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잉여일기

2022.04.20 (수)

by 박인식

오늘 오랜 시도 끝에 비록 며칠에 불과하기는 해도 꿈꾸었던 대로 젊은이들과 어울려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인턴’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자신의 경험으로 주변을 조금씩 바꿔나갔던 모습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가 젊은이들과 어울려 일하는 모습 정도까지는 닮아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고, 거기에 도달한 것이다.


자신이 세상에 얹혀산다는 생각이 들고 나서 마음이 바빠졌고, 조건에 상관없이 뭔가 역할을 얻어 보려고 수많은 곳의 문을 두드렸다. 구인광고를 보고 지원한 곳이 백 곳은 훌쩍 넘었다. 다행히 한 곳에서 반응이 있었다. 원하던 자리는 얻지 못했지만 그 회사에서 개최하는 국제행사에 현장보조요원으로 일해 보겠냐는 제안을 망설이지 않고 받아들였다.


첫날이라 직무교육 때문에 한 시간 일찍 시작한다고 해서 새벽같이 집을 나섰다. 기대에 마음이 부풀었다. 보조요원이 삼십 여 명 모였는데 대부분 이삼십 대이고 사십 대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근무할 부스를 배정받고 함께 일할 이들과 간단히 인사를 나눴다. 명색이 안내 데스크인데 하루 종일 찾아온 이가 다섯 손가락을 넘지 않았다. 방문객을 상대로 하는 일이어서 함께 일하는 젊은이들과 말 한 마디 나눌 기회가 없어 섭섭하기는 했지만 짧은 직무교육 시간에 함께한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유별나게 나이 많은 사람이 온다는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던지 직원들 몇몇이 아는 척을 했다. 앞으로도 함께 일할 생각이 있는지 묻기도 했다. 그럴 거면 별도로 지원하지 않아도 명단에 넣어놓겠다고 했다. 왜 마다하겠나. 기간이 얼마든 대우가 어떻던. 덕분에 기대를 가지고 기다릴 일이 생겼다. 그러고 보면 기다림만큼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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