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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Oct 02. 2022

베르디 <리골레토, Rigoletto>

리골레토는 베르디의 중반기 작품 중 최대 걸작으로 베르디 작품 중에서 <라 트라비아타>에 이어 다음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입니다. 베르디는 오페라를 26편을 작곡했는데 이 오페라가 처음으로 본격적인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물론 이전에도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오페라가 있기는 했지만 이 오페라로 이탈리아 음악계에서 확고부동한 위치를 차지한 것이지요.


만토바 공작의 궁정에서 빌붙어 사는 어릿광대 꼽추 리골레토는 신체적인 결함 때문에 온갖 멸시와 천대를 다 받고 지냅니다. 그런 가운데 먹고 살기 위해 주인인 만토바 공작 편에 서서 그의 악행을 거듭니다. 그러다가 자기가 가장 아끼는 딸 질다가 만토바 공작에게 유린되고, 그런 만토바 공작을 죽이려합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질다가 만토바 공작 대신 죽음을 자청합니다. 리골레토는 자객 스파라푸칠레를 시켜 만토바 공작을 죽이려고 하고, 스파라푸칠레는 만토바 공작 대신 질다를 죽이고, 만토바 공작이 죽은 것으로 알고 시체를 처리하려던 리골레토의 귀에 만토바 공작의 노래가 들립니다. 시체를 담은 자루를 열어본 리골레토는 그것이 자기 딸인 것을 알고 절규하며 막이 내립니다. 비극이지요.


이 오페라에는 아리아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인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을 비롯해 오페라 가수라면 누구나 탐을 낼만한 아리아가 무척 많습니다. 제목만으로는 무슨 노래인지 알기 어렵지만 오페라를 잘 모르시는 분이라도 들어보시면 귀에 익으실 겁니다.


베이스 박영두는 이 오페라에 이미 서른 번 가까이 출연했습니다. 쾰른 오페라극장에서는 체프라노 백작으로, 비스바덴 오페라극장에서는 자객 스파라푸칠레로 출연했지요. 올해도 이 오페라로 시즌을 시작합니다. 바로 내일 첫 무대에 섭니다. 노르웨이 공연 마치고 돌아와 바로 리허설에 참석해야 한다고 해서 고단할까 싶어 자청해 기사노릇 했다가 아들 덕분에 최종 리허설을 보게 되었습니다. 리허설이 본 공연과 똑 같은데 굳이 보겠느냐고 합니다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요. 수년 만에 홈그라운드에서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 앞에서 노래하고 박수 받는 모습을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예습 삼아 줄거리를 살펴봤습니다.


○ 쾰른 극장, 체프라노 백작 역

   [2012년] 3/15, 3/18, 3/21, 3/23, 3/25, 3/29, 3/31, 4/4, 4/7, 4/9, 4/12

○ 비스바덴 극장, 자객 스파라푸칠레 역

   [2019년] 1/19, 1/23, 1/26, 2/1, 2/6, 2/9, 2/17, 5/31, 6/2, 6/21, 6/28

   [2021년] 6/12, 6/18, 6/26, 6/30, 7/9, 7/16

   [2022년] 예정 10/2, 10/8, 10/23, 11/6, 11/19, 11/26

   [2023년] 예정 2/22, 5/9


등장인물


○ 만토바 공작; 만토바 공국의 영주, 천하의 바람둥이 호색가. 테너

○ 리골레토; 만토바 공작 궁정의 광대, 꼽추에 절름발이. 바리톤

○ 질다; 리골레토의 딸. 소프라노

○ 스파라푸칠레; 자객. 베이스

○ 막달레나; 스파라푸칠레의 여동생, 메조소프라노


줄거리


제1막 제1장. 만토바 공작의 궁전


자기의 호화로운 궁전에서 열린 파티에서 호색한인 만토바 공작은 자기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여자든지 수중에 넣을 수 있다며 “한 여자에게만 마음을 주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이 여자를 택할까, 저 여자를 택할까”하고 노래합니다.


Questa o quella (이 여자냐, 저 여자냐)

https://www.youtube.com/watch?v=iyO3j4mSJQk


그러면서 손님으로 초대한 체프라노 백작의 부인을 모든 사람이 보는데서 보란 듯 가로채어 침실로 끌고 들어갑니다. 이때 공작에게 자기 딸을 농락당한 일이 있는 몬테로네 백작이 공작에게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며 저주하지요. 궁정 어릿광대인 꼽추 리골레토가 그 모습을 보고 몬테로네 백작에게 오죽 못났으면 딸이 농락당하도록 가만히 있었느냐, 딸이 바람나서 공작을 좋아한 게 아니냐며 심하게 빈정댑니다. 몬테로네 백작은 만토바 공작에게 대들다가 오히려 병사들에게 끌려 나갑니다. 몬테로네 백작은 공작보다도 리골레토를 더 비난하면서 너도 언젠가 딸이 농락당한 아버지의 원한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될 거라는 말을 내뱉습니다. 아름다운 딸을 숨겨놓은 리골레토는 그 말을 들으며 움찔합니다.


제1막 제2장. 리골레토가 딸을 숨겨 놓은 교외의 어느 한적한 집


남이 볼세라 어둠 속에서 주위를 살피며 몰래 집으로 들어가려는 리골레토에게 낯선 사내가 다가옵니다. 그는 자기가 자객이라며 언제든지 일을 맡겨 달라고 합니다. 자객은 리골레토가 그렇게 남의 눈을 피해 다닐 사람이라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는 것이지요. 사실 자객인 스파라푸칠레는 리골레토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습니다. 리골레토는 “나는 혀끝으로 사람을 죽이고 너는 단칼로 찔러 죽인다. 나는 웃음을 만들고 너는 죽음을 만든다. 우리는 같은 사람이다”라며 노래합니다.


Pari siamo (우리는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pFwqy8ztC00


자객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질다가 나와서 리골레토를 반갑게 맞습니다. 리골레토는 낮에 몬테로네 백작에게 들은 저주의 말도 있고 해서 사랑하는 딸이 더욱 걱정스럽습니다. 질다는 아버지가 근심이 있는 것 같다며 이유를 묻지만 리골레토는 그저 문단속 잘하고 누가와도 절대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신신당부합니다.


Firliia! Mio Padre (딸아! 나의 아버지!)

https://www.youtube.com/watch?v=VsPIu1BSoaE&list=RDVsPIu1BSoaE&start_radio=1


리골레토가 집을 비운사이 딸 혼자 남겨진 집에 만토바 공작이 찾아옵니다. 성당에서 먼발치로 질다를 본 후 그 청순한 아름다움에 반해 뒤를 쫓아온 것입니다. 만토바 공작은 질다에게 자기는 골티에르 말데라는 가난한 학생이라고 소개하며 사랑을 고백합니다. 질다도 그를 좋아하게 되고 마침내 사랑을 맹세하지요. 사실 만토바 공작은 단지 질다를 농락할 셈으로 집까지 따라온 것인데 바로 그 집에서 나오는 리골레토를 보고 매우 놀랍니다. 질다는 그 가난한 학생을 그리워하며 노래합니다.


Caro nome che il mio cor (사랑스런 그 이름이 나의 마음을 처음으로 세차게 두드렸네)

https://www.youtube.com/watch?v=CnabxcCq088


잠시 후 체프라노 백작과 하인들이 리골레토 집에 나타납니다. 물론 백작은 아무도 자기를 알아 볼 수 없도록 복면을 했지요. 그들은 리골레토에게 만토바 공작의 명령으로 궁정에서 도망간 체프라노 백작부인을 납치하려고 왔다면서 아무래도 옆집 사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들어왔다고 둘러댑니다. 사실은 궁정에서 리골레토에게 멸시 당한 것을 복수하기 위해 복면을 하고 리골레토의 애인으로 오해한 여자를 납치하러 온 것이지요. 백작은 리골레토에서 아무도 알아 볼 수 없도록 복면을 쓰라고 합니다. 이렇게 리골레토를 속인 백작은 리골레토를 집 밖에서 기다리게 하고 부하들과 함께 방으로 들어가 질다를 납치합니다. 이상한 느낌이 든 리골레토가 복면을 벗어 던지고 보니 이미 질다는 납치당한 뒤였습니다.


제2막. 다음날 아침 만토바 공작의 방


만토바 공작의 부하들이 나타나서 리골레토의 숨겨놓은 애인을 납치해 왔다고 보고합니다. 공작은 납치해 온 여자가 다름 아닌 자기가 유혹하려 했던 아가씨인 것을 알고 기뻐하지요. 잠시 후 절망에 빠진 리골레토가 나타납니다. 리골레토는 질다가 공작에게 농락당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칠 듯합니다. 리골레토는 공작의 침실로 뛰어 들어가려 하지만 공작의 부하들이 그의 앞을 가로 막습니다. 분노와 원망에 휩싸인 리골레토가 울부짖습니다.


Cortigiani, vil razza dannata (저주받을 놈들아, 문을 열어라!)

https://www.youtube.com/watch?v=hPa1HvsSnGE


이때 공작의 침실에서 질다가 흐트러진 옷을 추스르며 흐느끼면서 뛰어나오다가 리골레토를 보고는 그의 품에 쓰러지듯 안깁니다. 리골레토는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분노의 심정을 가누지 못하지요. 그러면서도 딸의 등을 어루만지며 위로합니다.


제3막. 자객 스파라푸칠레가 경영하는 주막


느닷없이 주막에 나타난 만토바 공작은 스파라푸칠레의 여동생 막달레나를 유혹하기 위해 저 유명한 아리아를 노래합니다. 막달레나는 주막에 들어선 잘생긴 청년이 공작인줄 모르고 그에게 눈길을 보냅니다.


La donna e mobile (여자의 마음)

https://www.youtube.com/watch?v=xCFEk6Y8TmM


주막집 창문 밖에서는 공작이 이곳으로 온 것을 알고 있는 리골레토가 복수를 다짐하고 있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질다가 막달레나에게 수작을 부리는 공작의 모습을 눈물을 흘리며 지켜봅니다. 여기서 네 사람이 부르는 아리아 또한 매우 유명합니다.


Un di, re ben rammentori...Bella figlia dell'amore (사랑스런 딸)

https://www.youtube.com/watch?v=L2bbi627aWA


질다를 먼저 집으로 돌려보낸 리골레토는 자객 스파라푸칠레에게 공작을 죽여 달라며 돈을 치른 후 다시 오겠다고 하고 사라집니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은 깊어만 가고 술에 취한 공작은 잠깐 잠에 빠져 있습니다. 스파라푸칠레가 공작을 죽일 준비를 하자 공작의 달콤한 말에 끌린 막달레나는 오빠에게 그를 살릴 방법이 없겠냐며 조르지요. 스파라푸칠레는 여동생의 간청에 못 이겨 누구든지 밤에 주막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대신 죽여 자루에 넣어 리골레토에게 넘겨주기로 약속합니다. 공교롭게도 집으로 가다말고 다시 주막을 찾아온 질다가 이 이야기를 듣습니다.


폭풍우 몰아치는 밤에 주막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스파라푸칠레가 문을 열어 줍니다. 희미한 불빛 아래 남장을 한 질다가 들어섭니다. 스파라푸칠레의 단검이 번개처럼 번쩍입니다. 잠시 후 뇌성이 가라앉자 검은 망토를 걸친 리골레토가 나타납니다. 리골레토는 스파라푸칠레에게 잔금을 치르고 자루에 들어 있는 시체를 건네받아 조각배에 옮겨 싣습니다. 이때 뜻밖에도 공작이 부르는 ‘여자의 마음’이 들려옵니다. 불길한 예감이 든 리골레토는 떨리는 손으로 자루를 열어봅니다. 그런데 이것이 어찌된 일일까요? 자루 속에는 사랑하는 딸 질다가 죽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질다는 스러져가는 소리로 아버지를 속였다고 노래하고 아버지는 딸의 이름을 외치다가 목이 메어 쓰러지면서 막이 내립니다.


V'ho ingannato (아버지를 속였어요)

https://www.youtube.com/watch?v=5A2gInxN1sk


오페라 전체

https://www.youtube.com/watch?v=Nj1cmYKTG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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