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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May 09. 2022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엘렉트라, Elektra>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바그너 이후 독일의 가장 뛰어난 작곡가라고 평가받고 있고 오페라도 상당히 여러 편 작곡했습니다. <장미의 기사>와 <살로메>는 상당히 유명하고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음반도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그런데 <엘렉트라>는 유럽에서 상당히 자주 공연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한국에서 공연된 일이 없을 뿐 아니라 음반도 별로 눈에 띄지 않습니다. (물론 제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엘렉트라>는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자식들이 복수하는 고대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의 원류가 되는 미케네 아르고스의 왕 아가멤논 일가의 처절한 비극은 고대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인 아이스퀼로스와 에우리피데스, 그리고 소포클레스 모두 극으로 만들만큼 유명합니다.     


바그너도 그렇지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도 관현악 편성 규모가 매우 크지요. <엘렉트라>를 작곡할 때 작곡가가 구상한 편성은 무려 120명에 달합니다. 저는 이 작품을 독일 카셀 오페라극장에서 봤는데 이런 특징을 잘 모르고 본 것이라 오케스트라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볼 생각은 못했습니다만, 극장 규모로 봐서 오케스트라 피트에 120명이 들어가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     


베이스 박영두는 엘렉트라의 남동생 오레스트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정부와 함께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를 찾아 끝내 복수한다는 비극의 주인공이라는 것도 그랬지만 어머니를 죽이느라 온 몸에 피투성이가 된 모습도 아주 끔찍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본인도 이 작품을 그렇게 내켜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에서 그의 연주가 크게 호평을 받았고, 그래서 카셀 극장에 초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 비스바덴 극장, 오레스트 역

   [2016년] 1/28, 1/31, 2/3, 2/6, 2/14

○ 카셀 극장, 오레스트 역

   [2017년] 2/18, 2/22, 3/4, 3/15, 3/24, 5/13, 6/18, 6/25     


등장인물     


○ 엘렉트라; 아가멤논과 클뤼템네스트라의 딸. 소프라노

○ 크리소테미스; 엘렉트라의 여동생. 소프라노

○ 클뤼템네스트라; 아가멤논의 왕비. 메조소프라노

○ 오레스트아가멤논과 클뤼템네스트라의 아들바리톤

○ 에기스트; 아가멤논의 사촌동생, 클뤼템네스트라의 정부. 테너     


줄거리     


아가멤논 일가의 비극은 유럽인들에게는 아주 익숙한 주제여서 그런지 이 작품에서는 주인공인 엘렉트라와 그의 남동생이 어머니에게 복수하려는 배경은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미케네 아르고스의 왕 아가멤논은 트로이 전쟁에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으로서 출정하게 되었지만 아르테미스 여신의 노여움으로 출항을 하지 못하게 되자 왕비 클뤼템네스트라의 절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딸 이피게니에를 제물로 바치고 원정길에 오릅니다. 오랜 전쟁 끝에 승리를 거둔 그는 트로이의 공주이자 무녀인 카산드라를 데리고 귀국합니다. 왕비 클뤼템네스트라는 아가멤논의 사촌동생이자 자신의 정부인 에기스트와 함께 아가멤논과 카산드라를 죽입니다. 권력을 찬탈한 왕비는 비정하게도 자식들까지 내칩니다. 큰 딸 엘렉트라는 남동생 오레스트를 피신시키고 자신은 복수할 날을 기다립니다. 이런 배경을 두고 오페라는 단막으로 진행됩니다.     


오페라 전체 (영문자막)

https://www.youtube.com/watch?v=jq1qfG0r4LE     


궁전 안뜰에서 하녀 다섯이 물을 길으면서 엘렉트라 이야기를 합니다. 궁전에서 천덕꾸러기가 된 엘렉트라가 권력을 잡은 사람들을 욕한다고 흉을 보는 겁니다. 엘렉트라가 하녀들에게도 욕을 하니 하녀들이 엘렉트라에게 감정이 좋을 리 없지만 그 중 한 하녀는 그래도 엘렉트라를 감싸다가 다른 하녀들에게 따돌림을 당합니다. 하녀들이 퇴장하고 어둠이 깔리자 구석에 있던 엘렉트라가 나타나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면서 울부짖습니다.     


Allein! Weh, ganz allein!... Agamemnon! (아! 혼자에요, 아가멤논!)

https://www.youtube.com/watch?v=E_-sH2MNqYI     


이때 여동생 크리소테미스가 나타나 갇힐지도 모른다고 경고하면서 언니에게 복수를 단념하라고 충고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복수에 몸부림치느니 차라리 농부의 아내나 되어 아기를 낳고 살고 싶다고 하지요. 그때 어머니 클뤼템네스트라 왕비가 오는 기척이 들리고 그녀는 두려워하며 도망칩니다.     


왕비가 나타나 요즘 악몽에 시달린다면서 엘렉트라에게 어떻게 그것을 쫓아낼 수 있을지 묻자 엘렉트라는 남자 맛을 안 여자가 제물로 필요하다고 대답합니다. 그리고는 슬그머니 오레스트 얘기를 꺼내자 왕비는 오레스트가 바보였기 때문에 멀리 떠나보낸 거라고 말합니다. 엘렉트라는 어머니인 왕비가 오레스트를 두려워하는 걸 다 안다며 어머니 자신이 제물이 될 것이라고 외칩니다.     


Was bluten muss? (누구의 피?)

https://www.youtube.com/watch?v=YUZH2HMKpw8     


그때 시녀가 나타나 무언가 귓속말을 속삭이자 왕비는 갑자기 웃으며 궁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때 여동생 크리소테미스가 등장해 오레스트가 죽었다는 소문을 전합니다.     


Orest ist tot! (오레스트는 죽었어!)

https://www.youtube.com/watch?v=bhikvCd6-FI     


엘렉트라는 이제 우리 둘이 복수를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여동생은 망설이다가 그만 도망쳐 버립니다. 낙심한 엘렉트라는 혼자라도 복수를 해야겠다며 아버지가 살해될 때 쓰였던 도끼를 찾기 시작합니다. 그때 나그네가 나타나 오레스트의 죽음을 전하러 왔다고 합니다. 슬픔에 잠긴 엘렉트라에게 이름을 물은 나그네는 엘렉트라가 자신의 이름을 말하자 격앙된 어조로 사실 오레스트는 살아 있다고 말합니다. 엘렉트라가 그렇게 말하는 그대는 누구냐고 묻자 나그네는 모습을 드러내면서 뒤뜰에 있는 개도 날 알아본다고 대답합니다. 그가 바로 동생임을 알게 된 엘렉트라는 ‘오레스트!’라고 부르짖으며 기쁨을 노래합니다.     


Die Hunde auf dem Hof erkennen mich (뒤뜰에 있는 개도 알아본다오.)

https://www.youtube.com/watch?v=8pqWSKty5FI     


때마침 궁전 안에 남자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오레스트와 그와 함께 온 그의 친구는 왕비 시녀 도움으로 궁 안으로 들어갑니다. 엘렉트라가 오레스트에게 도끼를 건네주지 못했다고 걱정할 즈음 궁 안에서 왕비의 비명이 터져 나옵니다. 그때 왕비의 정부 에기스트가 등장해서 불을 켜라고 소리칩니다. 이 소리를 들은 엘렉트라는 횃불을 들고 달려가 환희에 찬 춤을 추는데 이를 본 에기스트는 이상히 여겨 궁 안으로 들어갑니다. 에기스트는 잠시 후 사람 살리라는 비명과 함께 사라집니다.     


여동생 크리소테미스가 나타나 오레스트가 마침내 복수하고 궁 안의 사람들이 그를 따른다고 전합니다. 이윽고 엘렉트라는 전력을 다해 신들린 것처럼 광란의 춤을 추기 시작하고 끝내 그 자리에 쓰러집니다. 크리소테미스가 닫힌 궁전의 문 앞에서 ‘오레스트!’를 부르면 막이 내립니다.     


Schweig und tanze! (입 다물고 춤추라!)

https://www.youtube.com/watch?v=D55qPDzQ1d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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