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여 년 함께 일했던 선배와 오늘 식사 약속이 있었다. 요즘 몸이 좋지 않다던 처남이 어제 응급실에 가야할 만큼 상태가 나빠져서 약속을 미룰까 하다가 어차피 오후 진료시간까지 기다려야 해서 그냥 만나기로 했다.
칠십을 훌쩍 넘긴 선배는 비상근이기는 해도 아직 현직에 있다. 모처럼 만나 점심을 먹고 바람 좋은 양재천을 걸었다. 서울을 떠나 마당 넓은 집에 사는 선배를 부러워했는데, 칠십이 넘으니 집 돌보는 것도 힘에 부친다고 했다. 몇 년 전까지는 나이를 의식하지 못했는데 한두 해 사이에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며칠 전 칠순을 맞은 막내처남과는 친형제 못지않게 서로 의지하고 살았다. 몇 달 전에 만났을 때 한 해 사이에 너무 달라진 모습을 보고 몹시 놀랐다. 손아래인 나보다도 훨씬 펄펄했던 사람이 그렇게 달라진 게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래도 계속 출근할 정도이니 별일이야 있겠나 했는데, 어제 갑자기 사지에 힘이 빠져 사무실에서 주저앉았다고 했다.
담당의가 어제 검사한 결과에서 별다른 이상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은 무너져 내렸는데 말이다. 다시 응급실로 내려가 자정이 다 되어서야 검사를 받았다. 처남댁에 조카들까지 곁에 있으니 내가 굳이 있어야 할 이유는 없었는데, 그래도 곁에 있으면 위로가 될까 싶어 함께 있다가 입원하는 걸 보고 새벽녘에 돌아왔다.
요 며칠 잉여인생을 사는 것 같아 의기소침했는데, 막내처남 저러고 있는 걸 보니 그것도 배부른 투정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