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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Apr 13. 2022

모차르트 <티토 황제의 자비>

<La clemenza di Tito>

베이스 박영두가 쾰른 극장 오페라스튜디오 단원으로 선발된 것은 2010년이었지만 실제로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을 본 것은 다음해 겨울이었습니다. 갓 태어난 첫 손녀도 볼 겸해서 간 길에 자식이 꿈꾸던 유럽 무대에 선 것을 본 것이지요.


당시 쾰른 극장은 한창 보수공사중이어서 쾰른 법원청사 로비에서 이 오페라를 공연했습니다. 쾰른 법원청사는 중앙 계단이 매우 넓고 그 주위로 넓고 긴 회랑이 있어서 계단 중앙을 무대로 삼고 주변 회랑에 객석을 배치했습니다. 그러니 출연자들은 객석 사이로 드나들어야 했지요. 생각보다 울림이 좋았고 소리도 잘 전달되어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독일 애호가들의 오페라 사랑은 정평이 났습니다만, 이 오페라도 저희가 갔을 땐 이미 매진이 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극장장의 배려로 무대 바로 앞좌석에서 공연을 감상했습니다. 다음날 극장장을 만나 감사의 뜻을 전하고 동양화 풍의 중동 풍경화 한 점을 선물했습니다. 워낙 이해관계자의 선물에 민감한 곳이라 값으로 치기도 민망한 소품을 준비해갔지요.


사실 저는 공연을 볼 때까지 이런 오페라가 있는 줄도 몰랐습니다. 나름 오페라에 대해서 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입니다. 그때는 자식의 유럽 무대를 처음 본 것이라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상당히 흥분했었거든요. 그래서 무슨 노래를 어떻게 들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분위기만 생생하게 기억날 뿐. 이 글을 쓰면서 비로소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아주 낯설지는 않고 들어본 기억이 나는 곡도 몇 개 있네요.


2막으로 구성된 이 오페라는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나던 해 마지막으로 발표한 <마술피리>에 앞서 발표한 작품입니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작품이라는 것이지요. 독특하게도 티토 황제(테너)와 근위대장 푸블리오(바리톤/베이스)만 남성이 노래하고 중심인물인 세스토와 안니오 모두 메조소프라노가 남장을 하고 노래합니다. 베이스 박영두는 여기서 푸블리오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 쾰른 극장, 푸블리오 역

   [2011년] 10/9, 11/4, 11/6, 11/10, 11/12, 11/18, 11/20

   [2012년] 12/15

   [2013년] 1/4, 1/6

○ 비스바덴 극장, 푸블리오 역

   [2019년] 5/1, 5/5, 6/10, 6/22, 6/27

   [2022년] 4/3, 4/18, 4/22, 5/27, 7/23


등장인물


○ 티토; 로마제국의 황제. 테너

○ 세스토; 로마귀족이자 비텔리아의 연인. 남장한 메조소프라노

○ 비텔리아; 전 황제 비텔리우스의 딸. 소프라노

○ 안니오; 세스토의 절친한 친구이자 세르빌리아의 연인. 남장한 메조소프라노

○ 세르빌리아; 세스토의 여동생. 소프라노

○ 푸블리오; 황제의 근위대장. 바리톤/베이스


줄거리


제1막 비텔리아의 방


티토 황제의 아버지에게 밀려난 비텔리우스 황제의 딸 비텔리아는 티토 황제와 결혼해 다시 권력을 얻으려 합니다. 티토 황제는 원정 중에 알게 된 유대공주 베레니체를 사랑하지만 로마 여인과 결혼하기를 원하는 로마시민들의 뜻을 따라 친구인 세스토의 여동생 세르빌리아를 아내로 삼기로 하지요. 그러나 세스토는 자신의 친구 안니오가 세르빌리아와 결혼하는 걸 이미 허락한 상황이었습니다. 난감해하는 세스토 대신 안니오가 나서서 티토 황제에게 세르빌리아의 덕성을 칭찬하며 황제의 결정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세르빌리아에게 가서 황제의 뜻을 전하고 작별을 고합니다. 이에 세르빌리아가 황제에게 나아가 안니오와 사랑하는 사이라고 밝히자 티토 황제는 사랑을 위해 황후 자리를 포기하는 세르빌리아에게 감동해 결혼을 허락합니다.


Ah, se fosee intorno al trono (내 왕좌를 둘러싼 자 모두가 그대와 같다면)

https://www.youtube.com/watch?v=KZRwy-X8-gE


비텔리아는 티토 황제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자기를 열렬히 사랑하는 세스토를 시켜 티토 황제를 암살하려고 합니다. 세스토는 자기 친구인 티토 황제를 죽여달라는 비텔리아의 요청을 받아들인 후 번민에 싸입니다.


Parto, ma tu ben mio (나는 갑니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이여)

https://www.youtube.com/watch?v=0rbJ4sa0vV0


하지만 티토 황제는 비텔리아와 결혼하기로 마음을 바꾸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비텔리아는 세스토가 티토 황제를 암살하려는 것을 막으려 하지만 세스토는 이미 떠난 뒤였습니다. 세스토가 부하들을 시켜 로마에 불을 지르고 티토 황제를 칼로 찌릅니다. 그러나 실제로 칼에 찔린 사람은 티토 황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지요.


제2막 황실의 별궁


세스토는 절망에 빠져 자살하려 하지만 안니오는 티토 황제가 죽지 않았다고 알립니다. 근위대장 푸블리오는 세스토를 황제 암살 미수범으로 체포해 가두고 원로원은 세스토에게 사형을 선고합니다. 친구 세스토의 배신을 믿지 않던 티토 황제는 세스토가 배후 없이 스스로 암살을 계획했다고 자백하자 배신감에 휩싸여 사형집행을 승인합니다. 세스토는 친구이자 자신이 존경했던 황제의 분노와 절망을 보고 마음 아파합니다.


Deh per questo istante solo (잠시만 시간을 내주십시오)

https://www.youtube.com/watch?v=wwdOPAuvUJs


세스토가 끝까지 자기 죄를 뒤집어쓰고 사형을 당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비텔리아는 그를 희생시켜 가며 황제와 결혼하려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합니다.


Non piu di fiori (더 이상 나를 위한 결혼의 화환을 만들지 않으리)

https://www.youtube.com/watch?v=dVf2QwLibkw


비텔리아는 황제에게 모든 것이 자신의 음모였다고 자백합니다. 황제는 그런 세스토와 비텔리아를 용서하고 그들의 결혼을 승인하고 로마 시민들이 모두 티토 황제의 자비를 찬양하는 가운데 막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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