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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식 Oct 14. 2022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Bayerische Staatsoper

통일 이전의 독일 수도는 서독은 본, 동독은 동베를린이었습니다. 그러다가 1990년 통일이 이루어지고난 후 베를린이 통일 독일의 수도가 되었습니다. 수도일 뿐 아니라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이기도 하고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만한 도시가 있지요. 바로 남부 바이에른 지방에 있는 뮌헨입니다. 뮌헨의 인구는 150만 명 정도로 생각만큼 큰 도시가 아닙니다. 하지만 그곳 사람들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으면 ‘독일 사람’이라고 하지 않고 ‘뮌헨 사람’이라고 대답한다는군요. 자기 나라를 칭할 때도 ‘독일’이라고 하지 않고 ‘독일과 바이에른’이라고 부를 만큼 자기 고장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답니다.     


뮌헨에서는 매년 여름 큰 음악축제가 열립니다. 바로 1875년에 시작된 <뮌헨 오페라 페스티벌>입니다. 또한 세계 정상급 오케스트라인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Symphonieorchester des Bayerischen Rundfunks, BRSO), 뮌헨 필하모닉(Munchner Philharmoniker), 그리고 바이에른 국립 오케스트라(Bayerisches Staatsorchester)가 둥지를 틀고 있습니다.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은 역사가 60년에 불과하지만 콜린 데이비스나 로린 마젤과 같은 거장 지휘자가 이끌었습니다. <뮌헨 필하모닉>의 지휘자 역시 세르지우 첼리비다케, 제임스 레바인, 크리스티안 침머만, 로린 마젤, 발레리 게르키에프 같이 이름만으로도 주눅이 들 만한 사람들입니다.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극장의 상주 오케스트라인 <바이에른 국립 오케스트라>는 리하르트 바그너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음악에 있어서 독보적인 명성을 갖고 있지요. 역대 지휘자들은 가히 20세기 지휘의 역사 그 자체라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브루노 발터, 게오르그 솔티, 루돌프 켐페, 볼프강 자발리쉬, 페터 슈나이더, 주빈 메타를 거쳐 2013년부터 키릴 페트렌코가 맡고 있습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오페라극장이라고 하면 베를린의 도이치오퍼, 드레스덴의 젬퍼오퍼, 그리고 뮌헨의 바이에른오퍼를 꼽습니다. 모두 나름의 강점이 있습니다만, 오페라극장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정적인 뒷받침이 튼튼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바이에른오퍼는 다른 극장에 비해 훨씬 앞서 갑니다. 뮌헨은 독일 안에서 부유하기로 손꼽히는 도시이고 그래서 물가도 엄청 높습니다. 느낌으로는 월급을 다른 도시보다 30~40% 더 받아야 다른 도시에서와 같은 수준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할 정도이지요.     


뮌헨에 오페라가 들어온 것은 궁정극장이 세워진 1752년입니다. 1818년에는 국립극장이 세워졌는데 이후에 오페라의 주 무대가 되었습니다. 세계 초연된 오페라도 하나둘이 아닙니다. 모차르트의 <이도메네오>, 살리에리의 <세미라미데>,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라인의 황금>, <발퀴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카프리치오>. 어마어마합니다. 바그너 오페라의 성지로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을 꼽습니다만, 정작 바그너 오페라의 출발점은 뮌헨극장인 셈입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2년 10월에 뮌헨극장이 소실되면서 바이에른의 루트비히2세가 바그너 작품 공연을 위해 1901년에 세운 프린츠레겐텐 극장으로 옮겨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다가 1963년에 외관은 예전 모습을 되살리고 내부는 최신 시설을 설치한 2,101석의 오페라극장으로 재개관했습니다.     


뮌헨극장에서는 오페라와 발레, 콘서트를 1년에 300회 넘게 국립극장을 비롯한 퀴빌리에 극장과 프린츠레겐텐 극장 이렇게 세 곳에서 공연합니다. 이 가운데 음향시설과 각종 시스템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는 그리스 양식의 국립극장이 주 공연장으로서 오페라 대부분은 이곳에서 공연되지요.     


<유럽음악 축제 순례기>의 저자이며 음반전문점 풍월당을 운영하는 박종호 선생은 주저함 없이 뮌헨극장을 세계 최고의 오페라극장으로 꼽습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은 오페라의 본고장이 아니며, 관객들의 수준이 유럽에 도저히 미치지 못하고, 그들의 경영방식은 천박함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는 과거의 영화에 미치지 못하며, 무대에서는 이탈리아 경제 불황마저 느껴진다. 빈은 시대에 뒤떨어진 구식 연출이 너무 많고, 베를린은 오페라에 한해서는 실망스러운 무대가 많으며, 파리 역시 수준이 고르지 못하다. 잘츠부르크나 바이로이트는 최고 수준이지만 이곳은 시즌을 운영하는 오페라 극장이 아니라 페스티벌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최고의 오페라를 볼 수 있는 곳은 단연 뮌헨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필적할만한 곳은 런던의 로열오페라 정도가 아닐까? 뮌헨이 최고라는 사실은 가수진에서나 무대디자인에서나, 연출의 전위성에서나 오케스트라의 수준에서나, 또 관객의 품격에서나 극장의 역사성에서나 모두 그러하다.”     


바이에른 국립 오케스트라는 상당히 많은 음반을 발표했고 많은 오페라 애호가의 환영을 받았습니다. 1989년 바이로이트 축제에서 볼프강 자발리쉬가 지휘한 바그너 <리벨룽의 반지>는 1993년 그라모폰 클래식음악 최고음반상을 받았고, 1973년 카를로스가 지휘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는 2008년 발매되어 다음 해에 그라모폰 Editor's Choice 음반으로 채택되었습니다. 1977년에는 미국 NASA에서 우주선 보이저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리는 음반으로 이 오케스트라의 음반을 채택하기도 했습니다. 이 음반에는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의 다양성과 문화를 상징하는 의미로 볼프강 자발리시쉬가 지휘하고 소프라노 에다 모서가 노래한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아리아가 실렸습니다. 2021년에 자체 음반제작사인 Bayerische Staatsoper Recordings(BSOrec)를 출범시키기도 했습니다.     


세계 정상의 오페라극장이라면 입장료도 상당히 비쌀 것 같지만 뮌헨극장에서 그 중 비싸다는 프리미어(오페라 첫 공연)의 가장 비싼 좌석도 30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싼 것은 프리미어는 2만 원, 일반 공연은 1만 원 대도 있습니다. 여기에 비하면 외국 유명 오페라단이 우리나라에서 공연할 때 입장료가 50만 원을 넘기기도 하는 걸 적정하다고는 할 수 없지요. 물론 오페라단이 움직인다는 게 상상을 초월할 만큼 큰 비용이 드는데다가 기업의 후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우리 사정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합니다. 다만 정말 음악을 사랑하고 즐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선뜻 갈 엄두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아쉬울 뿐이지요.     


사실 뮌헨극장의 입장료만 특별히 낮은 건 아닙니다. 비싼 건 비싸지만 정말 좋아하면 싼 값에 살 수 있는 표가 얼마든 있거든요. 천정 바로 밑에까지 올라가야 하는 좌석이라 잘 보이지도 않고 불편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도 한 공간에서 보고 들을 수 있다면 그 정도 불편은 감수하지 않겠습니까.    


극장 홈페이지에 2022-2023 시즌 공연 일정이 올라와 있어 흥미 있게 살펴봤습니다. 한 시즌에 무려 서른 편이 넘는 오페라를 올리는군요. 나름 오페라를 좀 안다고 했는데 모르는 작품이 수두룩합니다. 하나 눈에 띄는 게 있습니다. 여느 오페라극장 치고 한국 성악가 한둘이 없는 경우가 없습니다. 워낙 많고 잘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서른 작품이 넘는 그 중에 한국 성악가가 단 한 명이 보이지 않는군요. 동양 성악가라고는 몽골의 국가영웅 칭호를 받은 아마투브신 앵흐바틴(Amartuvshin Emkhbat)이 있네요. 처음 듣는 이름이어서 찾아보니 대단합니다. 동양인은 끼워주지 않는 무대에 서고도 남겠습니다. 86년생이라니 더 성장할 가능성도 충분해 보입니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겠네요.


뮌헨극장 홈페이지 https://www.staatsoper.de/en/     

뮌헨극장 2022-2023 연주 일정 https://www.youtube.com/watch?v=7KnHd1nke5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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