있는 군대의 야영지. 알바로는 사랑의 상처를 안은 채 페데리코라는 이름으로 스페인 군대에 들어갑니다. 공교롭게도 원수를 찾아 헤매던 카를로도 펠릭스라는 이름으로 같은 부대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신분을 감추고 입대했기 때문에 서로를 알아보지 못합니다. 알바로는 레오노라가 오빠에게 붙들려 죽은 줄 알고 자기도 속히 레오노라의 뒤를 따라 영원한 세계로 가고 싶다고 노래합니다.


La vita e inferno... (행복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산다는 것이 지옥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9ui-JloqNk


이때 카를로가 못된 도박꾼들에게 공격을 받아 소란스러워집니다. 알바로가 뛰어 들어가 도박꾼들을 물리치고 칼에 찔려 죽게 생긴 카를로를 구합니다. 서로 누군지 모르는 두 사람은 영원한 우정을 맹세하고 생사를 함께 하기로 다짐합니다.


얼마 후 벌어진 전투에서 알바로가 큰 부상을 입고 죽게 되자 카를로가 총탄을 헤치고 뛰어나가 알바로를 구해옵니다. 중상을 입어 곧 죽게 된 알바로는 가지고 있던 편지를 카를로에게 건네주며 자기가 죽으면 뜯지 말고 그대로 없애 달라고 부탁합니다.


Solenne in quest'ora (엄숙한 이 순간의 약속)

https://www.youtube.com/watch?v=oOJzcf5y8bQ


병사들이 부상당한 알바로를 병원 막사로 데려갑니다.


Morri! Tremenda cosa! (죽는다는 것! 이 얼마나 놀라운 생각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IgJThs3qHEQ


알바로를 병원으로 보낸 카를로는 이상한 느낌이 들어 편지를 열어봅니다. 그러자 누이동생인 레오노라의 초상화가 나옵니다. 카를로는 “그렇다면 이 사람이 아버지를 죽이고 사랑하는 누이동생 레오노라를 유혹하여 도망갔던 그 사람이란 말인가?” 되뇝니다.


Ah, egli e salvo (아, 그가 살아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VWUm1MZKN0


카를로는 병사들로부터 알바로가 회복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게 되었다고 기뻐합니다.

천우신조로 알바로의 상처가 회복되어 갑니다. 이때 카를로가 찾아와 결투를 신청합니다. 이미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된 두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숙명적인 결투를 벌이지요. 그러나 병사들이 막아서 결투는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레오노라의 오빠이며 자기의 목숨을 구해준 카를로와 결투를 하게 된 알바로는 몹시 괴로워하다가 수도원으로 들어가 평생을 보내기로 결심합니다.


제4막


알바로가 라파엘이라는 수도승이 되어 레오노라가 은둔하고 있는 동굴로부터 멀지 않은 수도원에서 지냅니다. 얼마 후 카를로가 원수인 알바로를 추적해 이곳까지 찾아와 다시 결투를 신청합니다. 알바로는 이제 모든 것을 버리고 수도승이 되어 속세에서 떠나 살기로 했으니 제발 마음을 돌려 과거의 모든 일을 용서해달라고 간청하지요.


Le minacce, i fieri accent (바람이 모든 것을 가져가기를)

https://www.youtube.com/watch?v=tOW6qxxUQDY


하지만 카를로는 끝내 알바로가 칼을 뽑아들게 만듭니다.


장면은 레오노라가 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동굴 밖으로 바뀝니다. 레오노라는 아직도 알바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고백하며 괴로운 마음에 죽음으로서 평화를 찾겠다고 독백합니다.


Pace, pace, mio dio (주여 평화를 주소서)

https://www.youtube.com/watch?v=2_h2Z6NOfEo


무대 뒤에서는 알바로와 카를로가 벌이는 결투의 칼부림 소리가 처절하게 들리고 마침내 알바로가 피 묻은 칼을 손에 쥔 채 뛰어 들어오지요. 어쩔 수 없이 카를로를 찌르지만 그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생각에 인기척이 있는 동굴까지 달려온 것입니다. 알바로는 그곳에서 극적으로 레오노라와 상봉합니다. 그러나 그 감격도 잠시뿐, 알바로는 레오노라에게 자기가 결투 끝에 카를로를 칼로 찔러 쓰러트렸다고 고백하지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레오노라의 심정은 찢어질 것만 같습니다. 레오노라와 알바로는 쓰러져 있는 카를로에게 달려갑니다.


한편 카를로는 칼에 찔린 몸을 이끌고 알바로의 뒤를 쫓다가 동굴 앞에서 레오노라와 알바로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카를로는 두 사람이 이미 오래전부터 이 동굴에서 함께 지내온 줄로 오해하고 레오노라가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생각해 하나뿐인 누이동생을 칼로 찌릅니다. 레오노라는 알바로에게 마지막 말을 전하며 그의 팔에서 숨을 거둡니다. 알바로가 자신의 기구한 운명을 저주하는 가운데 수도원장인 구아르디아노는 조용히 저주하지 말라며 위로합니다. 레오노라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죽고 나면 모든 것을 용서받을 거라며 그를 안심시킵니다. 그리고 레오노라가 죽기 전 세 사람이 3중창을 부르는 가운데 막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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