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2.04.09 (토)

by 박인식

어제 걷는데 무릎이 시큰거려 아침에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의료보험에서 감당하는 것이기는 하겠지만 2천 원도 안 되는 돈만 내고 받기엔 미안할 정도여서 물리치료 받으러 갈 때마다 망설여진다.


아주 돌아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회사에 적을 두고 있다고 하기도 어정쩡한 상태로 지낸다. 지난 가을까지만 해도 출근하던 사람이 아무 일도 하지 않으려니 쉽게 적응이 안 된다. 갑자기 세상에 얹혀사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마음이 바빠졌다. 어르신 취업지원센터도 가보고 벼룩시장이며 알바천국을 뒤졌다. 지원한 곳이 백 곳도 넘었지 싶다. 그 중에 지원서를 열어본 회사는 열 곳도 안됐다.


막일이라도 해볼 생각으로 나이 가리지 않는다는 몇 곳을 찾았는데, 그들이 말하는 나이는 예순다섯이었다. 그 나이 넘으면 아예 나이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어찌어찌 기회를 잡았다. 일하는 곳이 지방이라고 해서 잠깐 멈칫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막일할 곳을 찾는다면서 어떻게 입맛에 맞는 일자리를 고르려든다는 말인가.


아내에게 어물어물 설명하고 다음날 새벽에 부산으로 향했다. 처음 며칠 긴장 속에서 보냈다. 허리와 무릎이 좋지 않다는 진단을 받아 조심해야할 처지여서 더욱 그랬을 것이다. 긴장을 해서인지 새벽같이 현장에 나가는 것도, 입에서 단내 나게 옥상을 오르내리는 것도 문제가 없었다. 걱정했던 대로 시멘트 나르는 일은 힘겨웠다. 들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허리와 무릎에 무리가 가는 일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눈치가 달라보였다. 현장 끝날 때쯤 다음 현장이 어디냐는 물음에 더 이상 함께 일할 수 없겠다는 대답을 들으면서 이때 느꼈던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했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현장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 것만도 고마워해야 할 일이었다.


돌아온 지 며칠 되었는데도 오르막길에서 편안하게 걷지 못한다.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입에서 저절로 신음이 나온다. 사실 감당할 자신이 있어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뭐라도 해야 했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도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일 시작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나름 애를 썼는데, 결과적으로 짐이 되었다.


얼마 되지 않는 돈 내고 물리치료 받는 것도 민망한 일이고 아내 눈 피해 병원 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어서 무모한 반란은 여기서 접기로 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2.04.08 (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