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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Jul 31. 2022

푸치니 <라보엠, La Boheme>

호사가들이 곧잘 세계 3대 오페라니 5대 오페라니 하며 꼽는 작품들이 있지요. 베르디 <라트라비아타>, 비제 <카르멘>, 푸치니 <라보엠>은 빠지지 않고, 거기에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과 <마술피리>, 푸치니 <토스카>와 <나비부인>, 베르디 <리골레토> 중 한두 작품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 중에 연말에 주로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가 있습니다. 마치 베토벤 <합창교향곡>이 연주되듯 말입니다. 크리스마스가 배경이기도 하고, 파리 허름한 다락방에 옹기종기 모여 사는 가난한 젊은이들을 통해 젊은 날을 추억해 보기엔 겨울이라는 계절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베이스라는 역할의 특성상 ‘남녀 간의 사랑’이 주제가 되는 작품에는 역할이 아예 없거나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좀 큰 역할이 <라보엠>에서 주인공 로돌포의 친구인 콜리네입니다. 베이스 박영두가 비스바덴 극장으로 옮긴 첫 시즌에 출연한 <라보엠>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무대가 아주 화려했던 게 인상 깊었습니다. 비극을 강조하기 위해서 화려한 부분을 대비시켰을 수도 있고, 혹시 크리스마스 시즌인 점을 감안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예술가, 혹은 일반적인 가치기준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 담긴 <라보엠>은 19세기 초 파리의 가난한 청년들의 삶을 아름답고 애틋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작곡자인 푸치니가 힘들게 지낸 학창생활을 회고하며 작곡했다는 이야기가 있더군요. 작곡자 자신의 감정이 이입되어 다른 작품보다 더 애착을 가지는 작품이라는 해석도 보입니다.     


이 오페라를 직접 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클래식을 자주 듣는 분이라면 이 오페라에 나오는 <그대의 찬손>, <내 이름은 미미>, <무제타의 왈츠>와 같은 아리아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다른 오페라보다 줄거리가 선명해서 작품의 흐름을 따라 가기가 쉽습니다. 올해 연말에도 분명 어딘가에서 이 오페라를 무대에 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번 다녀오시지요.     


○ 비스바덴 극장, 콜리네 역

   [2014년] 10/10, 10/17, 10/19, 10/23, 10/26, 10/30, 11/14, 12/13, 12/17, 12/21, 12/26

   [2016년] 12/4, 12/9, 12/11, 12/16, 12/18, 12/23

   [2017년] 12/1, 12/6, 12/9, 12/22, 12/26     


등장인물     


○ 로돌포; 시인. 테너

○ 미미; 재봉사. 소프라노

○ 마르첼로; 화가. 바리톤

○ 쇼나르; 음악가. 바리톤

○ 콜리네철학자베이스

○ 무제타; 가수. 소프라노

○ 알친도로; 주 의원. 베이스     


줄거리     


1막. 로돌포의 다락방     


시인 로돌포는 창밖 눈 덮인 지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고 화가 마르첼로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추운 크리스마스이브인데도 땔감이 없어 난로조차 켜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상 밑에 있던 자칭 걸작의 원고 뭉치로 난로에 불을 피우고 환성을 지릅니다. 이때 철학자 콜리네가 떨면서 들어왔다가 난로에 불이 피워져 있는 걸 보고 놀랍니다. 잠시 후 두 소년이 음식과 술과 담배를 가져오고, 이를 본 세 사람은 다시 한 번 환성을 지르지요. 뒤이어 음악가 쇼나르가 의기양양하게 들어와 영국 사람의 일을 해주고 돈을 벌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유쾌하게 먹고 마시는데 집주인이 집세를 받기 위해 들어옵니다. 그들은 집주인에게 술 몇 잔을 권해 따돌리고 카페로 나갑니다. 하지만 로돌포는 원고를 정리하고 나간다며 친구들을 먼저 내보내지요.     


그가 원고를 정리하고 있을 때 아름다운 처녀 미미가 촛불을 빌리기 위해 들어옵니다. 폐가 나빠 파리한 미미는 들어서며 심하게 기침을 합니다. 로돌포가 기침을 멈추게 하라며 포도주를 권하지만 사양하고 촛불만 붙여 들고 나갑니다. 잠시 후 미미가 잊고 나간 열쇠를 찾으러 다시 들어옵니다. 방문을 여는데 바람이 들어와 촛불이 모두 꺼집니다. 그러자 두 사람이 어둠 속에서 열쇠를 찾습니다. 로돌포는 열쇠를 찾고서도 아닌 척 하면서 미미와 부딪칩니다. 그러고 나서 미미의 손을 잡고 <그대의 찬 손>을 부릅니다.     


Che gelida manina (그대의 찬 손)

https://www.youtube.com/watch?v=DadPpOLc-yM     


그러자 미미는 <내 이름은 미미>를 부르며 적적한 자신의 생활을 고백하지요.     


Si mi chiamano Mimi (내 이름은 미미)

https://www.youtube.com/watch?v=q-w56J3gc2U     


미미가 자기 방으로 가려할 때 문 밖에서 세 친구들이 그를 부릅니다. 로돌포는 곧 나갈 테니 먼저 자리를 잡아두라고 당부합니다. 어둡던 방안에 달빛이 흘러 들어오고 로돌포는 미미와 함께 <오 상냥한 아가씨>를 부릅니다.     


O soave fanciulla (오 상냥한 아가씨)

https://www.youtube.com/watch?v=duFk5QKFMrg     


2막. 카페 모무스 앞    

 

크리스마스이브답게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고 카페 입구에는 큰 램프가 켜져 있습니다. 로돌포는 미미와 함께 가게에 들어가 모자를 사줍니다. 카페는 이미 만원이어서 로돌포와 친구들은 미미와 함께 바깥 테이블에 앉아 유쾌하게 파티를 시작합니다. 미미는 자기 선물을 사왔다는 말에 기뻐합니다. 이때 화가 마르첼로의 애인 무제타가 돈 많은 관리 알친도로와 손잡고 나타나 <무제타의 왈츠>를 부릅니다.    

 

Quandro me'n vo' soletta per la via (무제타의 왈츠)

https://www.youtube.com/watch?v=5OJhJXZ1ra8     


“길을 가면 남자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자기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모두 쳐다본다”는 바람기 있는 노래를 들은 마르첼로가 몹시 분개합니다. 무제타는 구두 때문에 발이 아프다고 구두 한쪽을 벗고 알친도로는 그걸 들고 새 구두를 산다며 나갑니다. 무제타는 마르첼로에게 가서 화해를 하고 친구들과 즐겁게 마시다가 군악대가 오는 걸 보자 계산은 알친도로 앞으로 달아놓고 군중과 함께 떠들며 나갑니다. 구두를 사가지고 돌아온 알친도로는 무제타가 안 보이자 실망을 하고, 계산서를 보고는 놀라서 기절해버립니다.  

  

3막. 안페르의 관문     


로돌포와 미미, 마르첼로와 무제타는 이곳에 방을 얻어 살고 있지만 낭만은 한 때일 뿐 생활은 구차하기만합니다. 크리스마스로부터 두 달도 훨씬 지난 어느 날, 바람은 아직도 쌀쌀하기만 한데 냉랭한 방의 가난한 시인과 병약한 미미는 앞으로 어떻게 살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려고 하지만 뜨거웠던 사랑의 꿈은 쓸쓸하게 사라지려 합니다. 화려하고 사치한 무제타는 마르첼로를 진정으로 사랑하지만 자기 버릇은 버리지 못합니다. 미미는 기침을 하면서 마르첼로를 만나러 옵니다. 마르첼로가 미미를 보고 놀라자 미미는 로돌포가 자기를 버리려 한다며 조언을 구합니다. 그때 로돌포가 마르첼로와 함깨 나오자 미미는 몸을 숨기지요. 로돌포는 마르첼로에게 번민을 털어놓으며 <미미는 마음이 뜬 여자>라고 노래합니다. 그래도 자기는 미미를 사랑하며 중병에 걸린 미미를 치료할 돈이 없다며 탄식합니다. 비로소 자기가 중병에 결렸다는 걸 알게 된 미미는 로돌포 앞에 나타나고 로돌포는 그녀를 포옹합니다. 무제타가 술집에서 다른 남자와 웃으며 떠드는 걸 본 마르첼로는 무제타에게 뛰어 들어갑니다. 여기서 미미는 작별인사를 노래합니다.     


Donde lieta usci altuo grido d'amore (가는가 사랑의 꿈)

https://www.youtube.com/watch?v=nBp2xjC6xwc     


4막. 다시 로돌포의 다락방    

 

로돌포는 책상에 앉아 글을 쓰고 마르첼로는 그림을 그리면서도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로돌포는 무제타가 화려하게 차려입고 마차를 타고 가더라고 하고 마르첼로는 미미가 후작부인 같은 차림새로 마차를 타고 가더라고 합니다. 마르첼로는 무심코 무제타가 남겨 둔 리본에 키스하고 그걸 본 로돌포는 미미가 두고 간 모자를 꺼내어 가슴에 대고 <오 미미,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노래합니다.     


O Mimi, tu piu non torni (오 미미,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N0aUMJL-xlY     


얼마 후 쇼나르와 콜리네가 생선을 가지고 와서 시끌벅적하게 떠들며 유쾌하게 식사합니다. 마치 무도회처럼 춤을 추고 그러다 말싸움이 우스꽝스러운 결투로 이어지는 가운데 무제타가 문을 열고 뛰어 들어옵니다. 미미를 데리고 왔지만 아파서 계단을 올라오지 못한다고 말하지요. 이에 놀란 로돌포가 곧 내려가고 마르첼로도 뒤를 따릅니다. 쇼나드와 콜리네는 침대를 준비합니다. 침대에 누운 미미는 “나의 로돌포 여기 있어도 좋습니까?”하고 묻고 로돌포는 “언제든지”라며 대답합니다. 로돌포가 손이 차다면서 자기 손으로 미미의 손을 녹여 주는 가운데 미미는 한 사람 한 사람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합니다. 마르첼로에게는 무제타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지요. 무제타는 마르첼로에게 자기가 가장 아끼던 귀걸이를 빼주면서 의사를 불러오라고 부탁하고 토시를 사기 위해 함께 나갑니다. 콜리네는 외투를 저당 잡혀 돈을 구해온다며 낡은 외투에게 <자, 안녕>하며 작별을 고합니다.     


Vecchia zimarra semti (자, 안녕)

https://www.youtube.com/watch?v=R5zQhDjrkYY     


쇼나르는 로돌포와 미미 단 둘만 남겨놓고 물병을 들고 콜리네 뒤를 따라 나갑니다. 로돌포와 마미는 사랑하던 추억을 더듬지요. 두 사람은 사랑하던 추억을 더듬으며 아름다웠던 시절을 회상합니다. 이때 미미는 <다들 떠났나요? 나는 잠자는 척을 했어요>를 부릅니다.     


Sono andati? Fingevo di dormire (다들 떠났나요? 나는 잠자는 척을 했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_u9DVZRx0Yg     


쇼나르와 무제타가 들어오고 로돌포는 미미 얼굴에 해가 강하게 비치지 않도록 사다리를 세우고 거기에 무제타의 망토를 씌웁니다. 침대 가까이로 간 쇼나르는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며 놀라고 로돌포와 그때 마침 돌아온 콜리네도 미미 곁으로 다가갑니다. 마르첼로와 쇼나르는 얼굴을 돌리고 울고 무제타는 울면서 침대에 엎드립니다. 로돌포는 미미의 시신 위에 몸을 던지고 미미를 부르며 통곡하는 가운데 막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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