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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Sep 15. 2022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

<Il barbiere di Siviglia>

오페라 장르를 내용으로 구분하자면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 비극 오페라)와 오페라 부파(opera buffa, 희극 오페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오페라 부파 중 대표적인 작품에 로시니의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꼭 들어갑니다. 로시니가 작곡한 2막의 오페라인 이 작품은 프랑스의 저명한 극작가 보마르셰가 쓴 세 편의 연작 중 첫 번째에 해당하고, 두 번째는 모차르트의 대표작으로 여겨지는 <피가로의 결혼>입니다. 그러니까 세계에서 가장 자주 공연되는 오페라 두 편이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말이지요.


전편인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주인공 알마비바 백작이 이발사 피가로의 도움으로 의사 바르톨로의 후견을 받고 있는 로지나와 결혼하고, 바르톨로는 로지나의 재산을 탐내 로지나와 결혼하려다 백작이 로지나와 결혼하는 걸 동의하고 대신 그녀의 재산을 받고, 바르톨로의 이발사이던 피가로는 백작의 결혼을 도운 공으로 백작의 이발사로 영전합니다.


후편인 <피가로의 결혼>에서는 알마비바 백작이 백작부인이 된 로지나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히려 백작부인의 시녀이며 피가로와 결혼하기로 되어 있는 수잔나에게 눈독을 들이지만 피가로의 기지로 백작이 백작부인에게로 돌아가고 피가로는 수잔나와 결혼합니다. 그리고 고아인 줄 알았던 피가로가 의사 바르톨로와 그의 하녀였던 마르첼리나 사이에서 난 아들이라는 것이 밝혀집니다.


오페라 두 편이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기는 했지만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부담 없이 즐길 만합니다. 물론 세계적으로도 널리 사랑 받는 작품답게 서곡부터 시작해 손꼽히는 아리아가 하나둘이 아닙니다.


자식이 베이스이다 보니 베이스 아리아에 눈길이 끌리는 건 당연한 일일 겁니다. 저는 베이스의 3대 아리아로 베르디 ‘돈카를로’에서 필리포 국왕의 ‘Ella giammai m’amo’ (그녀는 날 사랑한 적이 없네), 베르디 ‘에르나니’에서 실바의 ‘Infelice e tuo credevi’ (불쌍한 사내여),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에서 바질리오의 ‘La calunnia’ (소문은 미풍처럼)를 꼽습니다.


베이스 박영두가 비스바덴으로 옮긴 첫 시즌인 2014년 겨울에 그 중 하나인 바질리오의 ‘La calunnia’를 불렀습니다. 그때 남긴 글을 찾아보니 자식이 그 아리아를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불렀다는 사실에 대한 기쁜 마음만 표현했더군요. 노래가 어땠다는 평이 없는 걸 보니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 후로는 다시 공연한 일이 없었고 이번 시즌에도 연주계획에 들어있지 않네요. 언젠가 다시 공연하는 일이 있으면 꼭 챙겨봐야겠습니다. 그때는 노래가 무르익었다는 정도 표현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비스바덴 극장, 바질리오 역

   [2014년] 12/5, 12/11, 12/14, 12/18, 12/20, 12/27, 12/31

   [2015년] 1/3


등장인물


○ 로지나; 메조소프라노

○ 바르톨로; 의사, 로지나의 후견인. 베이스

○ 알마비바 백작; 지방 귀족. 테너

○ 피가로; 세빌리아의 이발사. 바리톤

○ 바질리오; 바르톨로 박사와 한패이자 음악 교사. 베이스

○ 마르첼리나; 바르톨로 박사의 하인. 소프라노


줄거리


제1막 제1장. 바르톨로 집 앞 거리


바르톨로의 집 발코니 앞에서 바르톨로가 돌보는 로지나에게 마음을 둔 알마비바 백작이 등장해 악사의 기타 반주에 맞추어 로지나에게 사랑을 호소하는 노래를 부릅니다. 로지나가 끝내 나타나지 않자 백작은 악사에게 수고비를 넉넉하게 주고 신이 난 악사들은 떠들썩하게 물러납니다. 이때 이발사 피가로가 노래를 신나게 부르며 등장하지요.


Largo al factotum della citta (나는 이 고장의 만능 일꾼)

https://www.youtube.com/watch?v=TKDXr_fimQ8


백작은 피가로에게 로지나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러자 피가로는 로지나의 후견인인 의사 바르톨로는 로지나의 많은 재산을 차지하기 위해 로지나에게 자기와 결혼하자고 강요하고 있다고 알려줍니다. 그때 자기에게 사랑의 노래를 부른 주인공에게 편지를 전하고 싶은 로지나가 발코니에서 아래로 편지를 떨어뜨립니다. 그것을 본 바르톨로가 주우러 내려간 사이 백작이 먼저 주워 바르톨로는 허탕을 칩니다. 화가 난 바르톨로가 화를 내면서 문을 잠그고 외출을 합니다. 로지나는 편지에서 후견인 바르톨로의 감시가 심해서 외출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니 이름과 신분을 알려달라고 요청합니다. 그 편지를 받은 백작은 자기 이름은 린도르이고 가난한 학생이라고 둘러대는 노래를 부릅니다. 로지나가 그 노래에 응답하려고 할 때 누군가 로지나를 데리고 들어갑니다. 백작은 피가로를 불러 인사하면서 자기들의 사랑을 도와달라고 다시 한 번 부탁합니다. 백작과 피가로가 함께 노래합니다.


All' idea di quel metallo (돈을 보면 지혜가 샘솟는다)

https://www.youtube.com/watch?v=ltRvjKGAri4


제1막 제2장. 바르톨로 집 살롱


로지나가 어떤 방해가 있더라도 가난한 학생 린도르(사실은 백작)와 사랑을 이루겠다는 다짐하는 노래를 합니다.


Una voce poco pa (방금 그 노래소리)

https://www.youtube.com/watch?v=Zofnaz2kNvA


바르톨로가 돌아오는데 음악교사 바질리오가 나타나서 알마비바 백작이 로지나를 얻기 위해 와 있으니 추문을 퍼뜨려서라도 이 고장에서 쫓아버리자고 노래합니다.


La calunnia e un venticello (험담은 미풍처럼)

https://www.youtube.com/watch?v=Yu2xQ9cLorI


그러나 바르톨로는 로지나와 결혼하는 것이 최상책이라고 말하면서 둘이 퇴장합니다. 피가로가 로지나에게 와서 어떤 젊은이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전하자 로지나는 린도르가 자기를 사랑한다는 사실에 매우 기뻐합니다. 피가로가 로지나에게 답장을 쓰라고 권하자 로지나는 벌써 답장을 써놓았다며 편지를 내밀지요. 피가로는 요즘 처녀들은 굳이 가르쳐줄 필요가 없다며 편지를 가지고 돌아갑니다.


바르톨로가 로지나의 손에 잉크가 묻은 것을 보고 로지나가 답장을 쓴 걸 눈치 챕니다. 로지나가 얼버무리려 하자 바르톨로는 몹시 화를 내며 변명 따위는 듣지 않겠다고 노래합니다.


A un dottore della mia sorte (나 같은 선생에게는)

https://www.youtube.com/watch?v=ZbOMO_IfJCs


한편 피가로의 도움으로 군인으로 변장한 알마비바 백작이 들어와 숙박허가증을 보이며 이 집에서 묵어야겠다고 우깁니다. 그러자 바르톨로는 숙박면제증을 보이고, 백작은 그것을 받아 찢어버리고, 그러는 사이 거기에 나타난 로지나에게 살짝 편지를 쥐어주며 자기가 린도르라고 알려줍니다. 이렇게 옥신각신하는 걸 피가로가 나서서 중재하지만 상황은 더욱 꼬여가고 급기야 경찰이 나타나자 서로에게 죄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경찰이 연행하려 하자 알마비바 백작은 자기 신분을 밝히고, 경찰은 놀라 부동자세를 취하고, 바르톨로는 황당해 합니다.


제2막. 바르톨로 집 서재


군인으로 변장한 것이 실패하자 알마비바 백작은 음악교사 바질리오의 제자로 변장해 바질리오가 병이 나서 대신 가르치러 왔다고 속입니다. 하지만 그걸 믿을 바르톨로가 아니지요. 하는 수 없이 백작은 로지나의 편지를 꺼내 보이며 알마비바 백작에게 입수한 것이며 린도르가 로지나를 백작에게 팔아넘기려는 것이라고 꾸며댑니다. 반신반의한 바르톨로는 로지나를 불러오고, 로지나는 린도르가 찾아온 것을 알아차리고 노래를 부릅니다.


Contro un che accende amore (내 마음 속에 사랑이 싹터)

https://www.youtube.com/watch?v=rvH68kBdFYI


피가로는 어떻게 해서든 바르톨로를 백작과 로지나에게서 떨어뜨리려고 바르톨로의 수염을 깎으러 옵니다. 피가로를 절름거리는 시늉을 하면서 접시를 떨어뜨려 바르톨로의 시선을 돌린 후 살짝 발코니 열쇠를 빼냅니다. 백작은 그 틈에 로지나에게 사랑을 고백하지요. 그때 갑자기 병이 났다고 둘러대었던 바질리오가 나타나 모두 깜짝 놀라 5중창을 부릅니다.


Don Basilio, cosa veggio (돈 바질리오 큰일 났다)

https://www.youtube.com/watch?v=I-zFcS86-qQ


백작은 재빨리 바질리오에게 지갑을 통째로 주어 돌려보냅니다. 피가로가 바르톨로의 수염을 깎고 있는 사이에 백작과 로지나는 그날 밤 함께 도망치기로 단단히 약속하지만, 두 사람 사이를 수상히 여긴 바르톨로에게 들키자 백작은 도망칩니다. 잠시 후 바질리오가 돌아와 바르톨로에게 가짜 음악교사가 백작이었다고 알려줍니다. 마음이 급해진 바르톨로는 그날 밤으로 로지나와 결혼식을 올려버리려고 바질리오에게 공증인을 불러오라고 합니다. 바르톨로가 로지나에게 네가 연인이라고 생각하는 린도르가 사실은 너를 꾀어 백작에게 팔아넘길 속셈이라고 설명하자 그 말을 믿은 로지나는 그날 밤에 함께 도망치기로 한 계획을 털어놓으며 바르톨로와 결혼을 승낙합니다. 바르톨로는 이 말에 놀라 경찰을 부르러 나갑니다.


폭풍우 치는 한밤중에 백작이 피가로와 함께 발코니를 타고 몰래 들어옵니다. 로지나가 자기를 백작에게 팔아넘기려는 사람과 달아날 수 없다고 거부하자 백작은 자기 신분을 밝히고 백작으로서가 아니라 가난한 학생인 사람조차 사랑해줄지 어떨지 알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하자 로지나는 오해를 풀고 매우 기뻐하며 백작과 기쁨의 이중창을 부릅니다.


Ah! qual colpo inaspettato! (아, 당신을 정말)

https://www.youtube.com/watch?v=En7uUiHIFoY


백작과 로지나, 피가로 일행이 도망가려고 발코니로 나가니 사다리가 사라져버렸습니다. 이어 바르톨로가 결혼 공증인을 데리고 들어옵니다. 하지만 이미 피가로를 통해 매수했던 터라 공증인이 알마비바 백작과 로지나의 결혼 증명서에 서명합니다. 바질리오도 백작의 매수로 백작 편에 섭니다. 백작은 바르톨로에게 로지나의 재산을 모두 줄 테니 로지나를 자기에게 달라고 하자 처음부터 재산에 눈독을 들이던 바르톨로는 못 이기는 체 하면서 백작과 로지나의 결혼을 승낙하면서 막이 내립니다.


오페라 전체

https://www.youtube.com/watch?v=8NwKPegV1lE


<Intermission. 크리스마스 장식이 잘 어우러진 오페라 극장 로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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